[Company Insight] 호실적의 배경

국내 화장품 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서 시작된 찬바람이 코로나19 사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로드숍 브랜드 토니모리, 에이블씨엔씨, 잇츠한불 등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하지만 색조화장품 전문기업 클리오는 달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클리오는 뭐가 달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색조화장품 전문기업 클리오의 색다른 실적을 분석했다. 

클리오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드물게 색조화장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사진=연합뉴스]
클리오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드물게 색조화장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사진=연합뉴스]

“작지만 강하다” “코로나도 잡는 이슈 아이템 강자” “혁신의 아이콘”…. 최근 증권가에선 색조화장품 전문기업 ‘클리오’를 두고 호평이 쏟아졌다. ‘셀프 눈썹 타투’를 표방한 ‘틴티드 타투 킬 브로우’ 등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온 클리오가 남다른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국내 화장품 업계가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조치에 이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클리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77억원으로 전년 동기(578억원) 대비 1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3% 늘어난 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 2504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불황을 모르는 클리오와 달리 국내 화장품 업계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토니모리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0%(414억원→331억원)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450%(-14억원→-77억원) 증가했다. 에이블씨엔씨도 같은 기간 매출액은 8.7%(915억원→835억원) 줄어든 반면 영업적자는 100억원 가까이(-23억원→-122억원) 더 쌓였다.

잇츠한불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8.5%(523억원→372억원)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7%(26억원→28억원) 증가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내수경기가 침체한 데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면서 업체들로선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클리오는 뭐가 달랐던 걸까. 사드 보복,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 투자철회(2018년)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클리오는 발 빠르게 몸집을 줄이고 온라인 채널을 강화했다. 일례로 2018년 이후 운영비 부담이 큰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클럽클리오) 대부분을 철수했다. 한때 64곳에 달했던 중국 매장은 현재 1곳만 남았다. 국내 매장도 구조조정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 15개를 폐점하고 현재 8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발 빠른 혁신으로 위기 탈출 

이처럼 클리오가 빠르게 유통채널을 재정비할 수 있었던 건 타사 대비 오프라인 점포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니모리와 에이블씨엔씨(미샤) 등도 비효율 점포를 구조조정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두 업체의 국내 매장 수는 각각 487개, 656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 매출 비중은 10%(2019년) 안팎에 머물고 있다. 

그사이 클리오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지난해엔 쿠팡을 통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온라인 매출 비중이 5~10%가량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난해엔 쿠팡을 통한 매출이 전체적인 온라인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가 코로나19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화장품 업계가 코로나19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색조화장품 분야에서 높은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도 클리오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던 요인으로 꼽힌다. 클리오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틴티드 타투 킬 브로우’ ‘페디페라 잉크 더 벨벳’ ‘프로 아이팔레트’ 등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예컨대 화장품 주요 구매 채널인 H&B스토어에선 클리오 제품이 매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H&B스토어 올리브영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마스카라·아이라이너 제품,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에 클리오의 ‘샤프 쏘 심플 펜슬라이너’ ‘킬커버 광채쿠션’이 이름을 올린 건 대표적인 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클리오는 메이크업 분야에서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 꾸준히 판매 순위 상위에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클리오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으로 경쟁이 치열한 H&B스토어에서 꾸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등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했지만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클리오가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클리오의 일본 매출액은 지난 2018년 24억원(이하 DB증권)에서 지난해 11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클리오 관계자는 “일본 라쿠텐, 큐텐 등 온라인몰에서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클리오의 광채쿠션, 프로 아이팔레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클리오는 군계일학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까. 위험 요인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마스크 쓰기가 생활화하면서 색조화장품 수요가 소폭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20~30대 색조화장품 시장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행 주기가 빠르다는 점도 클리오로선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1.4%)이 경쟁사보다 낮은 클리오가 트렌드를 선도할 만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 참고: 업체별 연구개발비 비중은 토니모리 2.0%, 잇츠한불 4.3%, 에이블씨엔씨 1.6%, 아모레퍼시픽 2.7%, LG생활건강 3.2%, 애경산업 2.1% 등이다.] 색조화장품 시장을 쥔 작은 강자 클리오는 ‘남다른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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