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과 산은 책임론

무급휴직기간을 연장하겠다는 STX조선해양과 복직하겠다는 노조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무급휴직기간을 연장하겠다는 STX조선해양과 복직하겠다는 노조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STX조선해양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018년 합의했던 무급휴직기간이 종료됐지만 사측이 연장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표면적으로는 뻔한 노사 갈등 같지만 본질은 다르다. STX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거란 확신을 심어줬다면 노조가 반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을 사측과 채권단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STX조선해양 노사 갈등을 둘러싸고 산은 책임론이 등장한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STX조선해양의 노사갈등과 산은 책임론을 취재했다. 

“직원 여러분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게 2년 이내에 회사를 정상화하겠다.” 2018년 4월 11일 장윤근 STX조선해양 사장은 산업은행에 노사확약서를 제출한 뒤 직원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고정비 감축을 위해 2020년 5월까지 순환 무급휴직에 돌입하는 직원들을 하루빨리 복직시키기 위해선 빠른 경영정상화가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 약속했던 날짜가 됐지만 회사의 말은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어려우니 무급휴직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거였다. 경영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회사의 설명은 거짓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STX조선해양의 일감은 줄어들고 있다.

2018년 30만4000CGT였던 수주잔량은 올 1분기 19만6000CGT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7척의 일감이 남아있는데 이마저 2021년 3월이면 바닥난다. 더구나 올해 코로나19 이슈로 선박 발주량(1~4월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이 부쩍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수주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휴직 기간 연장’을 요구한 STX조선해양의 사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따져봐야 할 문제는 있다. STX조선해양이 정상화할 수 있느냐다. 휴직기간을 연장해서 정상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직원들도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줘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지난 2년간 STX조선해양을 향한 기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업황이 신통치 않은 탓도 있지만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STX조선해양의 내부문제 때문이기도 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STX조선해양의 주력 분야인 MR탱커는 국내에서만 현대미포조선ㆍ대선조선ㆍ현대-베트남조선과 경쟁해야 하는 등 치열한 시장”이라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수주를 늘리려면 개별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 원론부터 따져보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형조선산업을 되살리는 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인 STX조선해양의 경쟁력을 높이는 건 채권단의 몫이다. 특히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산은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조선과 한진중공업은 매각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대한조선과 현대미포조선은 대기업의 관리를 받고 있어 상황이 괜찮은 편인데, STX조선해양은 문제가 크다”면서 “실적도 여의치 않은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방향 설정조차 아직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무급휴직 연장 논란에도 산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산은은 “노사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STX조선해양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단 10원을 쓰더라도 산은에서 파견 나와 있는 직원의 결재를 맡아야 할 정도로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면서 “하물며 인건비와 직결된 복직 문제에 산은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STX조선해양이 처한 문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다.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관련된 사안이다. 정말 산은이 이번 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다. 산은이 STX조선해양의 장밋빛 미래를 보여줄 수 없으면 노사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과연 산은은 STX조선해양이 방향을 잃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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