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재무설계

“여윳돈을 만들라고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상담을 신청한 직장인 중 상당수는 이런 말을 꺼낸다. 만약 결혼을 했다면 십중팔구다. 재무목표를 달성하려면 어쨌거나 여윳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한탄이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여윳돈이 있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30대 직장인 김종욱씨는 여윳돈이 월 178만원에 달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잉여자금만 잘 굴려도 가계부가 알차게 바뀐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잉여자금만 잘 굴려도 가계부가 알차게 바뀐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5~35년 직장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이직은 몇번이나 할까.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1322명에게 ‘연차별 이직 경험’을 물어본 결과, 직장생활 10년 동안 평균 5회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차 이상인 경우엔 93.6%가 이직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직을 결심하는 첫번째 이유는 ‘낮은 연봉’이다. 

30대 직장인 김종욱(가명·33)씨도 연봉이 적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연봉을 올려서 재취업하기 위해 2년 동안 취준생 아닌 취준생 생활을 했고, 최근에야 두번째 직장에 입사했다. 하지만 재취업이 늦어지면서 그가 세웠던 저축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2년 동안 야금야금 써버렸던 거다. 이제 그는 사회초년생의 마음으로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자 친구와 결혼을 꿈꾸고 있고, 타고 있는 중고차도 5년 후엔 교체할 생각이며, 노후자금도 슬슬 모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다. 그가 재취업과 동시에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다. 


Q1. 지출구조

재취업에 성공한 덕분인지 김씨의 월 소득은 적지 않은 편이다. 한달에 360만원을 번다. 이중 통신비로 8만원, 관리비·공과금으로 5만원을 쓰고, 문화생활비도 2만원가량 쓴다. 가장 큰 지출은 식비다. 한달에 60만원을 쓴다. 중고차이지만 자동차를 굴리다 보니 교통비(유류비)도 35만원이나 든다. 비정기적으로 쓰는 돈은 일년에 약 480만원이다. 자동차 보험 등 자동차 관련 100만원, 부모님 용돈 100만원, 휴가비 150만원에 의류 구입비 60만원, 경조사비 60만원, 명절비용 10만원이다. 이를 한달 평균으로 나누면 40만원이다.

여기에 주택청약 2만원, 적금 30만원을 더하면 김씨가 한달에 쓰는 돈은 총 182만원이다. 360만원을 버는데 182만원을 쓰고 178만원이 남는다. 그렇다면 178만원으로 뭘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과거엔 이런저런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얻거나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첫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모두 빼버렸다. 그에겐 아직 이렇다 할 저축계획이 없는 셈이다.   

Q2. 문제점

앞서 말했듯, 김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재취업 준비를 하면서 모두 썼다. 이제 막 두번째 직장에 입사한 탓인지 주택청약 2만원, 적금 30만원 외엔 이렇다  할금융상품도 없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촘촘한 재무계획을 세워야 한다.

김씨의 재무목표는 결혼, 자동차 교체(5년 후), 노후대비 등 세가지다. 그중 김씨에게 가장 먼저 찾아올 인생 이벤트는 4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거다. 경기도권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김씨는 신혼집도 경기도권에 얻을 생각이다. 처음부터 집을 장만하는 건 어려워 신혼부부혜택대출을 받아 전세로 시작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4년 안에 현금자산 6000만원은 모아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5년 후에 중고차를 바꾸려고 해도 1500만원이 있어야 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데도 종잣돈이 필요하다.   

김씨 가계부는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없다. 과소비를 하지도 않고, 무모한 투자도 하지 않는다. 유일한 문제는 잉여자금이다. 한달에 178만원이 통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말은 언제 어떻게 빠져나가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소리다. 반대론 잉여자금만 잘 배분해도 손색없는 가계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Q3. 해결점

먼저 통신비와 비정기지출을 손봤다. 8만원이던 요금제는 5만원짜리로 바꿨다. 일년에 480만원, 한달 평균 40만원을 쓰던 비정기지출은 따로 통장을 만들어 대처하기로 하고 소비성 지출에서 삭제했다. 통신비에서 줄인 3만원, 비정기지출 40만원에 잉여자금 178만원을 더하면 매달 221만원이라는 여유가 생긴다. 이걸로 알차게 그의 목표들을 하나씩 채워가기로 했다. 30만원이던 적금은 150만원으로 규모를 늘렸다. 4년 후 결혼자금과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노후자금과 중고차 교체를 위해선 투자성 단기상품과 장기상품에 하나씩 가입했다. 

저축 계획을 세울 땐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수적이라면 저축 위주로, 공격적이라면 투자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씨의 경우 펀드에 투자해본 경험이 있다. 손해를 보긴 했지만 트라우마를 잘 극복해서 나중엔 수익도 올렸다. 그런 점을 고려해 적립식펀드에 20만원, 실적배당형 연금 40만원씩 붓기로 했다. 비정기지출 대처용 통장엔 월 40만원씩 넣기로 했다.

같은 40만원이라도 통장에서 알게 모르게 빠져나가는 것과 통장을 만들어 쓸 만큼만 넣어놓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잔액을 확인할 수 있으니 계획적인 소비도 충분히 가능하다. 잉여자금을 잘만 굴려도 이렇게 가계부가 알차게 바뀐다. 과거 세대보다 극복해야 할 것이 많은 젊은 세대지만 김씨처럼 계획만 잘 세운다면 충분히 멋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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