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쪄서 하의 타이트해” “일자 몸매” …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누가 임명했나
[단독] “살쪄서 하의 타이트해” “일자 몸매” …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누가 임명했나
  • 이윤찬 기자
  • 호수 420
  • 승인 2020.12.22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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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11월 사무총장 임명
징계 이력, 임명 과정서 검토 안해
팔짱 끼고 어깨 주무르는 등 신체접촉
성추행 민원, 기관장 보고 없이 전결
신희영 회장 징계 내용 묵인
홍남기, 유은혜, 추미애, 박능후 등
징계 확인 안한 채 거수기 노릇

간호사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살쪄서 유니폼 하의가 타이트하다.” “바지가 너무 붙는다.” “일자 몸매다.” 신체접촉도 했다. 간호사의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마를 한다’면서 어깨를 두드리고 주물렀다. 간호사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민원을 받았지만 사실 확인도 없이 가해자의 각서만 받은 채 전결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기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는 ‘대한적십자사’ 김태광 사무총장이 2015년 10월 받은 징계 이유들이다. 징계 수위는 견책이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김 총장은 지난 11월 아무 일 없다는 듯 대한적십자사 ‘2인자’ 자리에 올랐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신희영) 임명→중앙위원회 위원 28명 승인’이란 까다로운 절차도 별탈 없이 통과했다. 

중앙위 위원 28명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포함돼 있다. 김 총장의 임명 과정에선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실체적 절차적 공정성’이 지켜졌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 취재했다. 

# 반부패와 청렴 

재난재해 구호, 남북이산가족 상봉, 해외재난복구 지원, 여기에 혈액사업까지…. 대한적십자사는 국가복지사업의 중추다. 예산은 연 7600억원에 이르는데, 대부분 적십자회비나 헌혈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한적 구성원에겐 깐깐한 윤리적 잣대가 적용된다. 대한적십자사 직원복무관리엔 국가공무원법이 준용된다. 46개 조항의 임직원 행동강령도 있다. 핵심은 반부패와 청렴이다.


# 임기 없는 사무총장 

대한적십자사의 2인자는 사무총장이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의 명命을 받긴 하지만 인사관리를 사실상 주도한다. 그렇다고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회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사무총장의 임기는 정관이나 직원운영규정에 규정돼 있지 않다. 사실상 무한권력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당연히 사무총장의 임명 절차는 까다롭다. 임명권자는 회장이지만 20명이 넘는 중앙위원회 위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여기엔 정부 부처 장관도 포함돼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 유은혜 교육부 장관(사회부총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다(2020년 11월 기준).


# 징계의결서에 담긴 진실 

김태광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16일 임명됐다.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낙점했고, 중앙위원회 위원 28명이 승인했다. 김 총장이 임명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에겐 결함이 있었다. 2015년 경남혈액원 재직 시절, 그는 ‘대한적십자사 임직원 행동강령 및 행위기준 제42조 임직원 상호존중’ ‘직원운영규정 제33조 품위유지의무’ ‘양성평등기본법 제30조’ ‘경남혈액원 성희롱예방지침 제5조’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더스쿠프(The SCOOP)는 이런 내용이 담긴 A4 용지 3쪽 분량의 ‘징계의결서’를 단독 입수했다. 징계 수위는 견책이었지만 내용은 심각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막중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혈액 보관소. [사진=뉴시스]
대한적십자사는 막중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혈액 보관소. [사진=뉴시스]

# 징계 이유➊ 임직원 상호존중  

시계추를 2015년으로 돌려보자. 경남혈액원은 그해 7월 ‘헌혈의집 경남대앞센터’를 주변 건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일부 노조 조합원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경남혈액원 총무팀장이었던 김 총장은 반대하는 노조 조합원을 향해 “적십자정신이 결여돼 있다”면서 일방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해 8월엔 인력부족으로 경남혈액원 헌혈센터를 폐쇄한 간호팀장에게 ‘간호사면서 채혈을 못하느냐’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명예훼손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적십자사는 두 문제를 ‘임직원 행동강령 및 행위기준 제42조(임직원의 상호존중)를 위반한 것’으로 의결했다. 

# 징계 이유➋  품위유지의무  

그나마 여기까진 조직 내 갈등 문제다. 심각한 건 지금부터다. 2014년 7월~2015년 3월 경남혈액원 운영팀장을 맡고 있던 김 총장은 여성 간호사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다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농담을 던졌다. “살쪄서 유니폼 하의가 타이트하다.” “바지가 너무 붙는다.” “일자 몸매다.” 

말만이 아니었다. 신체접촉도 했다. 간호사의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마를 한다’면서 어깨를 두드리고 주물렀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를 ‘직원운영규정 제33조(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 징계 이유➌  양성평등기본법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경남혈액원 소속 간호사가 제기한 ‘운전원 A씨의 성희롱 및 성추행 행위’를 독단적으로 전결專決 처리해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은 피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관장 보고 절차도 생략했다. 

그가 한 일이라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로부터 ‘각서(행동유의·재발방지)’를 받은 것뿐이었다.[※참고 : A씨는 신입 간호사가 들어오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손을 스치듯 터치하는 등 불필요한 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적십자사는 이 문제를 양성평등기본법 제30조(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범죄의 예방 및 성희롱방지)와 경남혈액원 성희롱 예방지침 제5조(고충전담창구)를 위반한 것으로 처리했다. 

# 절차적 공정성 지켰나 

언급했듯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절차는 간단치 않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의 임명, 중앙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신희영 회장은 김 총장의 징계 내용을 몰랐을까.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회장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신 회장이 김 총장의 징계를 묵인했다는 거다.

중앙위 승인 절차에도 ‘빈틈’이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사무총장 승인권을 가진 중앙위 위원들에게 징계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남기·유은혜·추미애 장관 등 위원들은 징계 내용을 몰랐다는 얘기인데, 그렇다고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중앙위 위원 대부분은 김 총장의 징계 이력을 검토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징계 자료를 요청한 위원도 없었다. 허술한 인사검증시스템 위에서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거다. 

김태광 총장은 자신이 징계를 받은 자세한 이유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징계 이유가 적힌 문서가 존재할 순 있지만 자신들에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총장에게 전달된 징계처분사유설명서엔 ‘징계의결서’가 명시돼 있다. ‘징계의결서’엔 김 총장의 징계 이유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그럼에도 김 총장과 대한적십자사는 끝까지 징계의결서의 존재를 부정했다. [사진=대한적십자사 제공]
김태광 총장은 자신이 징계를 받은 자세한 이유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징계 이유가 적힌 문서가 존재할 순 있지만 자신들에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총장에게 전달된 징계처분사유설명서엔 ‘징계의결서’가 명시돼 있다. ‘징계의결서’엔 김 총장의 징계 이유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그럼에도 김 총장과 대한적십자사는 끝까지 징계의결서의 존재를 부정했다. [사진=대한적십자사 제공]

 # 징계 내용 정말 몰랐을까 

김 총장은 “징계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듣지는 못했다”면서 반론을 폈다. “성性 관련 비위는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 견책을 받을 때도 그 문제만은 충분히 소명했다고 판단했다. 징계 내용 중에 그런 문제가 포함됐었다면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징계 내용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이 말은 사실일까. 2015년 10월 징계를 확정한 대한적십자사는 김 총장이 근무하던 경남혈액원(총무팀)에  「2015년도 제3차 혈액관리본부 보통징계위원회 징계 처분 통보」란 제목의 문서를 하달했다. A4 용지 1쪽짜리 ‘징계처분사유설명서’와 3쪽짜리 ‘징계의결서’였다.[※참고 : 징계처분사유설명서의 밑부분엔 ‘김태광 귀하’란 말까지 쓰여있다.] 

징계처분사유설명서는 ‘징계 내용’을 통보한 단순 문서다. 구체적인 징계 내용이 담겨 있는 문서는 ‘징계의결서’다. ▲사실관계 ▲규정·지침 위반 여부 ▲정상참작사항 ▲징계책임 및 의결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징계 내용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김 총장의 반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참고 : 더스쿠프는 지난 11월 징계의결서를 입수하면서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팀이 확보한 문서를 당사자가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대한적십자사의 태도다. 대한적십자사 측은 “우리가 갖고 있는 문서도 1쪽짜리 징계처분사유설명서뿐이다”면서 “징계 내용이 적혀 있는 문서(징계의결서)가 존재할 수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이 주장은 대한적십자사를 ‘딜레마의 늪’으로 빠뜨린다. 징계의결서가 없다면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방증이고, 있는데도 감췄다면 ‘거짓해명’을 했다는 얘기라서다. 정말 몰랐을까 애써 감춘 걸까. 그들이 손바닥으로 가리고 싶었던 건 뭘까.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정부 취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대한적십자사 취재 =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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