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은 어린 나무

[2021/어린 나무/경기도 고양시/오상민 작가]
[2021/어린 나무/경기도 고양시/오상민 작가]

# 오랜만에 산자락을 찾았습니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터가 웬일로 텅 비었더군요. 다가가 보니 눈 덮인 땅에 어린 나무들이 빼곡했습니다. 한겨울에도 생명은 힘을 내고, 희망을 키웁니다. 

# “내일 종말이 와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가 말했다는 설도 있고, 마틴 루터가 주창했다는 설도 있지만 의미는 같습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희망을 키우자는 겁니다. 문득 사과나무와 어린 나무가 오버랩됩니다. 

# 나무는 일년에 한개씩 나이테를 가집니다. 봄과 여름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가을과 겨울엔 더디게 성장해 세포벽이 두껍고 진해져 나이테가 됩니다. 혹독한 환경을 이겨낸 희망의 기록이 바로 나이테인 셈입니다. 그 공터에 뿌리를 내린 어린 나무들도 조용히 희망을 기록하고 있겠군요. 

# 늘 그렇듯 희망은 조용히 찾아올 겁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옆에서 조금씩 커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나무의 몸속에서 나이테가 조용히 쌓이듯 말입니다. 다시 어린 나무를 봅니다. 희망을 품습니다. 당신 옆에도 있을 겁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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