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이 없는 인생길

[2020/길/공주/오상민작가]
[2020/길/공주/오상민작가]

 

# 자대배치를 받고 대기하던 때입니다. 동기를 빼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게 고참이었습니다. 정신없는 내무반에 우리 4명의 신병만이 목각인형처럼 각을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두달 만에 듣는 대중가요. 부동자세였지만 귀가 쫑긋 열렸습니다. 

#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모든 게 낯설고 혼란스러웠던 신병 시절. 그 가사가 얼마나 가슴에 와서 꽂혔는지 모릅니다. 

# god의 '길'은 발표된 지 20년이 되어갑니다. 가사에서 주는 울림 때문일까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동영상 채널에서 여러 가수들이 모여 ‘길’을 부르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중 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가사에 감정이입이 됐던 모양입니다. 그걸 바라보던 관객도 함께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마도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고백하자면 저 또한 그랬습니다. 

# 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은 어땠는지, 잘 걸어왔는지, 앞으로 잘 걸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고 두렵고 설레고 기대됩니다. 

# 인생길엔 ‘표지판’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잘못 들어서는 길도 숱합니다. 하지만 그게 실패는 아닙니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뜻밖의 길을 만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 ‘세상 어떤 길도 처음부터 길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지나간 곳을 또 다른 누군가가 따라가기 시작하면 길이 된다.’ 그렇습니다. 놓인 길을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삐 길을 걷는 사람도 있고, 쉬엄쉬엄 길을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길을 걷고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의 길을 응원합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