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반품·배송 속 전략

쿠팡과 SSG닷컴이 무료배송에 이어 ‘무료반품’ 프로모션까지 들고 나왔다. 배송비 부담 없이 마음껏 사고 반품까지 할 수 있어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이들의 무료반품 프로모션은 ‘사실상’ 무료가 아니다. 쿠팡은 유료회원만 무료반품 프로모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SSG닷컴은 현금 대신 적립금 지급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무료 아닌 무료반품 프로모션을 살펴봤다.

쿠팡과 SSG닷컴은 무료배송·무료반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팡과 SSG닷컴은 무료배송·무료반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배송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새벽배송·당일배송 등 속도전을 펼치던 업체들은 이제 ‘무료배송 프로모션’까지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마켓컬리는 4월부터 회원가입 후 첫 주문을 한 고객에게 최대 104일(구매금액당 1분 계산) 동안 무료배송 혜택을 주는 독특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송뿐만 아니라 반품까지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선 업체들도 있다. 먼저 치고 나간 건 역시 쿠팡이다. 쿠팡은 월 2900원을 내는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회원(와우회원)에게 로켓배송 제품에 한해 무료배송과 더불어 30일 동안 무료반품·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품 절차도 간단하다.

쿠팡앱에서 반품·교환을 신청하고 문 앞에 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끝이다. 불량 제품 교환이나 옵션 변경이 가능한 건 물론, 단순 변심일 때도 조건 없이 반품할 수 있다. 제품 수령 후 7일 내에 왕복 배송비를 내가며 반품·교환을 해야 하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쿠팡은 무료반품 프로모션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쿠팡은 지난 4월 신발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사이즈 걱정 없이 집에서 마음껏 신어보고 비교하라”고 강조했다. 사실 기획전 자체는 브랜드별 인기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게 핵심이었는데, 쿠팡은 와우회원의 특혜인 무료반품 서비스를 전면에 세웠다.

일단 사고 안 맞으면 ‘무료반품’


쿠팡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할 때 고객 대부분은 제품을 수령할 때까지 신발 사이즈가 맞을지 착화감은 편할지 등을 고민한다”며 “부담 없이 신발을 신어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하는 신발을 사이즈별로 구매해 신어보고, 안 맞는 제품은 전부 무료로 반품하라는 거다. ‘직접 착용할 수 없어 어림짐작한 사이즈로 구매해야 한다’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무료반품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쿠팡의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쿠팡의 파격적인 반품 마케팅에 맞불을 놓고 있는 곳은 SSG닷컴이다. SSG닷컴은 지난 6일부터 신세계백화점 제품 52만종(신선식품·가전제품 제외)을 무료로 배송·반품하는 ‘백화점 배송·반품 All 프리패스’ 프로모션을 실시해 화제를 모았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SSG닷컴 회원은 금액·제품·개수 상관없이 백화점 상품을 구입할 때 무료배송 쿠폰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다. 반품조건도 쿠팡과 똑같다. 사이즈 변경 등 타당한 사유가 아닌 단순 변심인 경우에도 무료로 반품해준다. 다만 무료반품은 무료배송과 달리 월 10회만 이용할 수 있다.

쿠팡과 SSG닷컴의 무료반품 프로모션이 주목을 받은 건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옷이나 신발이 몸에 맞지 않아도 반품 비용과 절차가 부담스러워 포기하는 소비자가 숱해서다. 업체 입장에서도 손해만은 아니다. 쿠팡은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유료회원 겸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거래액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SSG닷컴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의 실적을 올리는 동시에 채널과 제품을 향한 신뢰까지 얻는다. SSG닷컴 측은 “백화점 뷰티·패션 제품은 단가가 높은 만큼,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프로모션으로) 고품질·고가의 제품을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구매·반품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고, 나아가 오프라인 고객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과 SSG닷컴의 프로모션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킬진 미지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쿠팡과 SSG닷컴의 ‘무료반품’ 프로모션이 사실상 ‘무료’가 아니라서다.

쿠팡부터 살펴보자. 쿠팡의 무료반품은 유료회원만을 위한 혜택이다. 회비가 월 2900원으로 1회 배송비 수준이라곤 하지만 쇼핑을 하든 안 하든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게 된다. 회원의 혜택을 누리려면 주기적으로 쿠팡에서 쇼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쿠팡이 최근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로켓배송을 제공하면서 유료회원의 배송 관련 혜택은 ‘무료반품·교환’만 남았다. ‘무료반품·교환’이 유료회원에게 ‘락인(Lock-in)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유료회원 락인 효과 노린 전략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켓와우 멤버십 혜택에는 캐시적립·쿠팡플레이(OTT) 무료 이용 등 여러 가지가 있긴 하다”면서 “하지만 나머지 혜택은 유료로 쓰기엔 로켓배송만큼 매력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참고: 락인 효과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도 기존의 것을 계속 선택하는 현상이다. 업체는 충성고객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그럼 SSG닷컴은 어떨까. SSG닷컴의 무료반품은 조건이 까다롭다. 신세계 계열사 중에서도 고가 제품이 많은 백화점만 해당되는 데다, 반품 배송비가 생각하는 ‘무료’도 아니다. 반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먼저 배송비 3000원을 내면 SSG닷컴 포인트인 ‘SSG머니’로 환불해주는 방식이라서다.

결국 소비자는 적립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다시 SSG닷컴으로 돌아와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정말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환불과 적립금 중 선택지를 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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