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으로 로켓성장한 쿠팡
연이어 터져 나온 부정적 이슈
지속 성장 위해 쿠팡에 필요한 것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 욱일기 상품 판매 논란, 새우튀김 갑질 논란…. 쿠팡 관련 이슈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로켓배송’으로 고속성장을 해오던 쿠팡의 질주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쿠팡은 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 그동안 위기 시그널은 없었을까. 더스쿠프가 위기에 빠진 쿠팡과 그 이유를 찾아봤다. 

‘로켓성장’을 이어온 쿠팡에 제동이 걸렸다. 그 배경엔 ‘소통의 부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로켓성장’을 이어온 쿠팡에 제동이 걸렸다. 그 배경엔 ‘소통의 부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최종 목표는 고객들이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여 전인 2015년 11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당시 대표)은 ‘쿠팡의 혁신과 변화’를 주제로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의장의 말대로 쿠팡은 매출액이 13조원(2020년)에 이르는 이커머스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쿠팡 없이 살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쿠팡 탈퇴 러시’에 이어 ‘쿠팡 불매 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자사 서비스 명칭인 로켓처럼 빠르게 성장을 이뤄온 쿠팡은 왜 이런 위기에 직면했을까. 많은 이들은 그 원인으로 ‘불통’을 꼽는다. 

■쿠팡이츠, 점주와의 불통 = 경기도 이천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6월 17일)으로 뒤숭숭하던 쿠팡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진 건 6월 22일이었다. 쿠팡의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에 입점한 50대 점주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5월 29일)했다는 사실이 이날 뒤늦게 알려진 탓이었다. 이게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새우튀김 갑질’ 사건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김밥가게를 운영해온 점주 A씨는 5월 8일 소비자로부터 “전날 주문한 새우튀김 한개의 색깔이 이상하니 환불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점주는 “새우튀김 한개 값을 환불해주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는 전액 환불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소비자는 이후 쿠팡이츠 앱에 비방 리뷰를 올리고, 매장으로 수차례 전화해 항의했다. 안타까운 일은 이때 발생했다. 이 내용으로 쿠팡이츠 고객센터 측과 통화하던 점주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쿠팡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쿠팡이츠 점주들은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나 악의적인 리뷰, 별점 테러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토로해 왔다.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 등 다른 배달앱과 달리 소비자의 리뷰에 점주가 댓글을 달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점주를 보호할 장치가 없었던 셈이다. ‘새우튀김 갑질’ 사건처럼 소비자의 무리한 환불 요구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는 점도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쿠팡이츠에 입점한 점주 B씨는 “쿠팡은 소비자의 갑질을 방관할 뿐만 아니라 점주의 손해에는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점주 C씨 역시 “주문이나 배달 과정에 문제가 생겨도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연결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고객이 쓴 다른 리뷰를 볼 수도 없고, 주소나 전화번호(안심번호 등록의 경우)도 쿠팡이츠가 독점하고 있어 점주로선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쿠팡이츠가 점주들과 ‘소통’했다면 안타까운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 측은 ▲점주 보호 위한 전담조직 신설 ▲점주 댓글 기능 추가 ▲공정 리뷰 위한 평가 분리 기능 강화 등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불공정한 약관(쿠팡이츠 서비스 이용 약관) 조항을 손보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숱하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쿠팡이츠는 ‘고객의 평가가 현저히 낮은 경우’ ‘고객의 민원이 빈발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처럼 계약해지 사유가 피상적인 데다 점주에게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쿠팡이츠가 계약상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점주로선 무리하거나 부당한 고객 요구까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왔다.[사진=뉴시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왔다.[사진=뉴시스]

쿠팡이 이제라도 점주와의 소통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참고: 중소상인ㆍ시민사회 단체는 6월 28일 쿠팡이츠에 ‘상시적인 대화 채널 구축’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쿠팡 측은 다음날 면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욱일기 논란, 사회와의 불통 = ‘새우튀김 갑질’ 사건이 불거진 6월 22일 쿠팡에선 또 다른 이슈가 터져 나왔다.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관련 상품이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이 아닌 오픈마켓 셀러가 판매한 제품이라는 점’ ‘욱일기가 아닌 rising sun flag라는 단어로 등록된 상품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쿠팡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쿠팡이 한국 소비자의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속출했다. 이른바 ‘사회와의 불통’ 논란이다. 쿠팡 측은 “직매입 상품이 아닌 오픈셀러가 등록한 상품이다 보니 걸러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쿠팡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지난해 12월에도 쿠팡에서 ‘가미카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자살 특공대)’ 관련 상품이 버젓이 판매된 바 있어서다. 쿠팡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기 위해 한층 촘촘한 ‘거름망’을 구축했어야 했다는 거다. 실제로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G마켓·옥션(이베이코리아) 등은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국민 정서에 반反하는 상품을 걸러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욱일기’나 ‘몰카’ 등의 단어는 검색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픈마켓 셀러가 새로운 단어로 등록해 관련 제품을 판매할 경우 전담팀이 수작업으로 확인해 걸러내고 있다. 이외에도 제보를 받아 상품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쿠팡은 지금까지 뭘 했던 걸까. 

■쿠팡맨ㆍ물류창고 직원, 노동자와의 불통= 쿠팡의 문제가 ‘외부와의 불통’에만 있는 건 아니다. 쿠팡이 ‘내부고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계기로 쿠팡 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는 쿠팡에게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화재 사고 당시 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직원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빨리 화재를 발견하고 관리자에게 조치를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더 빨리 신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쿠팡 측은 “보안 담당업체에 확인한 결과 해당 직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었다”고 밝혔지만 쿠팡을 둘러싼 의혹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건 그동안 노동자를 지나치게 통제해왔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그동안 쿠팡이 다소 폐쇄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해온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는 한국 소비자의 문화나 정서와는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쿠팡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쿠팡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면서 “소비자 역시 쿠팡의 미비점이 개선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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