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소득 따라 책 접할 기회 달라
학습 습관 지켜내는 독서의 힘
지식 격차 줄이는 이동도서관의 함의

땅은 평등하지 않다. ‘수익’이 나지 않는 시설은 불편한 곳으로 올라간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언덕 위에 있거나 대중교통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이유다. 정부는 이용하기 어려운 도서관의 위치를 보완하기 위해 ‘작은도서관’ 설립에 힘을 기울였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도서관’은 법에 따라 ‘정보 격차 해소의 의무’가 있는 기관이라서다. 사실 학교조차도 ‘정보 격차의 해소’ 그 자체가 설립 목적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도서관’의 의미는 남다르다.코로나19로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의 ‘등교 제한’이 시작되면서 ‘학력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히 컸다. 

아쉽게도 이 우려는 현실로 돌아왔다.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거다. 당장 코로나19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대면 수업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학력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는 무엇을 시도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벌어지는 학력 격차 속에서 도서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코로나19로 학력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이 됐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학력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이 됐다.[사진=뉴시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19가 번지며 학생들의 ‘등교 제한’이 시작됐을 때 “학력 격차가 비대면 수업으로 더 깊어지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넘쳤다. 1년이 지났다. 걱정은 기우杞憂에 그치지 않았다.

교육정책연구소가 4월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중학교 학업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학생들의 시험 성적인 ‘학습 성취’에 미친 영향은 분명했다. “이전부터 학력 격차가 존재했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은 그 격차를 더욱더 벌렸다.” 

보고서의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해당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성적을 비교했다.[※참고: 학습 성취도는 90점 이상을 A등급으로 규정하고 10점 단위로 구분해 A~E등급으로 나눴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A등급의 학생은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은 후에는 눈에 띄는 결과가 있었다. 60점 이하의 점수를 맞은 E등급 학생이 늘어났다. 이전엔 없던 현상이었다. 결국 코로나19 국면에서 중위권이 줄고 성적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60점 이상의 점수를 유지했을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거다. 

 

동시에 사교육 비용은 늘었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 격차도 커졌다. 통계청이 2021년 6월 발표한 ‘코로나19가 사교육 참여 및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보다 발생 이후인 2020년 소득별 사교육 참여율 격차가 더 커졌다. 월평균 가구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와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 격차는 39.0%에서 41.0%로 벌어졌다. 

그 와중에도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커졌다. 고등학교에서 두드러졌다. 예체능이 아닌 일반 교과목을 중심으로 한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가 모두 늘었다. 고등학생 수는 141만1000명에서 133만7000명으로 5.2%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되레 3조1046억원에서 3조1155억원으로 0.4% 늘었다.

단순 계산하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1년 새 220만283원에서 233만216원으로 5.9% 증가한 셈이다. 2020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하며 한 걸음 후퇴할 때도 사교육 시장만은 소득에 따라 격차를 벌리며 커졌던 거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한 시설이 있다. 도서관이다. 도서관법 43조 2항을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도서관은 장애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의 지식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은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국민뿐만 아니라 저소득층까지 포함한다.  

이쯤 되면 또다시 질문이 생길 수 있다. 학력 격차를 메우는 것과 도서관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거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두가지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 독서시간이 학생의 ‘학습성취(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가구소득에 따라 독서경험이 차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학력 격차 어떻게 메우나

첫번째 사실부터 따져보자. 독서시간이 학생의 ‘학습성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 2020년 발표된 석사 논문 ‘초중고생의 독서시간과 사교육 시간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안영미ㆍ2020)’은 독서시간이 ‘성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참고: 해당 연구는 독서시간과 성적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3가지 요소를 사용했다. 독서시간, 학습습관, 그리고 학습성취다. 학습습관은 말 그대로 ‘공부습관’을 의미한다. 학생이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공부자세나 공부를 반복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학습태도나 기술을 모두 의미한다. 학습성취는 말 그대로 ‘성적’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서시간이 곧바로 ‘성적’으로 연결되는 건 초등학교 시기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독서는 성적 대신 ‘학습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책을 많이 읽는 청소년들이 ‘공부할 자세’를 갖춘다는 건데, 이렇게 학습습관이 잡혀 있는 청소년들은 학습성취(성적)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다시 말해, 중학교 이상을 다니는 학생에게 독서는 성적에 ‘간접적 영향’만 준다는 거다. 

그렇다면 ‘독서시간’을 늘리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를 메우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번엔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는 4월 이슈페이퍼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를 좁히고 있는지 소개했다.

세계 각국이 제시한 해결 방안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는 노트북 등을 저소득층에게 나눠주는 물리적 환경 개선, 둘째는 거리두기가 필요해진 만큼 한 반에 들어가는 학생의 수는 줄이고 교사의 수는 늘리는 인적 지원이었다. 셋째는 보호자가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없는 학생들에게 상담을 제공하거나 학습습관을 잡아주는 지역 사회 차원의 서비스였다.

첫째와 둘째는 국내에서도 도입한 ‘교육 격차 해소전략’이다. 다만, 셋째 전략은 특별해 보인다. 해외에선 ‘학습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의 학력 격차를 줄이는 해결 방안으로 본 셈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학습습관’을 교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서’ 역시 학력격차를 좁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독서’를 할 수 있는 경험조차도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으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2020년 2월 발표된 ‘2019년도 국민독서실태조사’다. 이 조사에서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은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가서 직접 책을 보고 선택한다(31.0%)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책을 주로 접하는 경로도 직접 구입한다는 학생이 27.6%로 가장 많았고,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는 경우는 23.9%였다. 집에 있는 책을 읽는다는 학생은 15.4%였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직접 구매’하거나 ‘학교 도서관’을 통한다는 건데, 코로나19로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학생들이 책을 접할 통로는 사실상 ‘서점’만 남았다. 

물론 학교 도서관의 부재는 학생들이 사는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채울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전에도 학생들이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공도서관에 잘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 멀다(33.9%)’란 단점 때문이었고 ‘학원ㆍ과외로 바빠서 시간이 없다(24.2%)’는 이유도 있었다.

자, 그럼 첫 질문을 다시 상기해보자. “독서를 할 수 있는 경험조차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날까.” 아쉽게도 답은 ‘그렇다’이다. 다시 국민독서실태조사의 결과를 보자. 가구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일 때 종이책 독서율은 29.1%에 불과했지만 500만원 이상이면 70.3%로 2배 이상이었다. 

1년간 구입한 책 권수에서도 차이가 났다. 소득 4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사지 않은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10권 이상 구매한 비중은 소득 200만원 미만에서는 2.7%에 불과했지만 500만원 이상에서는 12.1%로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보호자의 소득 수준이 학생들의 독서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이동도서관은 주로 주택가 인근에 정차해 대출·반납 업무를 수행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동도서관은 주로 주택가 인근에 정차해 대출·반납 업무를 수행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렇다면 저소득층 가구 학생들의 ‘독서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뭘까. 이 질문은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해결책은 하나다.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을 집 가까이, 그리고 많이 만드는 거다. 

혹자는 도서관 건립비용을 언급할지 모르지만, 효율적인 시설이 있다. 이동도서관이다. 이동도서관은 차량이나 트레일러 등 이동수단에 책을 싣고 다니면서 대출과 반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관 도서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이동도서관과 새마을문고중앙회가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이 대표적이다. 

사교육에 이어 독서까지 양극화

지역별로 작은도서관이 많이 늘었는데도 이동도서관이 여전히 운영되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서관은 필연적으로 ‘땅’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서관은 임대료를 많이 낼 수 있는 시설도, 경제적으로 큰 이윤을 낼 수 있는 시설도 아니다.

도서관을 위한 토지를 따로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건물을 시공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지역에 ‘작은도서관’을 만드는 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이동도서관은 상대적으로 이런 한계에서 자유롭다. 학생들이 공공 도서관에 잘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인 ‘집에서 먼 도서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동도서관의 주된 순회 장소가 주택가라서다. 

다른 도서관은 가질 수 없는 특성도 있다. 정시성定時性이다. 이동도서관은 대부분 1주일, 2주일 단위로 정확한 시간에 특정 지역을 순회한다. 대출과 반납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한번 책을 빌리면 이동도서관의 시간표에 따라 대출자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의무적으로 도서를 접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동도서관의 역할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거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공공 이동도서관 수는 2016년 2211개에서 2019년 2158개로 줄어들었다. 새마을문고중앙회가 운영하는 새마을문고 이동도서관 역시 2018~2019년 전국에 35대의 차량이 있었지만 2020년엔 31대로 감소했다. 

실질적인 ‘도서관’ 수로 볼 수 있는 순회지역도 2019년 2019개에서 2020년 921개로 가파르게 줄었다. 이동도서관의 대출 실적 역시 2018년 118만3000여권, 2019년 117만권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는 60만5000권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이용자 수는 더욱 줄었다. 2018~ 2019년 각각 55만명, 51만명이었던 이용자 수는 2020년 18만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동도서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얘기인데, 그 속엔 현실적인 문제가 숱하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인력 부족이다. 새마을문고 이동도서관은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학생들이 반납한 책을 가방에 담아 도서관 운행 종료 후 일괄적으로 소독한다. 책을 빌려줄 때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약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업무는 더 늘어났지만 인력을 충원하는 건 쉽지 않다.

새마을문고 이동도서관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책 소독을 하고 명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추가 업무가 더 생기고 있어 인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독서 저변을 넓힌다는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서’는 학력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중요 수단 중 하나다. 이동도서관이 주위에 많아지면 코로나19 국면에서 사각지대에 몰린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공간’을 선물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전염병으로 공공시설이 문을 닫는 지금, 이동도서관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 다음호에선 이동도서관 르포를 지면에 담을 계획입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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