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만난 스타벅스의 미래
한국 론칭 20여년 만에 최대 주주 등극
정용진식 스타벅스는 뭐가 다를까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사진=연합뉴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진출 22주년을 맞은 ‘스타벅스(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올해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본사와 함께 스타벅스를 운영해온 신세계그룹이 독자 운영을 시작하게 됐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직접 들여온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용진식 전략’은 스타벅스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을 이끄는 정용진 부회장은 경영자와 ‘셀럽(celeb)’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가 SNS에 남긴 글 한 줄, 사진 한 장은 그 자체로 ‘기사’가 된다. SNS를 통한 계열사 마케팅에도 열심이다. 신세계그룹 야구단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이마트 PB(Private Brand)인 노브랜드 제품으로 직접 요리하는 사진을 업로드한다. 사람들은 거기에 열광한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의 경영 성적표는 어떨까. 이슈 메이커답게 실적도 뜨거울까. 그렇지 않다. 해외 시장에서 착안해 들여오거나 론칭한 브랜드 중엔 ‘쓴맛’을 본 게 적지 않다.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를 본떠 선보인 ‘삐에로쑈핑(2018년 론칭)’, 영국의 H&B (Health&Beauty) 스토어를 그대로 들여온 ‘부츠(Bootsㆍ2017년 론칭)’가 실패작으로 손꼽힌다. 두 브랜드는 모두 지난해 사업을 철수했다. 프랑스 파리를 콘셉트로 한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서울 중구 퇴계로 위치)’도 비슷한 사례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2018년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독자적으로 선보인 첫번째 호텔 체인인데,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스타벅스’는 주목할 만하다. 스타벅스를 한국에 선보인 주인공 역시 정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 브라운대 유학 시절 현지에서 스타벅스를 접하고 국내에 론칭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신세계는 1997년 미국 스타벅스 인터내셔널 본사와 합작법인(지분율 50대 50)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를 설립했다. 2년 뒤인 1999년엔 스타벅스 1호점(이대점)을 개점했다. 

현재 매장 수는 1500여개, 연간 매출은 1조9284억원(2020년 기준)에 이른다. 이렇게 성장한 스타벅스를 정 부회장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신세계(인수주체 이마트)는 지난 7월 미국 스타벅스의 지분 17.5% (4742억원)를 추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총 지분율 67.5%)에 올라섰다.[※참고: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지분 50% 중 나머지 32.5%는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인수했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의 ‘스타벅스 독자 운영 시대’를 열어젖힌 셈이다. 

향후 신세계그룹 계열사와 스타벅스 간 콜라보 마케팅이 확대할 전망이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뉴시스]
향후 신세계그룹 계열사와 스타벅스 간 콜라보 마케팅이 확대할 전망이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정용진식 스타벅스’는 어떻게 운영될까. 신세계 입장에선 기대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스타벅스가 이마트의 연결 자회사로 편입돼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스타벅스의 배당금 증가로 이마트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참고: 스타벅스는 지난해 미국 본사와 이마트에 배당금을 각각 300억원씩 총 600억원을 지급했다.] 업계 안팎에선 신세계가 스타벅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IPO를 통해 투자자로 참여한 GIC의 투자금 회수를 돕고, 스타벅스의 지분을 추가 인수할 거란 전망이다.

그렇다고 우려의 시선이 없는 건 아니다. 소비자를 줄 서게 만들었던 스타벅스의 운영 방침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게 출점전략이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신중한 출점전략을 고수해 왔다.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인 안정적 상권에만 점포를 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타벅스는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주변 땅값이 오른다는 기대감까지 불러일으켰다. 

관건은 신세계가 스타벅스의 신중한 출점전략을 이어가겠느냐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분 구조가 달라졌다고 해서 공격적으로 출점하거나 기존의 운영 방침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포가 1500여개를 넘어선 스타벅스로선 지방으로 거점을 넓혀야 추가성장을 꾀할 수 있다.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인 출점전략을 펼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MD 제품 등 프로모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스타벅스의 MD 제품은 소비자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다. 매년 연말이면 ‘프리퀀시’ 적립을 통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으려는 소비자가 줄을 잇는 건 대표적 사례다. 텀블러 · 가방 · 우산 등 각종 굿즈에 손을 뻗는 소비자가 숱하다. 

신세계의 독자경영이 본격화하면 스타벅스 계열사와 연계한 프로모션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신세계는 기존에도 스타벅스 MD 제품 등을 프로모션에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왔다. 하지만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해 스타벅스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이마트 등에서 스타벅스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분 인수 전부터 각종 계열사와 스타벅스를 연계한 마케팅을 이어왔다. 지난 5월에는 이마트24에서 5000원 이상 구매고객 800여명을 추첨해 ‘스타벅스 텀블러’를 제공했다. 같은 달엔 야구단 SSG 랜더스와 함께 ‘스타벅스 데이’도 진행했다. 이날 야구 경기에선 각 이닝 사이에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스타벅스 서머데이 쿨러’ ‘스타벅스 나이트 싱잉 랜턴’ 등 MD 제품을 증정했다. 

문제는 이런 프로모션 전략이 신세계 계열사들엔 ‘득’이 될지 몰라도 스타벅스엔 ‘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MD 제품을 좋아하는 덴 쉽게 가질 수 없다는 ‘희소성’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계열사의 시너지를 위해 상업적인 마케팅을 지나치게 이어간다면 소비자의 관심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는 스타벅스를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세계는 스타벅스를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스타벅스’에 숨은 위험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가 커피 전문점 업계 1위로서 보여 온 리더십을 유지하느냐도 관건이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커피업계에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왔다.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대두되자 ‘빨대 없는 리드’ ‘종이 빨대’ 등을 전면 도입한 건 대표적 사례다. 지난 4월에는 ‘2025년까지 일회용컵 사용률 0%’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 ‘Better Together: 가치 있는 같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다른 커피 전문점보다 이같은 캠페인을 진행하는 게 수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업계에 방향성을 제시한 건 사실이다. 이은희 교수는 “소비자가 스타벅스에 가는 데는 커피 원두부터 매장 인테리어, 음악, 포장재 하나까지 스타벅스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세계 품에 안긴 스타벅스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결과를 확인하는 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스타벅스 본사가 지분을 매각한 건 긍정적 시그널로 볼 수만은 없다”면서 “국내 커피 시장이 그만큼 한계에 다다랐다는 방증인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신세계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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