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발표한 SK이노
핵심 사업 분할에 주가 연일 하락세
투자자 위한 ‘주주 가치’ 환원책 필요

SK이노베이션이 기업분할에 나선다. 핵심 사업부문인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거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기업분할이 사업·재무·기업가치 측면에서 ‘세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들끓는다. 배터리 사업에 관한 일반 주주들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성공적인 기업분할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집토끼(일반 주주)’를 반드시 붙잡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배터리 사업을 떼내는 SK이노베이션의 미래와 과제를 냉정하게 짚어봤다. 

지난 4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공식 발표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 4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공식 발표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의 ‘분할책策’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선언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배터리 사업부는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가칭 SK배터리)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0월 1일부로 자회사를 출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장의 충격은 크다. 배터리 사업부의 분할이 알려진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열린 전략발표회에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의 ‘분할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주가는 전일(29만5500원) 대비 8.8%(26만9500원) 하락했다. 지난 4일 사업 분할이 공식 발표된 이후엔 24만원 선(종가 24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배터리 사업부가 빠져나가면서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6월 한때 30만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결국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한다는 소식 하나 때문에 주가는 추락한 셈이다. 그렇다면 SK이노베이션은 왜 하필 지금, 미래가 가장 유망한 배터리 사업을 ‘몸통’에서 떼어내려고 하는 걸까.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행보를 이렇게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부의 독립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이 말의 함의含意는 무엇일까. SK이노베이션의 ‘피할 수 없는 운명(배터리 부문 분할)’은 ▲사업운영 ▲재무 ▲기업가치 3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지금부터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사업운영 측면에서 배터리 사업의 분할이 필요한 이유는 투자를 위한 제반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의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자 타이밍’”이라며 “배터리 시장은 워낙 변수가 많고 시장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적기가 찾아오면 즉각적으로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독자적인 투자 환경을 갖추겠다는 거다. 

아울러 완성차회사ㆍ부품사 등 다양한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에도 사업 분할이 유리하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판단이다. 배터리 사업 분할로 ‘조직 슬림화’가 이뤄지면 지금보다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기업분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SK이노베이션의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하기로 한 결정적 배경은 투자금 유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혹자는 이렇게 따져 물을 수 있다. “차입금이나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아쉽게도 SK이노베이션은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이 회사는 배터리 사업에만 매년 2조원 이상의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다른 사업보다도 배터리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간 탓에 SK이노베이션의 재무건전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2017년만 해도 1조3289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2020년 8조7254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2017년 76.3%였던 부채비율은 2020년 149.0%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이 100% 이하여야 안정적인 재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은 차입금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돈을 ‘벌어서 쓰기도’ 어렵다. 아직까지 배터리 사업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2020년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는 42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분할을 통해 지주사(SK이노베이션)와 배터리사 모두 ‘윈윈’할 거라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중심 사업은 정유(SK에너지)와 화학(SK종합화학)이다. 올해 2분기 기준 두 사업이 SK이노베이션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86%에 육박한다.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분할은 배터리 사업의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분리한 배터리사의 실적이 개선되는 시점부터 ‘알짜 자회사’를 갖는 셈이니 손해보는 장사도 아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를 분할할 이유와 근거가 분명한데도 투자자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반 소액주주 중 상당수가 배터리사의 상장효과를 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의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배터리사 분할을 두고 SK이노베이션과 일반 주주의 온도차가 극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SK이노베이션처럼 물적분할을 꾀한 전례에서 일반 소액주주가 주주가치를 실현한 사례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실제로 2020년 12월 1일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한 LG화학 역시 숱한 진통을 감내해야 했다. 물적분할 방식에 따르면 LG화학이 분할한 배터리사(현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반면 일반 주주는 배터리사의 지분을 전혀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터리 하나만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던 일반 주주의 입장에선 물적분할로 순식간에 배터리 사업 부문의 지배력을 잃는 셈이었다. 결국, 이전까지 줄곧 70만원 선을 유지하던 LG화학의 주가는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발표한 이후 6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물적분할을 향한 투자자들의 우려와 불신이 뒤섞인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기존의 기업분할 사례와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답은 SK이노베이션이 일반 주주를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테면 ‘집토끼’를 어떻게 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물적분할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선 일반 주주에게 ‘우리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LG화학도 일반 주주에게 명확한 보상책을 제시함과 동시에 기업가치를 제고할 만한 플랜을 내놓으면서 위험요인을 제거해냈다.” [※참고: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분가치 상실을 우려하는 일반 주주들을 위해 보상책을 내놨다. 2020년부터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하겠다고 표명한 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도 LG화학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배터리 소재 ▲석유화학 ▲바이오 사업에 10조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LG화학의 주가는 올해 1월 100만원대를 찍으며 반등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일반 주주들을 끌어안지 못한다면 이번의 물적분할은 SK이노베이션에 ‘악재’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주주환원정책을 세심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투자자들와 함께 웃는 ‘성공적인’ 기업분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지켜볼 일이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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