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코오롱FnC
코오롱FnC 묘한 화장품 사업

침체의 늪에 빠진 패션업체가 ‘화장품’이란 전가의 보도를 신사업으로 꺼내들었다. 많은 기업이 진입장벽이 낮아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옳은 선택인 듯했다. 하지만 패션업체의 화장품 사업은 제 길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브랜드를 접었다 론칭했다를 거듭한 게 패착이란 평가가 나온다. 화장품 사업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패션업체 코오롱FnC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로 잘 알려진 코오롱FnC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화장품을 택했다. 사진은 코오롱스포츠 모델 배우 공효진.[사진=뉴시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로 잘 알려진 코오롱FnC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화장품을 택했다. 사진은 코오롱스포츠 모델 배우 공효진.[사진=뉴시스]

코오롱스포츠는 1974년 론칭한 국내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영하는 코오롱FnC(코오롱인더 패션사업 부문)는 2019년 새로운 먹거리로 화장품을 택했다. 2010년 초반 패션업계를 흔든 아웃도어 열풍이 꺼지면서 실적 감소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다른 패션업체들마저 화장품·외식 등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정중동하던 코오롱FnC 주변에서 “한우물(패션)만 파선 안 된다” “코오롱FnC도 ‘외도(신사업)’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코오롱FnC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2022년 봄, 어찌 된 일인지 코오롱FnC의 화장품 사업은 항로航路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 3년 새 브랜드 ‘출시-철수-재출시-철수’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코오롱FnC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시계를 2019년으로 되돌려보자. 그해 5월 이 회사는 첫번째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를 론칭했다. ‘사이언스 스킨케어(science skin care)’를 표방한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였다. 코오롱FnC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SNS 마케팅을 펼치는가 하면, 주요 화장품 유통채널인 H&B스토어(롭스)에도 입점했다. 하지만 엠퀴리는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하면서 1년 만인 2020년 6월 브랜드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화장품 사업을 완전히 접은 건 아니었다. 엠퀴리 운영을 중단한 지 3개월 만인 2020년 9월 MZ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수분케어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출시했다. 좀 더 가볍고 트렌디한 화장품을 내세웠지만 이 브랜드 역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자 코오롱FnC는 묘한 전략을 꺼내들었다. 2020년 6월 운영을 중단했던 엠퀴리를 3040세대를 위한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2021년 4월 재출시했다. 그러면서 올 1월엔 라이크와이즈 사업을 철수했다. 엠퀴리 대신 출시한 브랜드를 엠퀴리를 재탄생시키면서 접은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이라면서 “지난해 재출시한 엠퀴리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오롱FnC의 예상대로 화장품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오락가락 전략’ 속에서 화장품 사업 부문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코오롱FnC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650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났지만, 이는 화장품이 아닌 기존 패션 사업의 회복 덕분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골프 의류·용품의 판매 증가가 코오롱FnC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오롱FnC는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코오롱FnC의 화장품 사업은 왜 순항하지 못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애초에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지적한다. ‘패션-화장품’ 간 연결고리가 기대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거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지적했다. “소비자로선 ‘아웃도어 회사가 왜 화장품을 팔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화장품을 론칭할 때 적절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는데, 그 전략이 뒷받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대표는 “코오롱FnC가 오래된 아웃도어 회사라는 편견을 깨고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주기 위해 화장품을 매개로 소통하는 것은 긍정적이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동력으로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코오롱FnC의 화장품 사업이 휘청거리는 이유는 또 있다. 장기적인 ‘밑그림’과 ‘미래플랜’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브랜드의 론칭과 중단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라이크와이즈’를 출시했다가 금세 철수하고 ‘3040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기능성 화장품 ‘엠퀴리’를 재출시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코오롱FnC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화장품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화장품 시장 상황이 좋으니까, 우리도 화장품으로 사업 다각화를 해볼까’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선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를 한 계단 한 계단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거나 코오롱FnC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지난 3월에는 노화 관리 기능성을 갖춘 엠퀴리 신제품 3종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과연 코오롱FnC는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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