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삶의 완성인 좋은 죽음을 말하다

많은 말기 환자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죽어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말기 환자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죽어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갈수록 늘고 있는 기대수명만큼 병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노인이 돼 병이 들면 집에서 병원으로 옮겨져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흔한 현실이다. 많은 말기 환자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죽어간다. 중증 환자 대부분이 죽음의 순간을 미루는 연명의료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고통의 시간을 견딘다. 생애 동안 쓰는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마지막 1~2년에 쏟아붓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인생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병원에서 노화나 질병과 싸우며 치료 과정 중 사망하는 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죽음의 모습이다. 

“이제 화려한 장례식장은 있어도 임종실은 없는 병원의 불친절한 죽음의 시스템을 다시 생각할 때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우리 사회 죽음의 문화를 돌아볼 때이기도 하다.”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는 우리 사회의 황폐한 죽음의 문화를 냉정하게 짚어낸다. 왜 친절한 죽음이 모든 이의 목표가 돼야 하는지를 의학과 철학, 사회·역사적 근거와 이론들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의사다. 20년 넘게 수많은 사망 환자 곁을 지켜오며, 삶만큼 죽음도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품위 있고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의과대학, 병원, 그리고 개인이 스스로 죽음의 각박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차례로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참한 죽음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그런 공포심으로 좋은 죽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왜 좋은 죽음이 삶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하는지를 여러 근거와 이론을 동원해 인문학적으로 친절히 설명한다. 

저자는 “모든 죽음이 병원으로 옮겨진 현실 속에서 살리는 의사만큼이나 잘 죽도록 돕는 의사도 매우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간의 삶을 생존과 실존으로 구분하고 생명 역시 목숨과 존엄이라는 두 차원으로 구분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좇는다.

“삶은 자신의 정체성이 지켜지는 결말을 통해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이에게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고통 없이 잘 죽을 수 있는 권리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철저히 배제했던 죽음의 담론을 다시 본래의 삶의 공간으로 되돌려 현실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생명에 대한 맹목적 집착을 버리고 삶의 연장으로서의 좋은 죽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저자는 당부한다. “많은 비판과 질타가 있을 줄로 안다. 그럼에도 나의 서툰 시도가 부디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 버린 죽음의 문화에 대한 공론을 촉발하고, 사회적 담론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세 가지 스토리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김탁환 지음|해냄 펴냄


27년차 소설가 김탁환, 그는 익숙한 글감에 젖어 늙어가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다가서기로 결심한다. 그 후 미련 없이 서울을 떠나 곡성에 집필실을 마련했다. 섬진강 옆 집필실에서 초보 농부이자 초보 마을소설가가 된 그는 글농사와 함께 논농사를 짓고 있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가 마주한 자연의 풍경과 그때 먹은 마음,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인디언 달력’처럼 구성했다. 

「뭐든 해 봐요」
김동현 지음|콘택트 펴냄


인생이 흔들리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순간을 살아낸다. 이 책의 저자는 로스쿨 재학 중 의료사고로 실명한다. 시각장애인이 됐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법관이 된다. 그는 ‘절망 대신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결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도전’ ‘지금 나한테 최선인 일을 해나가는 의지’ ‘주위의 보살핌과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삶에 한발자국 다가갔다고 강조한다.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정재은 지음|앤의서재 펴냄


늘어가는 식물의 이파리 수를 세며 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능수능란한 ‘식물 반려인’이었던 건 아니다. 한때 손길만 닿으면 식물을 죽여버려 스스로를 ‘식물 킬러’라고 비웃었던 사람이다. 그는 “잠깐의 해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 사람이 된 뒤에야, 또 식물을 통해  스스로를  돌볼 줄 알게 된 뒤에야 식물 반려인이 됐다”고 말한다. 조바심 내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피고 지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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