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法의 체계」
노동안전의 인권적 가치를 향한 길

중대재해처벌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현저히 다르다.[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현저히 다르다.[사진=뉴시스]

2016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승강장 안전문을 점검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겨우 열아홉 살, 한 가정의 귀한 아들이었다. 사고가 난 자리에서 ‘현장 작업 시 최소 2인 1조로 그중 1인은 열차를 감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수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작 3000만원의 벌금형이 법인 사업주에게 내려졌고 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는 그렇게 마무리돼 잊혀갔다.

5년여가 흐른 1월 27일, 갖은 곡절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됐다. 이 법의 주된 내용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개인사업주와 법인, 경영책임자 등에게 형벌을 부과하고, 손해액의 5배를 한도로 사업주에게 법정 부가배상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이제 막 시행된 이 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현저히 다르다. 누군가는 작은 일에도 큰 벌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법이라 꼬집고, 누군가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신간 「중대재해처벌法의 체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해석이 모호한 용어의 명확한 기준을 전달한다. 특히 비판 요소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경영책임자등’과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개념을 상세히 설명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전체 조문이 16개에 불과할 정도로 길지 않지만 법의 적용에 대비하는 경영자나 근로자들에게는 어렵고 낯설다. 하지만 경영책임자와 현장 안전 관리자, 그리고 근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법률이다. 이 책은 마주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중대재해’를 향한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나오는 용어 설명부터 시작한다. 법률은 단어 하나, 조사 하나에 따라 해석이 명확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저자는 “‘경영책임자등’을 정의하는 조항을 입법기술적으로 썩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법학자로서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해 최대한 합리적인 해석을 내놓았다”고 말한다. 

이어 사업주인가 근로자인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 및 의무 이행을 위한 관리상 조치와 처벌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사고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교육의 의무와 정부가 사업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살펴본다.

이 책은 아직은 여러 사람에게 어색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이례적인 외생 요인으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 시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에서 주로 문제가 됐던 도급, 용역, 위탁 등의 관계에서는 중대산업재해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떤 의무를 지게 되는지 등의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중대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도 함께 다룬다. 

세 가지 스토리 

「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지음|문학동네 펴냄 


찬란한 나이 스물세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55%에 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이겨낸 사람이 있다. 전작 「지선아 사랑해」로 알려진 이지선 작가다.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전작이 ‘생존자’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소개한다. 꿈을 안고 떠났던 유학생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기까지 여정을 담았다. 그는 “인생이란 동굴이 아닌 환한 빛이 기다리는 터널이었다”고 고백한다.

「예술가의 서재」
니나 프루덴버거 지음|한길사 펴냄 


‘서재’엔 흥미로운 매력이 있다. 책 한권 한권이 모여 만들어진 서재에는 개개인의 ‘사사로움’이 아름답게 전시돼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삶이 주목받는 시대다. 이 책은 서재를 통해 취향을 가꾸는 성실하고도 풍요로운 방법을 가르쳐준다. 책과 함께 살아가는 예술가 32명을 소개한다.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을 가진 이들이 ‘책’이라는 키워드로 모인 모습이 제법 흥미롭다.  나의 서재를 ‘예술가의 서재’로 만들 씨앗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금정연 지음|북트리거 펴냄 


사회의 최신 트렌드와 이슈를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말’ 아닐까. 그중에서도 신조어를 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시대의 진짜 모습과 감춰진 욕망을 알아내기 위해 신조어를 탐색한다.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지는 신조어 중 24개만을 골라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한 시선과 문체로 살핀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 읽다 보면 우리 사회의 숨은 민낯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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