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힙합」
조금 특별하고 치열한 둘째들의 세계

많은 차녀는 ‘차녀라서’ 지니게 되는 성격적 특성을 갖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차녀는 ‘차녀라서’ 지니게 되는 성격적 특성을 갖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한 인정욕구와 애정결핍, 어딜 가든 빠르게 눈치를 살피는 버릇, 갈등 상황이 생기면 중간에서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 많은 이들이 통상적으로 꼽는 ‘차녀·차남’들의 공통점이다. 사람들은 ‘장녀라서’ ‘장남이라서’ 등으로 이야기되는 기질처럼, ‘차녀라서’ 지니게 된 성격적 특성을 삶의 궤적에 들여놓곤 한다.

「차녀 힙합」은 가족의 역학 관계와 사회적 맥락을 차녀의 입장에서 살펴본다. ‘딸은 출가외인’이라 여기던 전통이 아직 유효하던 때부터 현재의 ‘딸 바보’ 열풍까지, 그사이에 태어나고 자란 무수한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순서로도 성별로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차녀로 태어났다.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는 ‘낀 딸’이다. ‘둘째’라는 존재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공고한 만큼, 집안에서 소외당했던 둘째 딸의 이야기는 어느 한 개인만의 특수한 삶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가정이란 정치적 장소에서 처음 사랑하고 최초로 상처받으며 만들어지는 차녀의 세계를 4부로 나눠 서술한다. 1부 ‘차녀의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나만 없어, 돌 사진”이란 푸념으로 시작한다. 둘째에겐 첫 생일이지만 양육자의 입장에선 첫아이의 첫돌만큼 감동적인 날은 아니란 의미다. 

저자는 “둘째는 자신의 모든 ‘처음’이 부모에겐 앙코르 공연에 불과하단 사실을 깨달아가고 관심과 애정, 새 옷과 같은 물건마저도 첫째처럼 제 몫이 보장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한다.

연년생 언니에게 지지 않으려 싸우다 혼나던 어린 시절 에피소드, 아들이 아니라서 엄마에게 더 나은 지위와 인정을 가져다주지 못해 느껴야 했던 죄책감과 할머니에게 받은 차별까지, 가족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사랑과 가족 내부의 정치 역학을 이야기한다.

2부 ‘살아남은 차녀들’에서는 딸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살핀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서 짊어져야 했던 부담과 부당함을 개인 경험을 넘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폭넓게 파헤친다. ‘호랑이, 용, 말띠 여자는 기가 세다’는 민속학적 신앙이 퍼져 있던 때, 여성의 몸을 재생산 수단으로만 여기는 듯한 정부의 인구 조절 정책이 시행되던 때, 초음파 기계가 도입돼 자녀 성별을 예측할 수 있게 됐을 때 등 새로운 국면마다 나타난 씁쓸한 현상들과 문제들을 짚어본다. 

3부 ‘차녀들에게 MIC를’에서는 다양한 차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둘째 딸로 살아온 시간을 복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서글픈 웃음과 함께 다른 딸들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진솔한 한마디는 또 다른 상처입은 딸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로 다가온다.

4부 ‘집밖의 세계를 일굴 거야’는 내면에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보듬으면서 어른이 된 나의 삶을 잘 꾸려가는 한편, 가족들의 입장을 다층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으로 나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냥 ‘나’인 채로는 인정받고 사랑받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던 이가 서서히 온전한 ‘나’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세 가지 스토리 

「코로나19가 바꾼 백세시대의 미래」
박상철 지음|시공사 펴냄


‘장수’는 인류의 오랜 염원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의 꿈도 머지않아 이뤄질 듯했다. 하지만 그 꿈은 코로19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높은 고령층 치사율은 100세 시대 전망을 어둡게 했다. 그런데도 이 책의 저자는 코로나19가 100세 시대를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령층의 특이한 중증화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강구한다면 미래 장수사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강아지와 가족이 됐어요!」
산드라 브룬스 지음|동그람이 펴냄  


강아지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정작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자녀를 쉽게 허락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강아지 행동 전문 수의사이자 워킹맘인 저자는 그런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강아지가 어떤 동물인지부터 입양 방법, 돌보는 방법, 트레이닝하고 함께 노는 방법까지…. 모두 아이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강아지를 반려한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해소해 준다.


「나는 식이장애 생존자입니다」
사예 지음·윤성 그림| 띠움 펴냄


‘식이장애’에 관한 사회의 인식은 따갑다. 식이장애를 해결하는 건 결국 의지의 문제라는 편견도 강하다. 하지만 식이장애를 겪은 사람들은 ‘살아남았다’고 표현할 만큼 이 문제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식이장애와 함께 10여년이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저자의 이야기다. 인스타그램에 연재해 인기를 얻은 만화 
‘사예의 식이장애 일지’를 책으로 펴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으로 식이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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