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베들의 시대」
혐오의 시대에 맞서기 위해 다시 '일베'를 말하다

저자는 ‘딴지일보’와 ‘디시인사이드’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베의 계보를 살핀다.[사진=뉴시스]
저자는 ‘딴지일보’와 ‘디시인사이드’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베의 계보를 살핀다.[사진=뉴시스]

2010년대 중반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등장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는 사이버 공론장에 커다란 혼돈과 변화를 불러왔다. ‘드립’이란 말로 유머를 가장해 온라인에 퍼져나간 혐오의 메시지들은 일베가 생긴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실 정치인들의 목소리로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그 때문인지 한국 사회의 ‘일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는 ‘고인 드립’ ‘폭식 집회’ 등 일베가 사회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던 시기에 일베를 연구했던 사회학 연구자가 오늘날 온라인에서 ‘혐오의 자유’를 말하는 이들의 기원으로서 일베를 다시 들여다본 책이다. 2014년 온라인에서는 일베를 연구한 한 논문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저자가 쓴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이다. 이 논문은 사회학 관점에서 일베와 같은 문제적 온라인 커뮤니티를 연구하거나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다. 

당시 논문은 일베 게시물 전수를 분석한 양적 방법과 일베 이용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하는 질적 방법을 통해 사회학적으로 일베를 어떻게 이해할지 주목했다. 일베를 괴물로 낙인찍으며 타자화하지도,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일베’라며 보편화하지도 않는 균형을 유지하며, “가장 성공적으로 체제가 작동했을 때 산출되는 주체”가 바로 일베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8년이 지난 후 저자는 혐오 선동의 정치가 부상한 이곳에서 다시 한번 일베를 논한다. 저자는 ‘일베라는 현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사이버 유머의 기원을 되짚고, ‘딴지일보(딴지)’와 ‘디시인사이드(디시)’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베의 계보를 살핀다. 한국형 밈의 기원으로서 딴지일보식 패러디를 설명하며, 그것을 심화·발전시킨 곳으로 디시인사이드를 짚어본다. 

저자는 “디시에서 발원해 일베가 완성한 혐오의 내용과 표현 방식, 이를테면 농담의 탈을 쓴 혐오가 널리 퍼졌으며 그것이 ‘정의’나 ‘능력’ 따위의 말과 버무려져 일베와 일베 아님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섞여 버렸다”는 것에 주목하며 문제의식을 하나씩 파헤친다. 

이 책은 ‘일베적 혐오의 구조와 기원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강고해 보이는 혐오 선동에 맞설 방법을 찾아내자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다. 저자는 일베에서의 혐오를 사실상 사회를 거부하는 극단의 냉소로 파악하며, 이들의 열광을 ‘연대를 만들어내지 않는 차가운 열광’으로 정의한다. 

이런 열광과 함께 표출된 일베의 혐오를 그들의 ‘공감 불능성’에서 찾기도 하는 혹자들과 달리 저자는 일베의 공감 능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공감이 언제나 ‘승자’를 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혐오 선동으로 지지자 결집을 도모하기에 이른 오늘날의 정치는 일베적 혐오가 ‘정당하다’는 확신을 주며 그에 기반한 ‘승리’의 경험을 축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란 바로 그런 정치의 시대다.” 저자는 보통 일베들의 시대에 굳건해 보이는 혐오 선동을 무너뜨리는 작은 기능을 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지음|웨일북 펴냄 


“코로나19 위기 다음은 식량 전쟁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난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저자는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아 식량 위기에 취약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펴낸 이 책은 국내 최초로 기후 변화와 식량난을 함께 풀어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대멸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로 여행을 떠난다. 지도 44장과 도판 77장을 통해서 전세계 37곳의 장소를 탐험한다. 책은 총 4부로 이뤄졌다. 1부에선 동양과 서양의 고대 도시들을 다룬다. 시간의 흐름에 묻힌 대도시를 되살려낸다. 2부에선 더 이상 갈 수 없는 섬·도시·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3부에선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작용으로 사라지는 장소들을 다룬다.  4부에선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토머스 신상 파일」
다비드 무아테 지음|라임 펴냄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인해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추리 소설이다. 뜻하지 않은 초능력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불운을 딛고 자신의 존재 의미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자신의 능력을 각성해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일반적인 서사와는 다르다. 세상의 주변부로 밀려난 약자들이 소년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연대가 만들어내는 감동을 전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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