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프랜 리보위츠」
대도시 일상과 문화 비꼬는 통렬한 한 방

대도시의 일상과 문화는 프랜이 펼치는 재담의 중심 소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도시의 일상과 문화는 프랜이 펼치는 재담의 중심 소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사가 맘에 안 드는 듯 언짢아 보이는 한 여성이 뉴욕 거리를 걷는다. “타임스퀘어 시멘트 바닥을 다시 까는 데 4000만 달러가 든다니!” “지하철역 예술작품 설치 공사가 5개월이나 걸린다고? 예술품들이 지하철 타는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준다 생각하는 건가?” “이 도시에서 스마트폰 안 보며 앞을 보고 걷는 이는 나 하나뿐이야.”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다큐 시리즈 ‘도시인처럼’에서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프랜 리보위츠는 뉴욕이란 대도시의 일상과 문화를 향해 끊임없이 불만을 드러낸다. 프랜과의 인터뷰 영상을 주제별로 엮은 이 시리즈는 70대 뉴요커의 시니컬한 화술이 빛난 작품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응과 공감을 얻어냈다. 

프랜 리보위츠의 저서 「나, 프랜 리보위츠」는 저자가 2030대 여러 잡지에 기고한 칼럼 에세이를 묶은 선집이다. 부별 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대도시 생활(1978)」과 「사회 탐구(1981)」로 발간된 바 있는 별도의 2권을 묶어 1994년에 다시 펴낸 것이다. 

택시 운전기사, 청소부, 포르노 작가 등으로 일하던 프랜은 앤디 워홀이 창간한 잡지 ‘인터뷰’에 칼럼을 기고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세대 및 계급 담론의 경계를 허무는 촌철살인 유머와 대도시 문화 전반을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진정한 재담가로 인정받았다.

칼럼을 통해 거침없이 논평을 쏟아내는 프랜에게 대중은 크게 환호하며 신작을 기다렸지만 1994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작품을 쓰지 않고 있다. 이 책은 1994년에 낸 단행본이 40여 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한국에 소개되는 것으로, 독보적인 만평가이자 유머 작가로서 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단행본이다. 

엄청난 다독가로 알려진 프랜은 토니 모리슨, 찰스 밍거스, 루 리드, 마틴 스코세이지, 칼 라거펠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교류해온 뉴욕 문화예술계의 중요 인사이기도 하다. 허를 찌르는 농담과 대놓고 통념을 까발리는 솔직함으로 많은 이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미국 전역과 유럽에서 강연과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대도시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만인의 문제와 일상 전반은 그가 펼치는 재담의 중심 소재다. 길거리 혼잡 소음과 음악 사이의 간격, 옷에 박힌 로고나 개념 없는 프린팅에 대한 불만, 택시기사끼리 주고받는 은어의 세계, 우편배달 지연의 이유와 우체국공무원의 내면을 연계한 상상적 변명 사유, 빌트인 가구가 딸린 최첨단 주거건축 인테리어의 무신경함 등이 재치 있는 격언과 더불어 웃음을 자아낸다. 

프랜의 유머에는 도시인으로서 마주한 인종, 계급, 젠더, 경제 및 문화 불평등에 관한 사유가 깔려 있다. 또한 여성이자 레즈비언이자 유대인이자 칼럼으로 그날그날 먹고사는 작가로서의 여러 정체성이 그가 겪은 도시사회 및 일상과 어우러져 신선한 위트로 다가온다.

저자는 “나는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 방법을 배우고픈 마음도 없다”며 ‘역사 전반에 걸쳐 무리 지어 단결하는 안타까운 경향’을 보여온 사람들에게, 시종일관 누구의 입장도 아닌 오직 자신의 편에서 이야기한다. 

세 가지 스토리 

「소비단식 일기」
서박하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미쳤어, 내가 이 돈을 다 썼다고?” 이 책은 어느 날 카드 한도 초과 문자를 받은 사람의 비명으로 시작한다. 어디에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 카드 값에 충격을 받은 이 책의 저자는 생필품 외엔 아무런 소비도 하지 않는 ‘소비단식’을 시작했다. 소비단식의 치열하고 웃픈 여정이 일기 형식으로 펼쳐진다. ‘내가 소비한 것이 나를 보여주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끊고 삶을 가볍게 살아가는 모습은 자극이 돼 줄 것이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김도훈·김미연·배순탁·이화정·주성철 지음|푸른숲 펴냄 


‘시네필(cinephile·영화 애호가)’ 다섯명의 영화 이야기를 엮은 에세이다. 영화를 비디오로 돌려 보고, 탐독할 수 있는 영화잡지만 10여종에 달했던 1990년대부터 OTT와 유튜브가 극장가를 위협하는 지금까지…. 영화계에 몸담고 있지만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 ‘영화인’들의 애정 고백이기도 하다. 이들은 “영화는 나에게 취미였던 적이 없었다”면서 “영화는 선생이었고, 친구였고, 연인이었으며, 인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알고 있다는 착각」
질러언 테트 지음|어크로스 펴냄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은 수시로 빗나가고, 선거에선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 기술 혁신은 위험 요인으로 돌변하고, 소비자 조사는 현실을 호도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왜일까. 파이낸셜 타임스의 편집국장이자 인류학 박사인 저자는 기존의 사회 분석 도구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복합적인 원인들을 밝혀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그 이면의 ‘단서’를 포착하고 문제를 통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