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 | 먹통 사태에 국감 출석 불가피
허영인 SPC 회장 | 제빵공장 사망 사고에 확산하는 불매 운동

# 이태 연속 국회의 질책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는 독점, 올해는 먹통 논란이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서비스가 일시에 중단됐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다시 한번 기로를 만났다. 

#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분위기가 심각하다. SNS 등에선 불매운동 분위기가 감지된다. 20대 여성 노동자가 배합기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SPC가 또 기로에 섰다.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

지난해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카카오와 김범수(56)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었다. 플랫폼 독점에서 기인한 폐해가 불거지면서 국회가 이들을 정조준했기 때문이었다. 김범수 전 의장은 이때 국감에 세차례나 출석했다. 

이 때문인지 카카오는 ‘밉상 이미지’를 털어내려 애썼다. 회사 차원에서 30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하고 이행해 나갔다. 김 전 의장은 골목상권에서 철수하겠단 의지를 밝히면서 의장직도 14년 만에 내려놨다. “골목을 떠나 해외시장에서 싸우겠다”는 김범수식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국내 경영에서 손을 뗀 김 전 의장이 올해 국감에 불려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국감이 시작된 4일까지만 해도 그를 증인으로 채택한 상임위는 없었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올해도 국회의 질책을 피하지 못할 듯하다. 국회 과방위가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명단에 김 전 의장을 넣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장이 국감에 불려나가는 건 ‘카카오 먹통 사태’ 때문이다. 이 사태는 지난 15일 카카오가 입주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터졌다. 카카오톡ㆍ카카오Tㆍ카카오페이ㆍ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서비스가 일시에 중단됐고, 세상도 멈춰섰다.

사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다는 이유로 서비스 전체가 멈춘 것도 문제였지만, 더 심각한 건 수일이 지나도록 복구를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의 위기 대응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어쨌거나 카카오는 폭넓은 보상책을 약속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의장의 책임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감에 나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어떻게 책임을 질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왼쪽) SNS를 중심으로 SPC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왼쪽) SNS를 중심으로 SPC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20대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사망했다. 지난 15일 오전 6시께 경기도 평택 소재 SPL(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했고,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A씨는 2인 1조 근무였지만, 다른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에 따르면 허영인(73) SPC그룹 회장은 사고 다음날인 16일 사고 직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만나 사죄의 뜻을 밝혔다.

17일에는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21일에는 서울 양재 SP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검하고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다음날 해당 작업장을 폐쇄하지 않고 곧바로 작업을 재개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먼저 헤아리고 보듬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SPC는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전사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SPC그룹 전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진단 실시 ▲전문가‧현장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 구성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 확충 ▲노조와 소통을 통한 근무환경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심상치 않다. SNS 등 온라인에선 SPC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며 ‘불매운동’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국회는 이미 안전장비 미흡과 관리 소홀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사고가 터진 SPL 공장에선 2017년 이후 올 9월까지 총 37건의 재해가 발생했는데 그중 15건(40.5%)이 끼임 사고였다. 안전장치를 제대로 구축하고 관리를 철저히 했다면 이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PC 관계자는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된 데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현재 경찰 조사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SPC는 약속대로 사고를 제대로 수습해 불행한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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