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건설노조 때리기’의 모순
건설 노조 고질병 근절해야 할 사안
건설사-하도급-노조 불법 고리도 문제 
건설노조 때린다고 문제 해결 안 돼
최상단 건설사에는 아무런 잘못 없나

국토교통부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나섰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찰은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했다. 정부의 명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건설현장에 불법이 판을 치고, 그 중심에 건설노조가 있다’. 이 말은 사실일까. 건설현장의 모든 불법행위는 건설노조 혼자 저지르고 있는 걸까.  건설업체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걸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정부의 건설업계 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 때리기가 한창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규제개혁 민ㆍ당ㆍ정 협의회’에 참석해 “건설노조를 비롯한 일부 집단 세력의 불법적인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70만명에 달하는 건설 노동자들이 피해자다. 학폭 일진들의 횡포에 다수의 학생과 선생과 학부모들이 말 못 하고 끌려가는 것처럼 노동자들 모두가 극소수의 건설노조를 비롯한 일부 집단 세력의 볼모가 돼 있다. 하루빨리 (이들을) 해방해야 한다.” 노조를 ‘악’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후 원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건설현장 내 노조의 불법행위를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고, LH는 지난 1월 18일 “전국 82개 공구에서 270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튿날인 19일엔 국토부가 “전국 1494곳 건설현장에서 2070건의 불법행위가 접수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들 조사 결과는 실제 그만큼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건설사들로부터 ‘건설노조가 어떠한 불법행위를 했다’는 신고만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2월 1일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 관련 협회 및 공공기관 간담회’에 참석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산하에 관련 전담팀까지 꾸리기로 했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건설노조 토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정부의 명분과 노조의 부패 = 정부의 명분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는 ‘법치주의’를 표방한다. 그러니 노조의 불법행위도 용납할 수 없을뿐더러 건설현장을 깨끗하게 손보겠다는 거다.

문제는 이번 조치들로 건설현장이 깨끗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를 ‘건설노조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아서다. 

물론 “건설현장에 노조의 불법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는 국토부와 원 장관의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동안 양대노총(민주노총ㆍ한국노총) 산하의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에서 비상식적인 행태를 벌여온 건 사실이다.

자기 노조에 속한 조합원들을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노조원 간에 싸움을 하는가 하면, 현장 하도급업체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벌어져 하도급업체들이 손실을 입기도 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어느 노조에도 속하지 않은 건설노동자는 모든 이해관계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심지어 건설기계 분야 노조에선 건설기계 임대사업자가 노조의 간부가 돼서 노조를 자신의 이익추구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사업자는 노조의 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불법이었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대노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하 조직에서 일어나는 숱한 불합리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당시 양대노총 관계자들은 “우리가 독립된 산하 노조를 모두 통제할 순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노조가 정부의 토벌 타깃이 된 건 노조가 자초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가 오로지 ‘건설노조 탓’이란 정부의 주장엔 빈틈이 많다. 실제로 정부는 ‘건설노조 불법행위’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접근 방식도 지극히 단편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슨 말일까. 

우선 국토부가 지적하는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사안별로 정리하면 크게 세가지다. ▲건설노동자 취업 관련 불법ㆍ부당행위 ▲사업자의 노조활동 ▲타워크레인 조종사(이하 타워조종사)의 월례비 문제 등이다.

첫째는 주로 공사 전반에 투입되는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일감 문제, 둘째는 건설기계 임대사업자의 노조 악용 문제, 셋째는 타워조종사와 하도급업체들의 문제다. 언뜻 봐도 하나로 묶어서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각각의 원인이 다른 데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건설노조에서 이런 행태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호도했다. 원인 분석부터 잘못했다는 얘기다. 건설노조를 토벌할 생각만 했지, 그들의 얘기를 함께 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은 탓이다. 

■ 건설노동자 취업 문제 = 그럼 각각의 원인은 뭘까. 건설노조가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취업에 개입하는 이유는 건설사들이 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하는 일이 적지 않아서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비율이 10%도 채 안 되는 곳은 부지기수다.

건설현장에서 일하지만 고용은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니 건설노조가 이들의 고용안정을 외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되레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하는 현장을 단속하는 게 우선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집권여당은 건설현장 인력난을 개선하겠다는 명분으로 외국인 고용 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노조가 아니라 진짜 약자인 건설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면서 그들의 일자리를 더 줄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외국인 고용 제한을 해제할 게 아니라 최소한 공공공사에서만은 지역 건설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배분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사업자 노조 문제 = 사업자의 노조 활동은 양대노총 건설노조 내에서도 불만이 많이 나오는 문제다. 여기서 사업자란 두대 이상의 건설기계를 가지고 임대사업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일부 노조는 ‘사업자 노조’를 솎아내려는 자구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고용노동부에 사업자가 포함된 노조의 자격을 박탈하든지 강력한 시정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게 시초다. 이후 수차례의 요청이 더 있었다. 

하지만 노동부는 형식적 시정명령을 내릴 뿐 그 명령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한 적이 거의 없다. 노조가 개선을 바랐지만 정부가 손을 놓은 측면도 없지 않은 셈이다. 

■타워조종사 월례비 논란 = 정부가 원인을 잘못 분석한 부문은 또 있다. 타워조종사들의 월례비 논란이다. 국토부는 타워조종사들이 ‘월례비란 사실상 불법적 돈을 사업체에 달라고 강요하거나 협박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오해의 결과물이다. 공사현장에서 월례비는 하도급업체들이 작업을 진행해선 안 되는 시간에 작업을 요청하면서 생겨난 일종의 사례금이다. 

예를 들어보자. 건설은 다단계 하도급으로 진행되고, 건설사는 공사기간을 줄여 이윤을 남긴다. 그러다 보니 기한을 맞추기 위해선 심할 경우, 비가 오는 날에도 콘크리트를 쏟아붓는다. 높은 건물일 경우 타워조종사가 도와줘야 작업이 가능한데, 그 작업을 요청하면서 월례비를 지급하게 됐다. 불법적으로 공기工期를 당겨야 하는 건설사(주로 하도급업체)가 타워조종사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한 게 월례비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누군가는 타워조종사가 거부하면 그만이지 않은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순진한 발상이다. 익명을 원한 타워크레인 임대사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종사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하도급업체는 즉각 ‘업무 태만’ 클레임과 함께 ‘조종사를 교체해달라’고 요청한다.”

양대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들이 “월례비는 당연히 사라져야 할 부당한 돈”이라면서도 “그러려면 하도급업체들이 조종사들에게 불법적인 일을 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됐다.[사진=뉴시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됐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국토부는 월례비를 제공한 업체들의 주장만을 토대로 월례비 문제를 “타워조종사들의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월례비를 받는 타워조종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왜 월례비가 생겼는지, 건설업체가 공기를 당기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등을 파악하지 않은 채 ‘말단의 문제’에만 칼을 들이댄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론 돈을 준 쪽에서도 대가성 월례비를 줬다면 그 역시 불법”이라면서도 “돈을 준 업체들에 관한 불법성은 검토 중”이라는 애매한 답변을 늘어놨다. 

이처럼 정부가 주장하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의 이면에는 건설업계의 고질병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 사회안전망 정책의 허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당연히 이 속엔 건설사와 하도급업체의 탐욕과 불법행위도 자리를 잡고 있다. 불법행위는 건설노조에만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건설노조에만 모든 책임을 덧씌우고 있다. 이게 과연 공정한 걸까. 이게 정부가 말하는 ‘진정한 약자’를 위한 일일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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