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공화국 현주소➋
편의점 창업 기울어진 운동장
본사가 거머쥔 내부정보의 덫
본사 제시 예상매출액의 위험
악순환 막을 열쇠는 본사 손에

2013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편의점 가맹점주가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점주들을 죽음으로 내몬 근본 원인은  가맹점 간 ‘출혈경쟁’이었다. 이 희생이 편의점 업계가 2018년 근접 출점을 자제하겠다면서 자율규약을 체결한 배경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슬로건은 ‘출점은 신중하게, 폐점은 쉽게’였다. 5년이 흐른 지금은 이 슬로건은 유효할까.

편의점은 손쉽게 창업할 수 있지만 위약금 부담이 커서 폐업이 쉽지 않다.[사진=연합뉴스]
편의점은 손쉽게 창업할 수 있지만 위약금 부담이 커서 폐업이 쉽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편의점 공화국 현주소’ 첫번째 편에서 편의점 가맹점의 폐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살펴봤다. 편의점 본사의 출점 전쟁이 가맹점 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진 게 핵심 이유였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편의점 본사의 규모는 급성장했지만 가맹점 점포당 매출액은 감소했다.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중 2016년 대비 2021년 가맹점 점포당 일평균 매출액이 증가한 곳은 이마트24가 유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GS25는 186만원→170만원, CU는 168만원→162만원, 세븐일레븐은 136만원→130만원으로 모두 감소했다. 그렇다고 이마트24의 상황이 나은 것도 아니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의 가맹점 일평균 매출액은 110만원에서 115만원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업계 최저 수준이다. 

통상 일평균 매출액이 120만원 미만이면 ‘저매출 구간’, 130만~150만원이면 ‘저매출 위험 구간’이다. 이를 감안하면 폐업 위기 경계에 놓인 점주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본사는 왜 점주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출점을 계속하는 걸까. 

■ 서로 다른 계산서 = 편의점 폐업이 많은 두번째 이유는 가맹점과 본사의 ‘손익분기점’이 달라서다. 가맹계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맹점과 본사는 매출이익금(월매출-매출원가)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매출이익금의 일부를 본사가 로열티(가맹수수료)로 받는 건데, 비율은 가맹점 7대 본사 3에서 8대 2 수준이다. 언뜻 가맹점주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 같다. 점주와 본사는 한배를 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점주들의 얘기는 다르다. 

본사는 매출이익금의 20~30%를 로열티로 가져가면 끝이지만, 점주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매출이익금에서 임차료·인건비·보험료 등을 제외한 다음에 쥐는 게 점주의 실제 수익이란 거다. 

편의점 점주 C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편의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담배다. 담배가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지만 마진율은 10%가 채 안 된다. 이 때문에 매출액 대비 매출이익금이 크지 않은 데다,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남은 돈에서 인건비·임차료 등 각종 비용이 빠져나간다. 특히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인건비 부담이 큰데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 점주가 알바보다 못 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본사는 어디든 출점해 매출만 올리면 되니 출점을 멈추지 않는 거다.” 

편의점 본사는 강하게 항변한다. “점주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정착 지원금을 제공하고, 인테리어 비용도 본사가 부담한다.” “본사가 사전에 예상 매출액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 여부를 선택하는 건 점주의 몫이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여기엔 커다란 허점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 위약금의 덫 = 편의점은 창업 초기 비용이 낮다. 임차료를 제외한 가맹비·상품준비금 등 2000만~3000만원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다. 본사가 시설·인테리어 비용을 대신 부담하기 때문이다. 점주의 창업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인데, 이게 되레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점주가 매출 부진 등으로 폐업을 하고 싶어도 위약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커피나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편의점 프랜차이즈 표준계약에서는 위약금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본사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점주가 계약을 마치지 못하고 폐업할 경우 본사에 손해를 입힐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편의점 표준계약서엔 다른 업종 대비 위약금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참고: 물론 공정위가 교부하는 표준계약서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른 업종의 표준계약서 내용을 준용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일례로 CU의 경우 5년 단위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가 계약 기간 내에 폐업할 경우, 직전 12개월간 평균 로열티의 6개월분(기대이익 상실분)과 시설·인테리어의 법정잔존가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위약금 부담이 크다 보니 경영난으로 폐업을 하고 싶어도 맘대로 폐업하지 못하는 점주들이 적지 않다. 

사실 편의점 위약금 문제가 대두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편의점 업계가 상생을 위한 자율규약을 체결할 때도 위약금이 중요한 문제로 다뤄졌다. “경영 상황 악화로 가맹점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게 자율규약의 취지였지만 폐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일례로 경기도에선 지난 3년 8개월(2019년 1월~2022년 8월)간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총 304건 접수됐는데 전체의 23.3%(71건)가 편의점 관련 사안이었다. 그중 위약금(부당한 손해배상 의무) 관련 분쟁이 49.2%에 달했다. 편의점 본사 측은 “점주와 합의해 위약금을 결정한다”고 주장하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폐업도 못 한다”는 점주는 여전히 많다. 

■ 예상 매출액의 덫 = 혹자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창업에 뛰어드는 점주의 잘못도 크다”고 꼬집는다. 물론 점주가 충분히 공부하고 신중히 창업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점주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엔 한계가 있다. 본사가 제공하는 예상 매출액으로 기대이익을 계산해야 한다. 예비 점주로선 이미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더욱이 본사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이 실제 매출액과 차이가 크더라도 가맹점주가본사에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공정거래지원센터 관계자는 “예상 매출액과 관련해 가맹점주가 본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기 위해선 본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편의점주 중엔 영세업자가 많은 탓에 소송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통계청]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본사가 예상 매출액을 서면이 아닌 구두로만 전달하는 경우가 숱하다. 당연히 점주로선 예상 매출액과 실제가 달라도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편의점 출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점포의 예상 매출액을 산정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그렇더라도 상권과 매출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본사가 점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본사가 출점 경쟁을 멈추고 가맹점과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가맹점이 내실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진한 점포에 대해선 퇴로를 열어주거나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결국 편의점 창업과 폐업, 악순환을 막을 키는 본사가 쥐고 있다. 과연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과 상생을 택할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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