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판매 1위 전기차 업체 BYD
순이익 테슬라가 8배 많아
전기차 1000만 시대에 숨은 변수
니켈·리튬 등 가격 가파른 등락 거듭
충전 인프라, 업체간 패권전쟁 주목
G2 기싸움 등 지정학적 이슈 꿈틀

지난해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수가 1000만대를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등록된 전기차가 1083만대로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가파른 증가세 때문인지 순위도 바뀌었다.

전기차 시장이 ‘1000만대’ 시대를 맞았다. [사진=뉴시스]
전기차 시장이 ‘1000만대’ 시대를 맞았다. [사진=뉴시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2018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지켜오던 1위 자리는 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에 넘어갔다. BYD는 지난해 전기차 187만 대를 팔았다. 테슬라의 판매량은 131만대였다. 

BYD는 배터리 사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배터리의 성공을 기반으로 2003년 중국 국영 자동차회사를 인수해 2005년 첫 전기차를 출시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두배씩 성장하면서 이미 자국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이 회사의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탄력을 받지 못했고, 다른 사업 부문이 실패하면서 오랜 기간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랬던 BYD가 지난해엔 다른 실적을 남겼다. BYD의 2022년 매출은 전년보다 90% 이상 늘어난 4200억 위안(약 76조원), 순이익은 4배 이상 증가한 16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BYD의 주가는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최근 1개월 동안 2.67% 상승하고, 올해 들어선 7.92% 상승한 281.13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BYD가 이처럼 순이익을 4배나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테슬라의 순이익에는 미치지 못한다. 테슬라는 차 한대당 평균 순이익이 BYD의 8배 이상이다. 디지털 경제매체 쿼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테슬라는 2위보다 5배 가까이 많은 9761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BYD가 순이익 면에서 결코 떨어지는 회사는 아니다. 테슬라의 수익성이 압도적일 뿐이다. GM의 한대당 순수익은 2000달러대로, 테슬라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가 자사 전기차를 테슬라보다 더 많이 팔아도 순수익은 테슬라의 8분의 1에 불과할 정도다. 덩치를 키운 BYD로선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전기차 시장은 향후 어떻게 재편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는 요소로 전기차용 ‘2차전지(전기차 배터리)’를 꼽는다. 
다른 부품들과 달리 배터리는 가격 변동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품은 배터리뿐이다. 


그래서인지 일론 머스크는 소재·배터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자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리튬 가격이 제정신이 아닌 수준”이라며 “테슬라가 실제로 광산이나 금속정제사업에 진출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많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만큼 리튬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추출과 정제 과정이 느리다”고 지적했다. ‘탄산 리튬’ 광석 5톤(t)에서 추출할 수 있는 리튬양은 1t가량에 불과하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발언 직후 실제로 영국 광산회사 리오 틴토에서 일하던 한 지질학자를 고용했다. 리오 틴토는 호주 광산에서 철광석‧구리 등을 채굴하고 제련하는 회사다. 

전기차 배터리로 쓰이는 리튬이온 2차전지는 리튬의 화학 반응으로 충전한다.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돼 있다. 리튬 산화물로 돼있는 양극재에서 이온이 빠져나와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충전이 되고, 이온이 양극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또다른 핵심 소재인 니켈은 양극재에서 전기 반응에 관여하는 활물질로 쓰인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 변수➊ 춤추는 배터리 소재=문제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의 가격이 최근 들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현재 리튬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t당 47만25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60만 달러에 육박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떨어졌지만, 1년 전으로 기준점을 바꾸면 18.87% 오른 셈이다.

니켈 선물 가격은 CME에서 t당 2만6409달러로 1년 전보다 12.24% 상승했다. 1만5000달러대에서 오르내렸던 니켈 가격은 지난 3월 갑자기 치솟으며 4만8000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 변수➋ 충전 인프라=전기차 시장판을 뒤흔들 만한 변수는 또 있다. 충전 인프라다. 지난해 미국은 인프라법을 통과시키면서 충전 인프라에 앞으로 9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충전소 인프라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 속도와도 맞닿아 있다.

언급했듯 리튬이온 2차전지의 양극재에서 전기적인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을 활물질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많이 쓰이는 소재가 니켈이다. 니켈이 중요한 이유는 이 소재를 활용해 배터리의 용량을 키울 수 있어서다. 최근 전기차 회사들도 한번 충전해서 얼마나 갈 수 있는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주행 거리가 길어지면 충전 인프라에 들어가는 돈도 절약할 수 있다. 


■ 변수➌ 패권 전쟁=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는 점도 따져볼 만한 변수다. BYD처럼 배터리에서 시작한 전기차 회사가 아닌 이상 테슬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전문업체들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전략적으로 특정 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용량 기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는 중국의 CATL로 37.0%를 기록했다. 2위가 13.6%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 3위가 13.6%의 BYD, 4위가 7.3%인 파나소닉, 5위가 5.4%인 SK온, 6위가 4.7%를 차지한 삼성SDI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GM은 LG엔솔과 합작회사 얼티엄셀즈를 만들고, 미국 내에 1개 공장을 가동하고 2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하지만 GM은 4번째 미국 내 배터리공장을 다른 배터리 회사와 합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혼다도 LG엔솔과 미국 내에 배터리공장을 공동 설립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만들었다.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1위는 BYD지만, 순이익은 여전히 테슬라가 가장 많다. [사진=뉴시스]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1위는 BYD지만, 순이익은 여전히 테슬라가 가장 많다. [사진=뉴시스]

■ 변수➍ G2 힘겨루기= 지정학적인 문제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 포드는 중국 CATL과 합작사를 만들어 미국 미시간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최근 SK온과 함께 튀르키예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드는 CATL과의 합작사 지분을 자신들이 100% 보유하고, CATL로부터 제조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법을 우회할 계획이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극심하던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샤오펑·리오토는 상장 폐지에 위험에 처했다. 미국 정부는 회계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회사 160곳을 상장폐지 예비명단에 등록시켰다.

중국 정부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대부분을 압박하면서 이들은 상장 폐지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차량호출업체 디디추싱은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G2의 힘겨루기가 전기차 시장을 흔드는 묘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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