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45개월 불통의 기록❷
Z4, 중간요금제 출시 호재에도…
지난해부터 5G 가입 증가세 꺾여
미흡한 투자로 28㎓ 반납하기도
LTE 골든크로스 달성 쉽지 않아
이통사 합산익 4조원 돌파

국내 5G 고객은 올해 3000만명을 돌파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국내 5G 고객은 올해 3000만명을 돌파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한국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국이다. 출시 5년차를 맞은 올해 가입자 수 3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알뜰폰의 가입자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5G에 가입하면 빠른 속도를 누릴 수 있는데도 왜 '알뜰폰 LTE'에 가입하려는 고객이 적지 않은 걸까. 5G 불통의 역사, 두번째 편에서 알아보자.

이동통신 업계 안팎에선 2022년 가입자 수 ‘3000만명 돌파’를 자신했다. 2021년 가입자 수를 1000만명 가까이 늘린 자신감이 바탕이었다. 하지만 이는 자만심에 불과했다. 품질 불만이 치솟는데 가입자 증가세가 이어질리 없었다.

지난해 초부터 5G 순증 실적은 둔화했다. 2022년 2월(71만6039명)을 시작으로 3월(62만3246명), 4월(56만4912명), 5월(57만1513명), 6월(54만3860명) 등 5개월 연속 순증 규모가 역성장했다. 7월(54만6390명)과 8월(58만1983명), 9월(51만4694명)에도 60만명을 밑돌았다. 

월 평균 75만명씩 가입자를 늘렸던 2021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산업의 성장 둔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기대했던 2022년 가입자 3000만명 돌파도 물거품이 됐다. 최종적으로 2022년 12월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2805만9343명에 그쳤다.  

그사이 삼성전자가 혁신제품인 폴더블폰 ‘갤럭시Z4’ 시리즈를 출시했고, 이통3사는 저렴한 중간요금제를 론칭했는데도 소비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5G가 고객이 만족할 만한 품질을 선보이지 못한 탓이다. 연말엔 KT와 LG유플러스가 기지국 구축 조건을 지키지 못했단 이유로 28㎓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5G는 품질 논란을 겪으면서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했다.[사진=뉴시스]
5G는 품질 논란을 겪으면서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했다.[사진=뉴시스]

 

고객들의 ‘품질 불만’에 반사이익을 얻은 건 알뜰폰 산업이었다. 5G가 상용화하기 전인 774만9516명(2019년 말)이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82만9247명으로 65.5% 증가했다.

2018년(798만9453명)에서 2019년(774만9516명)까지 가입자 역성장을 겪던 알뜰폰 산업이 반등에 성공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비싼데도 잘 터지지 않는 5G 품질 문제 때문이었다.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알뜰폰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어났다는 거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급제 프리미엄 스마트폰+알뜰폰 LTE 요금제’의 결합이 유행했다. 자급제는 단말기를 이통사 판매점이 아닌 곳에서 직접 사고, 요금제는 각각의 통신사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자급제로 단말기를 구입하면 5G 전용 단말기일지라도 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알뜰폰 가입자 증가율(23.8%)은 한자릿수에 머문 이통3사의 가입자 증가율을 아득히 웃돌았다.

■ 5년차 5G의 과제 = 상용화 5년차인 5G 산업이 알뜰폰의 약진을 이겨내고 다시 가입자를 끌어모으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올해 안엔 가입자 수 3000만명을 돌파할 공산이 크지만, 손뼉을 칠만한 일인지는 되집어봐야 한다. LTE는 첫 등장 후 2년 8개월 만에 3000만명 돌파했는데, 이보다 달성 시점이 늦은 데다 가입자 증가세 둔화도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5G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주력 통신기술이 되는 ‘골든 크로스(5G 가입자 수가 LTE 가입자 수를 역전)’는 연내 달성하기 힘든 목표가 됐다. 더구나 차세대 통신기술의 등장으로 일찌감치 뒷전으로 밀려났어야 할 LTE 가입자 수는 감소폭이 되레 줄었다. 

2021년 월평균 35만명씩 순감했던 LTE 가입자 수는 지난해엔 17만명씩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5G 가입자 수와 LTE 가입자 수의 격차는 1815만8113명인데, 지난해 수준의 순증ㆍ순감 추세라면 ‘골든 크로스’는 2년 뒤에야 달성 가능하다. 이통사 관계자는 “5G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가입자를 크게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고객이 즐길 수 있는 5G 킬러 콘텐츠가 나오면 다시 가입자 수 그래프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지만 이 역시 낙관에 불과하다. 

이통3사는 5G를 활용한 가상ㆍ증강현실(VRㆍAR), 클라우드 게임, 스포츠와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왔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꼭 5G여야만 누릴 수 있는 콘텐츠를 상용화 5년차에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정부와 이통사는 5G가 삶을 뒤흔들 만한 통신 혁신이라고 홍보했지만 정작 국민들은 5G를 쓰다가 LTE로 바꿔도 뭐가 달라지는지 알기 어려울 만큼 혁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동통신 업계의 5G 가입자 전환이 더뎌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통3사는 지난해에도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겼다. 2021년 10년 만에 4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고, 가입자 수 3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정작 소비자에겐 실망감을 안긴 5G는 이통3사에만 선물을 건넨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덧없는 성장’이 어디 있겠는가. 5G의 불편한 민낯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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