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이상한 가격정책
가성비 앞세운 노브랜드 버거
짧아지는 가격 인상 주기
본질 흔들리면 소비자 외면

맥도날드, KFC, 롯데리아…. 연초부터 햄버거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햄버거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거다. 가격 인상 대열엔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 버거(신세계푸드)’도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짚어볼 게 있다. 노브랜드 버거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는 최근 빵값을 잡겠다며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빵값은 잡았는데, 햄버거값은 못 잡았다는 걸까.

‘노브랜드 버거’는 가성비를 앞세운 햄버거 브랜드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사진=뉴시스]
‘노브랜드 버거’는 가성비를 앞세운 햄버거 브랜드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사진=뉴시스]

고물가가 민생을 덮쳤다. 직장인 점심 한끼 가격이 1만원대를 넘어섰다. 몰라보게 오른 물가에 ‘장보기가 무섭다’고 털어놓는 사람들도 숱하다. 빵값도 예외가 아니다. 밀가루, 버터, 우유 등 원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른 탓에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푸드가 지난 8일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중 베이커리 대비 50%가량 저렴한 가격에 빵을 판매하겠다는 거다. 

이 프로젝트의 첫번째 제품은 ‘경제적 크루아상’이다. 크루아상 8개입 가격이 5980원으로, 개당 748원에 불과하다. 일반 베이커리 크루아상 가격이 2000~5000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가성비’를 갖췄다. ‘경제적 크루아상’은 신세계푸드 계열사인 이마트 내 ‘E 베이커리’ ‘블랑제리’ 매장에서 판매한다. 

신세계푸드 측은 “원자재 매입 경쟁력과 베이커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를 펼치게 됐다”면서 “소비자의 빵값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제품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인 신세계푸드만의 경쟁력과 노하우로 고물가 시대에도 빵값을 끌어내릴 수 있었다는 거다.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3분기 매출원가율은 85.1%였다. 

신세계푸드로선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를 통해 계열사 이마트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이마트는 지난 3일부터 대대적인 할인 행사 ‘더 리미티드(The Limited)’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물가 시대, 외식하기도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마트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 제품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미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신세계푸드는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이틀 만인 10일 ‘노브랜드 버거’의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다. 노브랜드 버거는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로 2019년 8월 론칭 당시 가장 저렴한 ‘그릴드 불고기 버거’의 가격은 1900원(현재 2800원)이었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해 12월 점포 수 200개 브랜드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상(2월 15일)으로 노브랜드 버거 메뉴 31종 중 23종의 가격이 평균 4.8% 올랐다. 대표 메뉴인 ‘NBB 오리지널 세트’ 가격은 5200원에서 5400원으로, ‘NBB 시그니처 세트’ 가격은 5900원에서 6300원으로 인상됐다. 신세계푸드 측은 “원재료비, 부자재비, 인건비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가맹점주의 수익 보전을 위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신세계푸드는 불과 이틀 전 ‘원자재 매입 경쟁력’을 갖춰 빵 가격을 50%나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홍보 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노브랜드 버거 역시 신세계푸드의 매입 경쟁력으로 가성비를 유지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제적 베이커리 프로젝트’와 달리 노브랜드 버거는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만큼 가맹점주의 수익 보전을 위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를 위한 가격 인상이라는 건데, 장기적으로도 가맹점주를 위한 전략일지는 짚어봐야 한다. 

언급했듯 노브랜드 버거는 가성비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론칭 당시 노브랜드 버거가 내세운 광고 슬로건도 “Why pay more? It’s good enough(돈을 왜 더 내, 이것으로 충분해)”였다. 소비자가 노브랜드 버거를 찾기 시작한 것도, 노브랜드 버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가성비 덕분이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끌어올리면 노브랜드 버거의 강점이 사라질 수 있다. 더구나 노브랜드 버거의 가격 인상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2019년 론칭 이후 2년 4개월 동안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던 노브랜드 버거는 2021년 12월 처음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후 8개월여 만인 2022년 8월 메뉴 40여종의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고 6개월여 만인 올해 2월 또 가격을 올렸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했지만 이젠 경쟁사들과 비슷한 주기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2월 가격을 인상했다. KFC는 지난해 1월, 7월에 이어 올해 2월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런 지속적인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변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노브랜드 버거보다 먼저 가성비 브랜드로 통했던 ‘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의 사례는 ‘가격인상의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 2004년 론칭한 맘스터치는 한때 “혜자롭다”는 소비자의 평가를 받았지만 2019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모펀드 인수 1년여 만인 2020년 6월 대표 제품인 ‘싸이버거’ 가격을 11.7%(3400원→3800원·현재 가격 4300원) 인상하고, 단품 가격이 7500원에 달하는 ‘리얼비프버거’를 내놓는 등 가격을 끌어올린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그해 맘스터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가량 역성장했고, 프리미엄 제품인 리얼비프버거는 1년여 만에 단종됐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호텔외식경영학)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각종 제반 비용 상승으로 외식 업체들이 ‘가성비’ 콘셉트를 유지하는 게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면서도 “신세계푸드가 자신들의 매입 경쟁력을 바탕으로 노브랜드 버거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지면 소비자는 금세 알아챈다. 노브랜드 버거가 당초 내세웠던 가치와 퀄리티를 유지해야 꾸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가성비를 발판으로 성장한 노브랜드 버거는 과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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