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두 얼굴➊
행동가일까 사냥꾼일까
행동주의펀드 엇갈린 평가 
목소리 키우는 행동주의펀드
행동주의펀드에 주가 ‘들썩’

최근 이목을 끌고 있는 ‘행동주의펀드’의 정체는 무엇일까. 주주권리를 강화하는 데 일조하는 선한 펀드일까, 아님 단기수익만 올리면 그만인 사냥꾼의 일종일까. 3월 주총을 앞두고 목소리를 조금씩 높이고 있는 행동주의펀드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주주권리 강화를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주권리 강화를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 KGCI…. 최근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해 투자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는 사모펀드 회사들이다. 쉽게 말해 행동주의펀드는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다음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수익을 내는 헤지펀드를 뜻한다. 

명칭만 봐도 알 수 있듯, 행동주의펀드의 평가는 양극단이다. 한편에선 소액투자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호평을 받지만, 이슈를 만들어 주가를 띄우고 주식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투기꾼이라는 혹평도 받는다. 

그럼 행동주의펀드가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보자. 최근 언급된 행동주의펀드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다. 이 회사는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변화를 이끌어낸 곳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얼라인은 지난해 2월과 3월 SM엔터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감사의 선임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PD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 등을 요구하는 주주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유는 SM엔터가 라이크기획에 과한 프로듀싱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거였다. 얼라인의 지적엔 힘이 실렸다. SM엔터는 지난해 열린 주총을 통해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를 선임했다. 그 이후엔 라이크기획과 체결했던 계약도 조기 종료했다. 얼라인의 움직임은 SM엔터가 경영권 분쟁에 빠지는 ‘도화선’ 역할도 했다.[※참고: 자세한 내용은 파트2 SM엔터 분쟁 드라마 ‘막장의 분기점’에서 다뤘다.] 

연일 뜨거운 이슈를 뿌려대던 SM엔터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월 22일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PD의 SM엔터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얼라인은 멈추지 않았다. 하이브가 일반주주의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입하겠다고 밝히자 매수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와 배경이 어찌 됐든 에스엠 주주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얼라인의 행동 덕분에 SM엔터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탄 건 사실이어서다. 실제로 올해 초 7만5200원이었던 SM엔터의 주가는 지난 16일 13만1900원을 기록하며 75.3%(5만6200원) 올랐다. 28일 기준 주가는 12만7600원이다. 

SM엔터로 바람을 일으키긴 했지만, 얼라인은 국내 7개 금융그룹에도 주주공개 서한을 보내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답이 없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답을 하면 정기주총에서 주주환원 관련 ‘주주제안(용어설명 참조)’에 나서겠다는 엄포도 놨다. 다행히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국내 금융그룹이 배당 확대에 나서면서 논란은 크게 확산하지 않았고, 배당확대 소식에 금융그룹 관련주도 상승세를 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속옷 전문기업 BYC를 상대로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0년부터 BYC에 투자한 트러스톤이 행동을 본격화한 건 2021년부터다. 그해 12월 트러스톤은 BYC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년이 흐른 지난해 12월엔 BYC의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를 지적하면서 주주환원정책 강화, 주식 유동성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공개 서한을 보냈다. 

올 2월에도 2조원에 달하는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한 자사주 매입·소각, 새로운 감사 선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공개 서한을 또다시 보냈고, 3월 열릴 주총에서 BYC와의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는 KT&G를 상대로 주주활동에 나섰다. 두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것은 ▲한국인삼공사(KGC)의 인적분할 후 상장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상향 ▲사회이사 확대 등이다. 

또다른 행동주의펀드인 KGCI는 특수목적회사 에브리컷홀딩스를 통해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불을 댕겼다. 이후 UCK컨소시엄(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털코리아)이 최 회장의 지분 9.16% 사들였고, 공개 매수를 선언했다. KGCI가 공매 매수에 참여하면서 분쟁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적극성을 띠고 있는 행동주의펀드를 향한 시장의 의견은 나쁘지 않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꼽히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어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행동주의펀드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으로 소액주주의 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행동주의펀드가 입김을 불어넣은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최효정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행동주의펀드는 기업의 주가 상승과 한국증시 재평가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며 “행동주의펀드 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코스피와 코스닥 유동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WMI500 대비 14.3%포인트 높다”고 분석했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주주행동은 주가가 가진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주장을 이어갔다. “많은 기업이 오너 일가의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장악하고 있지만 배당 증대 등 소액주주를 위한 정책을 등한시한 것은 사실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주주의 활발한 기업 참여로 이어져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행동주의펀드가 좋은 평가만 받는 건 아니다. 당연히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결국 기업의 주가를 높여 돈을 챙긴다는 점에서 기업사냥꾼과 본질적으로 뭐가 다르냐는 거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의 비판을 들어보자. “지배구조 개선, 배당성향 등을 요구하지만 매입가격보다 주가를 높여 엑시트(exit)하는 게 행동주의펀드의 목적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한다고 해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행동주의펀드가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을 먹잇감으로 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언제든지 기업사냥꾼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거다. 행동주의펀드가 무조건 선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런 부정적 평가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는 라임자산운용이다. 라임자산운용은 2016년 국내 최초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데모크라시펀드’를 출시했다. 애초 목적은 배당이 낮은 기업과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해 기업의 이익을 다수의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켜 투자자에게 1조6000억원대의 피해만 입혔다. 금융당국은 2020년 12월 라임자산운용의 등록을 취소했다. 설립(2012년 3월) 8년여 만의 일이다.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때문인지 많은 전문가는 금융당국 스스로 주주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복 서강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 주주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주주의 권리를 높이려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들도 감시자의 역할과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런 선행조건이 갖춰져야 행동주의펀드가 원래의 목적에서 어긋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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