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리버버스 실패의 답습❷
김포~잠실 가르는 리버버스
김포서 여의도까지 단 20분
환승 포함하면 얘기 달라져
집에서 선착장까지만 59분
여의도까지 총 1시간 28분
시민들 적정출근시간 ‘30분’
리버버스 시민 호응 얻을까

# 김포의 황금빛 들녘을 상징한다는 이름, 김포골드라인. 하지만 개통 이후 줄곧 극심한 혼잡으로 각종 논란을 겪고 있는 비운의 노선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대체교통수단인 ‘리버버스(River Bus)’를 론칭하겠다고 합니다.

# 교통체증 없는 물 위를 마음껏 누비겠다는데, 여기엔 몇가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환승동선도 그중 하나입니다. 더스쿠프의 視리즈 ‘리버버스, 실패의 답습’ 두번째 편입니다.

환승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하지 않는다면, 리버버스는 수상택시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승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하지 않는다면, 리버버스는 수상택시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포에서 여의도까지 20분.’ 꽉 막힌 고속도로가 아닌 한강을 달리는 ‘리버버스(River Bus)’를 타면 가능한 일이라고 서울시는 주장합니다. 리버버스는 객차 내 승객 과밀로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포골드라인을 대체할 교통수단입니다. 교통 당국인 서울시에선 김포골드라인의 혼잡 문제를 풀기 위해 육로가 아닌 ‘물길’에서 답을 찾기로 했고, 그 결과 리버버스란 해답을 내놓았죠. 

앞서 리버버스 실패의 답습 1편에서 살펴봤듯, 서울시의 목표치가 이론상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시속 50㎞ 속도의 리버버스를 타면, 출발점인 행주대교(행주나루터)에서 여의도 선착장(여의도수상관광콜택시 승강장)까지 21분이 소요됩니다. 택시나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10분이나 빠른 속도입니다. 

그렇다고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강명구 서울시립대(도시공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서울시가 발표한) 행주대교에서 여의도를 거쳐 잠실까지 가는 경로는 과거 한강수상택시가 생겼을 때 있었던 관광 노선인데, 활성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배(리버버스)가 도착하고 난 후 승객들을 버스ㆍ지하철 등 다른 이동수단까지 연결하는 게 쉽지 않다.” 

간단히 말해 리버버스에서 기존 대중교통으로 갈아타는 ‘환승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지 않는 한, 대체이동수단으로서 리버버스의 역할엔 한계가 있을 거란 얘기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입니다. 환승동선이 길면, 이동에 필요한 시간도 그만큼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시민들 입장에선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환승동선을 최소화한 교통수단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환승에 걸리는 시간이 긴 이동수단은 기피할 확률이 큽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07년 출퇴근 시간 교통혼잡 완화 및 관광을 목적으로 수상택시를 도입했지만, 끝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비효율적인 환승동선→이동시간 증가→수상택시 이용률 저하란 악순환에 빠진 탓이었죠. 

대안 교통수단으로 각광받던 수상택시의 실패가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이동수단이라고 해도, 효율적인 환승동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거란 사실입니다. 


리버버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선착장에서 대중교통 정류장까지 환승구간을 최소화하지 않는다면, 리버버스 역시 16년 전 수상택시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큽니다. 우리가 리버버스의 환승 체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 그럼 이쯤에서 리버버스의 환승 효율성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집에서 리버버스 선착장까지, 선착장에서 대중교통 정류장까지 거리와 시간을 셈해보는 겁니다. 

이를 위해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남수(34)씨의 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단,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교통상황이란 변수를 배제하기 위해 버스는 전국 8대 광역시ㆍ도 평균 운행속도(19.8㎞/h)를, 지하철은 서울시 평균 표정속도(33.7㎞/h)를 적용해 이동시간을 계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보 시에는 성인 평균 속도(4㎞/h)로 걷는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럼 출발해 보시죠. 

■ 시나리오➊ 지하철 = 평소 남수씨가 이용하는 노선은 승객 밀집도만 241%에 달하는 고촌~김포공항 노선입니다. 매일 아침 그가 회사까지 이동하는 순서는 집(고촌읍 디아이빌7차아파트)→김포골드라인 고촌역→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9호선 여의도역입니다. 

구체적인 경로를 따라가 볼까요? 우선, 디아이빌7차아파트에서 고촌역은 0.5㎞ 떨어져 있습니다. 걸어서 9분 거리입니다. 그다음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에서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이동거리는 5.9㎞입니다. 이동시간은 11분입니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지하철 9호선 환승까지는 도보로 3분이 소요됩니다(이동 거리 0.6㎞). 마지막으로 지하철 9호선에서 여의도역까지 13.3㎞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분이죠. 이렇게 해서 집~여의도역까지 총 이동시간은 46분이 됩니다. 


■ 시나리오➋ 리버버스 = 만약 같은 경로를 리버버스로 이동한다면 어떨까요? 디아이빌7차아파트에서 리버버스 출발지인 행주나루터까지 총 거리는 15.7㎞입니다. 이 여정을 위해선 여덟번의 지하철ㆍ버스 환승을 거쳐야 합니다. 상세한 경로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➊집~김포골드라인 고촌역 버스 정류장(도보ㆍ0.3㎞) ➋고촌역 정류장~백석동 버스 정류장(버스ㆍ7.8㎞) ➌백석동 정류장~지하철 3호선 백석역(도보ㆍ0.4㎞) ➍백석역~경의중앙선 대곡역(지하철ㆍ2.6㎞) ➎대곡역~능곡역(지하철ㆍ1.8㎞) ➏능곡역~능곡역 버스 정류장(도보ㆍ0.2㎞) ➐능곡역 정류장~서원 버스 정류장(버스ㆍ2.2㎞) ➑서원 정류장~행주나루터(도보ㆍ0.4㎞). 

➊에서 ➑까지 루트를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59분입니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닙니다. 행주나루터에서 여의도 선착장→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여의도역 이동까지 필요한 시간도 포함해야죠. 

일단 행주나루터에서 리버버스를 타면 여의도 선착장까지 21분이 걸립니다. 여의도 선착장에서 여의나루역까지는 도보로 6분(이동거리 0.4㎞), 여의나루역에서 여의도역은 지하철로 2분이 걸립니다(이동거리 1.0㎞). 이를 합치면 총 29분의 이동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앞서 계산한 ➊~➑ 구간의 환승시간(59분)까지 더하면, 집에서부터 여의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 28분입니다. 지하철만 이용했을 때(46분)보다 42분이나 늦은 도착입니다. 

2019년 9월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에선 승객 과밀로 인한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년 9월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에선 승객 과밀로 인한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지점에서 혹자는 “집에서 리버버스 선착장까지 택시를 타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론상 택시를 타면 남수씨의 집에서 행주나루터까지 이동거리는 7.5㎞로 줄어듭니다. 교통체증 상황을 반영한 전국평균택시속도(34㎞/h)를 적용하면, 단 13분 만에 행주나루터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행주나루터~여의도 선착장~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여의도역까지 환승시간(29분)을 더하면 총 이동시간은 42분입니다. 선착장까지 이동하는 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하면, 리버버스가 지하철보단 4분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택시요금입니다. 남수씨 집에서 행주나루터까지 택시비는 최소 9400원입니다(경기도 기준). 만약 남수씨가 매일 택시를 탄다면, 한달에 꼬박 28만원가량을 고정비로 지출해야 합니다.

반면, 남수씨가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엔 한달 최소 교통비가 4만3500원입니다(김포골드라인 요금 기준ㆍ하루 1450원꼴). 매일 택시를 타고 리버버스 선착장으로 가는 것보다 23만원 넘게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이라면 숨도 쉴 수 없이 붐비는 지하철과 ‘여유롭지만’ 시간이나 비용이 더 드는 리버버스, 둘 중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실 건가요?

■ 의문➊ 리버버스 경쟁력 = 물론 여러분의 선택을 단정 짓거나 함부로 추측할 순 없습니다. 개인의 선호에 따라 목적지까지 더 빠른 도착을 원하는가 하면, 그보단 더 ‘안전한 이동’을 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참조할 만한 한가지 흥미로운 통계가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민들이 체감하는 출근시간은 ‘30분 이하(36.5%)’ ‘15분 이하(29.7%)’ ‘한시간 이하(28.0%)’ 순이었습니다(교통ㆍ물류 대국민조사). 조사대상 1만명의 84.2%가 한시간을 넘기지 않는 시간 내에서 출근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시민들이 생각하는 적정출근시간으론 ‘30분 이하’가 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리버버스가 시민들의 체감출근시간도, 적정출근시간도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점입니다. 대중교통으로 김포에서 리버버스 선착장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50분이 훌쩍 넘는데, 과연 리버버스가 현실적으로 시민들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비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시민의 40.9%가 ‘이동수단 중 택시요금이 가장 비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시내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27.1%였습니다.

리버버스로 최종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려면 환승수단으로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는데, 매일같이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기존 대중교통 대비 리버버스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의문➋ 가속도 붙은 정책 = 물론 서울시에서도 리버버스와 다른 대중교통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측은 4월 1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행주대교 선착장까지 (시민들의)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김포시에서 셔틀ㆍ노선버스를 투입할 것”이란 계획을 담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는 “현재 ‘한강공원 보행접근시설 종합정비계획’을 통해 한강 주변의 접근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산하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의 관계자도 “선착장까지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선착장 마련 등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죠. 

2016년 서울시가 론칭했던 수상택시는 저조한 이용률 끝에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했다.[사진=연합뉴스]
2016년 서울시가 론칭했던 수상택시는 저조한 이용률 끝에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했다.[사진=연합뉴스]

정책 실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다만, 서울시의 리버버스 정책은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요 예측도, 시설 설비도, 요금 체계도 아직 논의가 이뤄지기 전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서둘러 정책을 추진해도 되는 걸까요?

더욱이 우리에겐 수상택시라는 아픈 전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또다시 한강에서 대안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실현 가능한 대안일까요? 이 내용은 다음편에서 이어가 보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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