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불법 판치는 성지점의 비밀➋
단통법 비웃는 성지점 횡행
합법 지원금 웃도는 혜택 제공
유명무실 단통법보다 유통구조 문제
단말기 자급제 확산하곤 있지만
아직까진 이통사 통한 구매가 대세
단통법 논의에만 매몰돼선 안돼

단통법 시행 10년차에도 불법지원금은 횡행한다. 최신 스마트폰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데다 현금까지 추가로 내주는 ‘성지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회는 단통법 개정안부터 폐지안까지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성지점이 활개를 치고 있는 건 단통법 때문이 아니다. 신뢰를 잃고 탁상공론 중인 정부와 국회, 그리고 탐욕스러운 이통3사의 탓이 더 크다. 

단통법 시행 후에도 불법 판매점 성지점은 되레 활개를 치고 있다. 이 매장의 위치를 ‘좌표’라고 부르며 비밀리에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적지 않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단통법 시행 후에도 불법 판매점 성지점은 되레 활개를 치고 있다. 이 매장의 위치를 ‘좌표’라고 부르며 비밀리에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적지 않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우리는 視리즈 단통법의 그림자 성지점 첫번째 편에서 단통법의 한계를 살펴봤다. 눈치 빠른 사람만 ‘성지점’이란 불법 유통점을 통해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면서 ‘이용자 차별 해소’란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단통법을 폐지하거나 개선한다고 해서 성지점이 사라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엔 휴대전화 유통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 

■ 성지점 가보니… = “상담시 가격을 언급하거나 유도성 질문을 하면 바로 상담 종료합니다.” 단통법이 정한 합법적 지원금보다 더 얹어주는 불법 휴대전화 유통매장, 이른바 성지점을 안내하는 문구다. 성지점의 고객은 명함이나 사원증을 통해 직장을 인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는 모두 불법 매장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폰파라치’를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다.

SNS나 커뮤니티에선 성지점 시세표를 공유하는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동통신 판매점 관계자는 “단통법 입법 초기엔 은밀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웬만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되면서 최근 이통3사의 합법 지원금액도 상향됐지만, 이들은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원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최신 단말기도 성지점에선 공짜로, 그것도 십수만원의 현금을 받고 구입할 수 있다. 

더스쿠프가 텔레그램에서 확보한 한 서울지역 성지점의 시세표를 보자(5월 25일 기준). “갤럭시S23 256GB LG전자 번이(번호이동) -10”이 적혀 있다. 다른 통신사 회원이 갤럭시S23을 통해 LG유플러스로 전환하면 판매 현장에서 10만원을 되돌려준다는 뜻이다. 요금제는 ‘5G 프리미어 플러스(월 10만5000원)’를 6개월간 유지하는 조건이다. 

판매현장에선 단통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법지원금 지급이 여전하다.[사진=연합뉴스]
판매현장에선 단통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법지원금 지급이 여전하다.[사진=연합뉴스]

같은 요금제와 같은 단말기를 일반 판매점에서 사면 어떨까. 갤럭시S23 256GB(출고가 115만5000원)를 고르고 요금제를 5G 프리미어 플러스로 선택하면 공시지원금은 최대 50만원이다.

여기에 추가지원금 최대 7만5000원을 더하면 고객은 총 58만원을 할부로 나눠서 내야 한다. 115만원에 달하는 고가 단말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0만원의 현금을 더 얻을 수 있는 성지점의 조건과는 딴판이다. 

법이 정한 금액을 웃도는 지원금이 오가는데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법을 폐지하면 성지점이 활개 친다”는 우려와 달리 단통법과 무관하게 이곳은 성업 중이란 거다. 성지점을 찾는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단말기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단통법 시행 이전의 상황과 다를 게 없다. 성지점 입장에선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일에서 단통법을 어기는 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동통신 판매업계 관계자는 “법을 어기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도 성지점 같은 음지의 유통 채널은 꾸준히 있었고, 또 흥행했다”면서 “단통법 폐지ㆍ개선 여부와 무관한 일로,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성지점의 막대한 지원금이 누구의 지갑에서 나오느냐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성지점은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곳이다. 일반 매장보다 지원금을 더 주면서 많이 팔고, 적게 남긴다. 그렇다고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각각의 통신사는 신규 또는 번호이동의 방식으로 판매점이 가입자를 모집하면 인센티브를 준다. 그런데 이 구조가 독특하다. 특정 휴대전화나 요금제를 두고 20건, 50건, 100건, 200건 이상 판매할 때마다 인센티브 규모가 몰라보게 커진다. 목표량을 제대로 달성하면 인센티브로 판매 현장 지갑에서 나온 불법지원금을 메울 수 있다.”

이통3사 입장에서도 성지점이 활개 치는 게 나쁠 게 없다. 공시지원금을 10만원 올리면 지출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이 상당하지만, 판매 현장에서 장려금을 뿌리면 소액으로도 번호이동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닌 단말기 지원금의 규모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건 30년 넘게 이어온 한국 이동통신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라면서 “휴대전화 유통 시장을 이통사가 좌지우지하는 이상, 어떤 정책으로든 시장의 혼란을 막진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가 단통법 폐지와 개선 방향을 둘러싸고 논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회가 단통법 폐지와 개선 방향을 둘러싸고 논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 그럼 이 지점에서 다시 단통법으로 쟁점을 돌려보자. 현장에서 가치를 잃은 단통법을 폐지하면 성지점도 힘을 잃을까. 그러려면 이통3사가 소비자를 위해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과연 이런 전제조건이 성립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통법을 폐지하면 이통3사의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단통법의 폐지는 곧 이통3사 입장에선 지원금 제한장치가 풀리는 셈인데, 그렇다고 이들이 지원금을 쏟아낼 가능성은 낮다.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최신 단말기에는 지원금을 최대 33만원 이내로만 지급할 수 있도록 선을 그었던 ‘지원금 상한제 조항’이 일몰됐을 때도 그랬다. 상한이 없어지는 만큼 이통3사가 경쟁적으로 합법적 지원금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흘렀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지원금 상한제 조항’ 일몰 후 이통3사가 최신 단말기에 지급한 지원금은 고작 17만원 늘어난 50만원에 불과했다. 일반 판매현장의 지원금 규모가 낮다보니 고객들이 성지점으로 쏠렸는데,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논의해야 할 해법 = 물론 휴대전화 단말기를 얼마에 파느냐는 이통사의 몫이다. 단말기 제조사는 이통사가 제시한 금액과 물량대로 납품하면 된다. 이통사가 판매실적을 토대로 불법적 장려금을 제공하는 한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문란함은 개선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럼 단통법 이후의 개선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무엇보다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는 좋은 해법이다. 전자제품 매장이나 오픈마켓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판매하는 단말기를 따로 구입하고 통신 요금제를 고르는 단말기 자급제는 국내에 2018년 도입됐고, 실제로 확산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지 않아 단통법 이슈와도 무관한 데다 알뜰폰을 포함해 어떤 이통사의 요금제든 자유롭게 고를 수 있어 경제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통사 판매점을 통해 구입하는 게 대세다.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 유통구조가 소비자에게 익숙해서다. 자급제는 단말기를 일시불로 구입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맥락에서 단말기 유통시장의 키는 당분간 이통3사가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 과기정통위 관계자는 “단통법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가계통신비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이 열릴 때까지 갑론을박을 벌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성지점은 법망을 피해 유유히 장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단통법은 존속가치를 잃었고, 해법을 논의하는 정치권도 신뢰를 잃었다.

이통3사는 소비자보단 자신들의 이익을 끌어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이런 빈틈을 파고든 건 공교롭게도 불법 판매점 ‘성지점’이다. 무능한 정부와 국회, 탐욕스러운 이통3사의 책임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