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 언더라인
넷플릭스 대항마의 추락
OTT 2위에서 4위로 밀려나
OTT 업체 중 유일한 역주행
SK스퀘어 250억원 수혈
모기업 투자만으론 쉽지 않아

# ‘넷플릭스 대항마’로 불렸던 웨이브의 최근 성적이 심상치 않습니다. 3위였던 티빙에 2위 자리를 내주더니, 이제는 쿠팡플레이에도 밀려 업계 4위까지 미끄러졌습니다. 문제는 주요 OTT 업체 모두가 성장궤도를 달리는 와중에 웨이브만 역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이 때문에 최근 최대주주인 SK스퀘어로부터 250억원이란 자금을 긴급 수혈했지만 그 효과를 알 수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과연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웨이브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넷플릭스 대항마였던 웨이브가 4위까지 밀려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 대항마였던 웨이브가 4위까지 밀려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국내 OTT 시장을 선도하고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 2019년 9월, ‘웨이브’가 야심 찬 포부를 갖고 OTT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KBS·MBC·SBS 3사가 만든 ‘푹(POOQ)’이 통합해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국내 1위 통신사와 지상파 3사가 손을 잡은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선 넷플릭스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8년 90만명이었던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 수는 이듬해인 2019년 273만명으로 1년 새 3배나 늘었습니다.

급성장의 비결은 콘텐츠였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제작사와 손잡고 선보인 영화 ‘옥자(2016년)’와 드라마 ‘킹덤(2019년)’이 잇달아 대박을 터뜨린 게 가입자 증가세를 이끌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2019년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데만 2480억원을 쏟아부은 게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런 넷플릭스의 질주에 국내 OTT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고민 끝에 웨이브란 ‘답’이 나온 겁니다.

웨이브의 시작은 꽤 괜찮았습니다. 가입자를 제법 보유하고 있는 두 OTT(옥수수·푹)가 합친 덕분인지 웨이브는 출시한 지 한달 만에 유료 가입자 130만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월간활성화사용자 수(MAU·한달간 해당 서비스를 1번 이상 이용한 사람 수)도 264만명(2019년 9월 기준)을 기록하며 잠깐이지만 넷플릭스(217만명)을 앞서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10개월이 흐른 현재, 웨이브는 출범 초기의 바람대로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자웅을 겨루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오히려 같은 토종 OTT 업체들과의 힘겨루기에서도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웨이브의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1년 전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웨이브는 MAU 433만3433명을 기록해 넷플릭스(115 3만2927명)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티빙(386만4803명), 쿠팡플레이(302만2381명) 순이었죠. 론칭 초기와 비교해 보면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3배 가까이 벌어져 있긴 합니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웨이브는 ‘업계 2위’란 타이틀을 내세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상황은 1년 만에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난 4월 OTT MAU에서 웨이브는 380만2057명을 기록, 티빙(490만9497명)과 쿠팡플레이(429만4050명)에 밀려나 업계 4위로 미끄러졌습니다. 티빙은 2022년 12월 KT의 OTT ‘시즌’을 인수·합병(M&A)해 구독자를 불렸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만년 4등이던 쿠팡플레이보다 MAU가 뒤처지고 있으니 웨이브로선 자존심이 꽤 상할 법도 합니다.

문제는 OTT 업체 중 웨이브의 상황만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왓챠(MAU 74만9228명)를 제외하면, 이번 4월 MAU가 감소세(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를 보인 건 웨이브가 유일합니다.

웨이브는 왜 이런 상황에 놓인 걸까요. 업계에선 웨이브가 만성적인 흥행작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그렇습니다. 티빙은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과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흥행으로 선전하고, 쿠팡플레이도 프리미어리그 중계와 예능 ‘SNL 코리아 시즌3’으로 단숨에 시청자를 끌어모았습니다.

반면 웨이브는 드라마 ‘약한영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의 게임2’가 TV-OTT 통합 비드라마 부문에서 화제성 1위를 기록해 입소문을 탄 게 그마나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굿데이터코퍼레이션·5월 3주차 기준).

지난 4년간 웨이브의 콘텐츠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년간 웨이브의 콘텐츠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그러는 사이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입니다.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17억원으로 전년(558억원)보다 2.1배 증가했습니다. 적자폭이 커진 건 웨이브가 막대한 비용을 콘텐츠에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콘텐츠에만 2111억원(전년 대비 45.4% 증가)을 투자했죠. 그런데도 MAU가 줄고 있으니, 웨이브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일 겁니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추거나 줄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경쟁업체들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콘텐츠에 계속 밀어 넣고 있어서입니다. 넷플릭스는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한국 콘텐츠에 8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티빙도 웨이브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투자액을 707억원(2021년)에서 1167억원(2022년)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웨이브의 지원사격에 나선 건 최대주주인 SK스퀘어입니다. 지난 5월 19일 웨이브는 “보통주 11만6470주를 새로 발행해 총 25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공시했습니다. 이 주식은 모두 SK스퀘어의 자회사인 ‘SK스퀘어아메리카’에 배정됐습니다. 말하자면 모기업으로부터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긴급 수혈’을 받은 셈입니다.

관건은 이 투자금으로 웨이브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입니다. 250억원이 적은 액수는 아닙니다만, 경쟁업체의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일례로,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는 10억~3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4부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제작비가 430억원(이하 업계 추정치)으로 회당 10억원, 16부작 ‘더글로리’가 500억원으로 회당 31억원이 들었으니 틀린 얘기는 아닐 겁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이번 투자금 규모는 넷플릭스의 흥행작 1개 분량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만으론 웨이브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에 모처럼 받은 투자금인 만큼 영리하게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헌율 고려대(미디어학) 교수는 “넷플릭스처럼 한 작품에만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제작방식을 따라가다간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면서 “웹드라마·예능 등 제작비 대비 시청률이 잘 나오는 가성비 좋은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사진=더스쿠프 포토]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웨이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먼저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가 5월 24일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톱스타 이나영의 4년 만의 복귀작이어서인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덴 일단 성공한 듯합니다.

웨이브와 협력 관계를 맺은 해외 OTT 업체 ‘코코(미국)’ ‘레미노(일본)’ 등에 동시 송출해 파급효과도 노리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스카상을 휩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확장판을 국내 독점 공개했고, 인기 배우 유승호가 주연을 맡은 드마라 ‘거래’도 하반기 중에 방송할 예정입니다.

나름 하반기 플랜을 탄탄하게 짰지만, 웨이브가 빼앗긴 2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때 ‘넷플릭스 대항마’로 불렸던 웨이브에도 과연 봄이 찾아올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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