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지수로 본 K-증시➌
OECD 경기선행지수·수출 지표
증시 온도 살피는 또다른 도구
통계상 증시 거품은 빠진 상태
미국 소비 및 대미 수출 불투명
주가 지수 추가 상승 여력 글쎄
장기적으론 하락 우려도 있어

우리는 視리즈 ‘K-증시는 지금’ 첫번째 편에서 버핏지수와 후행 PER을 근거로 한국 주식시장에 여전히 거품이 끼어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분석이 완전무결하진 않다. 어떤 통계든 단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경제전문가들이 제시한 또다른 지표인 OECD 경기선행지수, 수출 지표를 통해 주식시장의 앞날을 내다봤다. 視리즈 ‘K-증시는 지금’ 두번째 편이다.

하반기 국내 증시 그래프는 어디로 향할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반기 국내 증시 그래프는 어디로 향할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버블 없이 폭락 없고, 폭락 없이 버블 없다”.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주식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남긴 말이다. 이 말은 코스톨라니가 주식 시장을 덮치는 거품을 얼마나 예민하게 주시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 IT 열풍이 몰고 올 ‘닷컴버블’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시장의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유럽 전역 증시에서 연평균 2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던 투자의 대가에게도 버블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불청객이었던 셈이다. 

더스쿠프가 ‘K-증시는 지금’ 1편에서 국내 주식 시장의 거품 유무를 살펴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시드머니(투자를 위한 종잣돈)가 많든 적든, 주식에 투자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버블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설사 버블이 도래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어떻게든 손해를 최소화하려 들 거다. 이런 측면에서 주식의 버블 여부를 점검하는 건 위기를 피하거나 정면돌파하기 위한 지름길일 수 있다.  

증시 과열을 가늠할 수 있는 두가지 지표, 버핏지수와 후행 PER을 통해 살펴본 국내 주식 시장은 통계상으론 거품 상태에 있었다. 버핏지수의 경우 값이 90~100% 사이일 때 시장이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해석하는데, 한국 증시의 버핏지수는 이 범위를 초과한 121%였다. 

코스피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50위권 회사의 평균치를 산출한 후행 PER은 33배를 기록했다. 이 역시 기준치(15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참고: 후행 PER은 기업의 현재 주가를 직전 12개월간 주당순이익(EPSㆍ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값이다. PER 값은 주당순이익이 적을수록 높아진다. 이 경우 기업이 거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들 지표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그 이유를 간략하게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각 산업군의 경기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통계다.” “주가에 선반영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나 호재 등을 거품으로 왜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버핏지수와 후행 PER을 대신해 살펴볼 만한 지표는 없을까.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은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사건이 현재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에, 3~6개월 뒤 경기 상태를 전망하는 경기선행지수와 대체적으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거란 이유에서다. 

국내 OECD 경기선행지수와 코스피 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사진=연합뉴스]
국내 OECD 경기선행지수와 코스피 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사진=연합뉴스]

그럼 OECD 경기선행지수로 살펴본 국내 증시는 어떤 모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품은 이미 빠져나간’ 상태다. 자세한 데이터를 살펴보자.

우선 OECD 경기선행지수는 100 이상일 경우 향후 경기가 팽창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한다. 반대로 100 이하일 경우엔 경기가 하강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나라의 OECD 경기선행지수는 2021년 5월 102.8772, 6월 102.7665로 정점을 찍었는데, 이 시기 코스피 지수도 차례로 3200선(5월)과 3300선(6월)을 돌파하며 절정을 달렸다. 

그러나 머지않아 침체기가 찾아왔다. 2021년 9월 101.8439로 내려앉은 OECD 경기선행지수는 2021년 12월 100.9759→2022년 7월 99.9146→2022년 11월 98.8193으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경기가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신호였다.

경기선행지수와 같이 움직인 주가

그러자 주식 시장도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2021년 6월 28일 3301.89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탄 코스피 지수는 그로부터 6개월 만인 2021년 12월 3000선이 무너졌다. 2022년 6월엔 2500선, 11월엔 24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증시에 쌓여 있던 거품이 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후 올해 5월 코스피는 2400~2500선에서 등락을 오가는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공교롭게도 OECD 경기선행지수 역시 2022년 11월 이래 6개월째 98포인트대에 머물렀다. 

자! 그럼 이 지점에서 한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이제 증시 그래프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힌트를 얻기 위해선 향후 경기 동향이 어떨지 살펴보는 게 수순일 거다. 앞서 살펴봤듯 코스피 지수가 OECD 경기선행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서상영 본부장은 경기 현황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수출 지표를 제시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망가지면 우리나라 경제는 더 크게 망가지고,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나라 경제는 그보다 더 크게 개선된다.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서 본부장은 우리나라 무역에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의 소비가 1% 증가하면 우리나라 생산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늘어나고, 미국의 소비가 감소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반토막이 난다”고 지적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미국 소비자가 문구점에서 한국산 볼펜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경우에 따라 한 자루를 사거나, 여러 자루를 한꺼번에 살 수도 있을 거다. 또한, 문구점엔 펜을 사려는 손님들이 여럿 오갈 수도 있다.

여기에 대비해 미국 문구점은 장차 판매할 펜의 수량을 넉넉히 준비해둘 거다. 가령, 실제로 판매되는 펜은 하루에 다섯자루 남짓이라고 해도 만약을 위해 열자루의 한국산 볼펜을 발주할 거란 얘기다. 

볼펜 공장의 메커니즘도 문구점과 다르지 않다. 미국 문구점에선 열자루의 펜을 주문했지만, 볼펜 공장은 나중에 추가 주문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스무자루의 펜을 만들어 재고를 비축해 놓을 거다.

이런 맥락에서 생산은 실제 소비량보다 그 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소비자 한명이 딱 한 자루의 볼펜을 사더라도, 볼펜 공장이 수출한 물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거란 얘기다. 

이는 달리 말해, 미국의 소비가 조금만 늘어도 우리 수출은 급증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미국의 소비가 1% 감소해도 우리 수출은 그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K-증시 덮치는 미국 소비 

중요한 건 수출 감소의 나비효과가 증시까지 덮친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보단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대표하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국내 증시는 기업의 수출 증감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증시 그래프가 우상향하기 위한 조건을 따져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수출국의 소비 증가→국내 기업의 생산 증가→수출 증가→기업경기 상승→증시 활성화.’ 

자! 여기까지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자. 이번엔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국인 미국의 소비 지표를 살펴볼 차례다. 지난 5월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3.8%로 직전 분기(3월 발표ㆍ1.0%) 대비 2.8%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인의 소비가 늘었다는 뜻이니 국내 증시에는 호재다. 

문제는 앞으로다.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신뢰지수는 57.7을 기록했는데, 이는 4월(63.5) 대비 5.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금이야 돈을 쓰고 있지만, 향후엔 경기가 나쁘다고 판단해 지갑을 닫을 공산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표만 두고 보면, 미국의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대표하는 성격이 강하다.[사진=연합뉴스] 

서상영 본부장은 “지금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세에 있다”면서 “세계 경기가 꺾이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우리나라 수출도 계속해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 주가도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로선 코스피 지수에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OECD 경기선행지수와 수출 지표를 통해 살펴본 국내 증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거품은 빠졌지만 주가 지수는 하락할 여지가 있다.” 물론 이 역시 명백한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개별 기업의 경영여건,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건 등 주식 시장을 흔들 만한 변수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서다. 

그렇다면 증시를 내다볼 만한 또다른 척도는 없을까. 서준식 숭실대(금융경제학) 교수는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수익률을 나타내는 PBR(Price to Book Ratioㆍ주가순자산비율)을 통해 증시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K-증시는 지금’ 마지막 편에서 살펴보자.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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