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법인세수 16조원 줄어
감세 정책 내세운 정부
세수부족 대안 내놔야

감세를 정책 기조로 삼은 윤석열 정부는 현실적으로 증세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6월 안에 세수부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감세를 정책 기조로 삼은 윤석열 정부는 현실적으로 증세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6월 안에 세수부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세금이 정부가 예산을 짜며 예상한 것보다 큰 폭으로 덜 걷히고 있다. 그 탓에 국민 세금으로 꾸리는 나라살림, 재정 상황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 적다.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예산 편성할 때 설정한 국세 수입액 목표치(400조5000억원)에서 얼마나 걷혔는지를 나타내는 세수 진도율은 33.5%. 이 또한 역대 최저치다.

월별 국세 수입을 보면 5월 이후도 불안하다. 전년 동월 대비 세수 감소분은 1월 6조8000억원에서 2월 9조원으로 늘었다. 3월에 8조3000억원으로 소폭 줄어드나 싶더니 4월에 9조900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4월은 법인세 분납분과 부가가치세 중간분 신고 시기로 세수가 풍족한 때임에도 감소폭이 커졌다. 

나라살림은 국민에게 거두는 세금을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쓰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경제 상황을 면밀히 판단해 세수를 추계하고, 거두는 세금을 필요한 데 쓰도록 설계해야 한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첫 작품이다. 대선 공약 사업을 시급히 이행하는 한편 이전 문재인 정부보다 빚은 덜 지겠다고 선언했기에 세수 추계를 넉넉히 했을 공산이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정부 전망보다 나빴고, 세금도 덜 걷혔다. 

주요 세목인 법인세부터 그랬다. 1~4월 누적 법인세수는 35조60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조8000억원 적다. 기업들은 매해 3~5월 법인세를 절반 납부하고, 8~9월 중간예납을 통해 나머지를 낸다. 지난해 실적 가결산을 통해 법인세를 중간예납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세금을 추가로 내기는커녕 환급받는 경우가 늘면서 법인세 세수가 줄었다. 

주택 거래가 급감하며 4월까지 양도소득세가 지난해보다 7조2000억원 덜 걷혔다. 부가가치세 수입도 지난해보다 3조8000억원 적었다. 기획재정부는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 실적 부진과 부동산 거래 감소, 세금이 많이 걷힌 지난해와 비교하는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수 결손을 기정사실로 인정했다.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는 어렵고, 하반기에 나아짐)’로 간다고 해도 ‘하고下高’가 그간의 세수 감소 34조원을 전부 복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세수 결손을 충당하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세금을 더 거두든지(증세), 줄어드는 세수에 맞춰 세출을 줄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감액추경)하든지, 국채를 발행해 세수 부족액을 메우든지 해야 한다.

이미 크나큰 세수 추계 오류를 범한 정부는 세수 결손 규모 추정과 대책 마련도 주저하고 있다. ‘세수 결손 규모는 5월 종합소득세 및 7월 부가세 신고를 받아 봐야 윤곽이 잡힌다’ ‘8월이나 9월 초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식이다.

윤석열 정부의 세금정책은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을 인하하거나 공제를 확대하는 포괄적 감세가 특징이다. 따라서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정책 기조를 흔들며 증세를 선택하기는 부담스러울 게다.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건전재정 복귀를 선언하면서 임기 5년 동안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억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은 적자폭 58조원,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2.6%로 각각 지난해(117조원·5.4%)의 절반 이하로 편성했다. 이런 판에 수십조원 국채 발행은 건전재정 기조를 허문다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감액 추경이 남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예산을 줬다 빼앗는 인기 없는 일인 데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약 사업 중 일부를 포기하거나 시행을 늦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추경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금 등 여유 자금과 세계잉여금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올해 1~4월 누적 법인세수는 35조60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조8000억원 적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1~4월 누적 법인세수는 35조60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조8000억원 적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예년의 세계잉여금과 예산 불용액으로 보아 이를 긁어모아도 세수 부족액 30여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의 ‘하고’ 기대도 반도체 경기 부진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해 불확실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이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며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실적으로 증세가 어려운 판에 정부는 미적대지 말고 6월 안에 감액 추경이든 국채 발행이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하도록 독려하는 마당에 8월까지 기다렸다간 사실상 감액할 여력이 없어진다. 국채 발행도 연말에 몰리면 쉬이 팔리지 않고 금리가 높아지며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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