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 하락에도 생산비 증가
유윳값 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박
캐나다 높은 유통 마진으로 몸살

우유 가격이 또 오른다. 곡물·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 생산비가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사료의 원료인 세계 곡물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고, 유가도 하락했지만, 여전히 낙농가의 고통은 깊어지고 있다. 왜일까. 

식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윳값 인상이 예고됐다. [사진=뉴시스]
식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윳값 인상이 예고됐다. [사진=뉴시스]

우유 원유原乳 가격이 올여름 또 오른다. 협상을 시작한 낙농가와 유제품 업체들은 L(리터)당 60~100원대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유를 사용하는 식품의 가격들도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하반기 중 인상된 우유 가격이 반영되면 식품 가격은 다시 한번 크게 오르면서 물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 곡물‧유가는 하락=낙농가와 유제품 업체는 우윳값을 올려야 하는 이유로 사료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를 꼽는다. 배합사료 원료는 대부분 수입 곡물이다. 

그런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곡물가격지수는 하락하는 추세다. 세계곡물가격지수는 올해 1월 147.5, 2월 146.7, 3월 138.6, 4월 136.1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곡물, 설탕, 유제품 가격을 포함한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지난해 11월 134.7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 131.8, 올해 1월 130.2, 2월 129.8, 3월 127.0, 4월 127.7, 5월 124.3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5월 식량가격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하락했고, 4월보다도 2.6% 하락했다. 실제로 농협은 지난해 12월 가격 인하 요소를 반영해 사료 가격을 ㎏당 평균 3.5% 인하했다.    

유엔 FAO의 유제품 가격 지수 역시 2020년 101.8에서 2021년 119.1, 2022년에는 142.4로 정점을 찍고, 다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국내 우유 가격은 상승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이 모두 우유 완제품의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례로,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저지방 우유 완제품 가격은 무려 47.9% 급등했다. 실제로 런던 주식거래소에 상장된 유가공업체 ‘케리 데어리 아일랜드’ 실적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가 지난해 9개월 동안 우유 가격을 36.6% 올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유가 뭘까. 

■ 사료 가격이 원인=한국의 경우 곡물 가격 하락이 사료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축산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젖소용 배합사료의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월평균 가격은 ㎏당 635원으로 2021년 평균인 531원보다 19.6% 올랐다. 11월 가격은 70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한국 우유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사료비가 우유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상승했다. 원유 가격이 L당 436원이던 2000년 사료비 비중은 48.2%였는데, 원유가 L당 809원이던 지난 2021년 사료비 비중은 54.9%로 오히려 늘어났다. 

통계청의 ‘2021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유 100L 생산비 중에서 사료의 비중은 55.2%였다. 이처럼 사료비 비중이 늘어나면서 낙농가의 2021년 기준 순이익은 전년보다 8.5%나 감소했다. 

■ 높은 유통 마진= 과도한 가공‧유통업체의 마진도 우유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는 우유 관련 산업의 이익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5년 동안 소비자가 지불하는 우유 가격에서 낙농가의 원유수취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9%, 우유 가공업체의 마진은 23.5%, 유통 부문의 마진은 35.6%였다. 우유 마진 중 59.1%를 가공업체와 유통업체가 가져간다는 얘기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캐나다의 방송매체 글로벌뉴스는 지난해 10월 ‘우유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유 가격이 치솟는데도 낙농가는 고통받고 있다”며 “슈퍼마켓들이 캐나다의 우유 가격을 6개월마다 결정하는 캐나다낙농위원회(CDC)의 가격인상분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CDC가 지난해 10월 우유의 목장 출고가격을 2.2% 인상했지만 소비자판매가격은 6.0%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