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지수로 본 K-증시➋
거품 여부 판별하는 지표
버핏지수·후행 PER 통해
증시 살펴본 결과, ‘거품’
하지만 호재·기대감 반영
어렵다는 한계점도 존재

최근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극명하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코스피 지수가 갇혀 있으니 익절할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극심한 하락장을 겪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쌓인 거품을 털어냈으니, 이젠 지수가 회복할 일만 남았다는 거다. K-증시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 더스쿠프가 버핏지수와 후행 PER이란 지표를 통해 K-증시의 현주소를 가늠해봤다.  視리즈 ‘K-증시의 지금’ 두번째 편이다.  

지난 5월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6월, 국내 증시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3 00선을 돌파한 거다. 2020년 3월 한때 14 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후 수직 상승하더니 2021년 1월 7일 3000포인트 고지를 밟았다.

그로부터 5개월여가 흐른 6월 28일 코스피는 3301.89포인트를 찍으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여기까지 1년 3개월간 코스피 상승률은 126.5%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우울한 그림자를 지우기에 충분한 수치였다. ‘폭풍 매수’로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개인투자자)는 물론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 모두 샴페인의 뚜껑을 딸 만했다. 

물론 환호의 뒤편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단기간 급등한 주가를 냉정하게 분석한 누군가는 ‘거품’을 논했다. 과도한 투자 열기가 주식의 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불안은 현실이 됐다. 2021년 6월 정점 이후 3100~3200선을 오가던 코스피는 그해 10월 3000선 밑으로 내려가며 하락의 전주곡을 울렸다. 이듬해인 2022년 1월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올 초(2023년 1월 3일)엔 2218.6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후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5월부터 지수는 2400~2500포인트 사이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주목할 점은 답답한 국면 속에서도 시장의 기류가 마냥 비관적인 건 아니라는 거다. 일부 투자자는 지금을 “코로나19 당시 쌓인 거품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라고 해석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증시가 바닥을 기었으니, 이젠 박스권 장세를 지나 주가가 오를 일만 남았다.”

과연 이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을까. 이 질문은 중요하다.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투자의 성패가 갈릴 수 있어서다. 몇몇 투자자의 말대로 국내 증시가 이미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은 상태라면 이만한 투자 적기가 없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여전히 빠져야 할 거품이 남아 있거나 빠졌던 거품이 다시 쌓이고 있는 상태라면, 미래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투자를 미루는 게 상책이다. 

버핏지수와 후행 PER은 증시 과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지만 한계점도 지니고 있다.[사진= 미국외교협회 제공]

일단 증권가에선 ‘시장 긍정론’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타이밍이란 거다. 일례로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은 하반기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타고 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금리 인하, 내년도 경기 개선 가능성, 상장사 이익 전망치 증가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전망들은 주식 시장에 여전히 껴있는 ‘거품의 존재’를 오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증시에 거품이 있는지 아닌지 따져봐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증시 과열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지표를 활용하는 거다. 우리가 살펴볼 지표는 두가지다. 하나는 버핏지수, 또다른 하나는 후행 PER(Price Earning Ratioㆍ주가수익비율)이다.   

버핏지수는 증시의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수치다. 버핏지수를 통해 우리는 한 나라의 주식 가격이 그 나라의 상품ㆍ서비스 생산 능력에 비해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 혹은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버핏지수가 70~80% 이하면 주가가 과소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100% 이상이면 해당 국가의 주식 가치가 과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후행 PER은 기업의 현재 주가를 직전 12개월간 주당순이익(EPSㆍ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값이다. PER 값은 주당순이익이 적을수록 높아지는데, 이 경우 기업이 거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반면 주당순이익이 클수록 PER 값은 낮아진다. 이때는 해당 기업의 가치가 실제 달성한 이익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PER 값의 기준점은 15배다. PER 값이 15배를 초과하면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자, 그렇다면 버핏지수와 후행 PER로 살펴본 국내 증시는 어떤 상태일까. 5월 18일 기준 국내 버핏지수는 121%다. 코스피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평균 후행 PER 지수는 33배다. 수치만 보면 현재 주식 시장에 거품이 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 투자자들의 관측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서기수 서경대(금융정보학)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돈을 워낙 많이 풀면서 당시 시장에 흘러 들어갔던 유동성이 아직 덜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같은 단기자금의 운용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MA란 고객예탁금을 국공채ㆍ어음 등의 단기금융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계좌다. 통상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피해 단기간 자금을 운용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 때문에 CMA 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재개하기 위한 대기 자금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CMA 잔고가 늘면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하지 않고 ‘투자 보류’ 상태로 멈춰 있단 뜻으로 해석한다. 반대로 CMA 잔고가 줄면 투자처를 찾은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월과 지금 현재 CMA 잔고를 비교한 결과는 흥미롭다. 5월 31일 기준 CMA 잔고는 68조1237억원으로 2021년 5월 말(69조2071억원)보다 1조834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넘쳐흐르던 유동성이 줄어들기보단 되레 1조원이 넘는 추가 자금이 증시에 유입됐다는 거다. ‘유동성이 덜 빠져 거품을 나타내는 지표(버핏 지수ㆍ후행 PER)의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란 명제에 일리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버핏지수와 후행 PER의 결괏값을 곧이곧대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기에 민감한 시장”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산업을 살펴보면 반도체, 자동차, 유화, 철강 등으로 자본집약적인 산업이 많다. 이들은 감가상각이 크고 수요의 부침이 심해서 경기에 따라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따라서 경기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고 주식의 밸류에이션(가치)을 단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 역시 “버핏지수와 후행 PER 수치 자체가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론 증시가 거품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면서 “주가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말을 자세히 풀어보자. 서 본부장의 말대로 주가는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일’이 ‘현재의 가격’에 반영되는 선행지표다. 이에 반해 버핏지수와 후행 PER은 이미 나온 결과를 토대로 산출하는 후행지표다.

후행지표는 앞으로 벌어질 추세나 반전 등의 시그널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후행지표(버핏지수ㆍ후행 PER)로 선행지표(주가)를 살펴볼 경우엔 자칫 통계상 착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령, 기업의 실적이 떨어지면 주가는 하락하는 게 생리다. 하지만 현실에선 기업의 실적이 떨어져도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주가가 선행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상영 본부장은 “특정 시점부터는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신호들이 미리 나오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기업의 실제 실적은 좋지 않아도 미래 전망이 나쁘지 않으면 그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 이런 현상까지 거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개별 종목의 시세가 오른 건 일련의 호재가 선반영된 덕일 수 있는데, 후행지표인 버핏지수와 후행 PER로는 이런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거품이 아닐 수 있는 종목도 거품으로 왜곡될 여지가 생긴다.

종합하면 버핏지수와 후행 PER만으론 주식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기엔 부족한 건데, 그럼 우린 지금의 증시를 어떤 방식으로 살펴봐야 할까.

서상영 본부장은 증시 흐름을 읽어내는 또다른 도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와 수출 지표를 제시했다. 놀랍게도 버핏지수, 후행 PER로 살펴본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視리즈 지수로 본 K-증시 세번째 편에서 이어가겠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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