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미국장 마켓예보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투자은행 톱3 일제히 비관론
FOMO 랠리로 강세장 이어져

월가의 전망과 달리 상반기 미국 증시는 좀처럼 저점을 내주지 않았다.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월가 톱3 투자은행들은 “상반기 저점 근접” 전망이 어긋나자 이제 “하반기 약세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들의 하반기 약세 전망의 이유와 최근 강세장의 원인을 분석했다. 6월 넷째주 마켓예보는 올해 하반기 미국장 전망이다.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월가 톱3 투자은행의 경기 전망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월가 톱3 투자은행의 경기 전망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 빗나간 전망=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들은 올해 미국 증시 전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가 예상외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에서는 선행지수와 노동지표에서 강한 경기침체 신호가 발생하면서 ‘상반기 하락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올 1월 2023년 시장 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S&P 500 지수는 지난해 저점을 경신할 가능성을 시험해볼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을 멈추고 다시 자산 가치의 회복을 주도하면서 하반기에 S&P 500은 42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은 달랐다. 연준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에 주목하며 긴축 모드를 쉽게 접지 않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연준은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주춤하지만 여전히 강세를 띠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대형주 중심의 S&P 500은 올해 들어 14.58% 상승하면서 지난 22일 4381.89를 기록했다. 

■ 투자은행 톱3의 비관=골드만삭스는 22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최근 성장 기대감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다”며 “미국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반영하면 S&P 500 지수가 잠재적으로 23%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의 코맥 코너스, 데이비드 코스틴 애널리스트는 메모에서 “12개월 내 경기침체 발생 확률은 25%”라며 “S&P 500이 하반기 34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미국 증시의 하반기 침체를 예상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미국 주식 전략가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5일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올해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우리는 S&P 500에 속한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16%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윌슨 CIO는 “우리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정책과 인공지능(AI)이 기업 수익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회장. [사진=뉴시스]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회장. [사진=뉴시스]

JP모건은 불과 두달 전인 지난 4월 5일 “미국 증시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최근의 상승세는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에 불과하다”며 “주식 투자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펀더멘털이란 증시 상장 기업들의 경쟁력, 증시 유입 자금의 수준 등 기본적인 가치 수준을 말한다. 데드캣 바운스는 주가가 급락하다가 일시적으로 소폭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 펀드매니저의 비관=메이저 투자은행들의 비관주의엔 이유가 있다. 이들은 미국의 실물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소유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했다는 지표가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BoA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조업 ISM지수는 46.3으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는데, 지난 70년 동안 이 지수가 45 이하로 떨어졌던 12번 중에서 1967년을 제외하면 모두 경기침체를 겪었다.

BoA 보고서는 “제조업 ISM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노동시장이 향후 수개월 내에 꺾인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 단기채 수익률이 장기채 수익률을 넘어서는 ‘채권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 세계적인 주택시장의 침체,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세 등을 경기침체 전망의 증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BoA가 지난 5월 대형 투자은행들의 펀드매니저들에게 “향후 12개월 동안 경제가 지금보다 더 강하게 성장할까”라고 물어본 결과, 전체의 65.0%가 “그렇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다. 응답자의 54.7%는 S&P 500 지수가 올해 3500 포인트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고, 그 이하를 예측한 이들도 13.4%에 달했다. BoA 설문 대상 289명이 관리하는 자산은 7350억 달러에 달한다. 

예상보다 쉽게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도 비관론의 배경 중 하나다. 2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서 “(연준 위원들이) 올해 금리를 두 차례 정도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보단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타당하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의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30%,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강세장 이유=현재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힘은 FOMO(Fear of missing out), 이를테면 기회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상에서 나온다는 해석이 많다. 증시에 비관주의가 퍼질 때 오히려 강세장이 나온다는 설명도 있다. 

BoA에서 기술적 분석을 책임지는 스티븐 수트마이어는 지난 21일 “S&P 500 지수에서 저항장벽이었던 4166~4200 구간,  4300~4325 구간이 이제 지지선으로 바뀌었다”며 “지수가 4200을 돌파한 것은 FOMO 랠리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도 지난 20일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 “최근 2주 동안의 주가 랠리는 전문 투자자들이 주도한 것”이라며 “최근 몇 주 동안 FOMO 랠리가 발생하면서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 FOMO가 투자은행의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또 다른 분석은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의 말로 설명할 수 있다. 템플턴은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해져 행복 속에서 죽는다”고 말했다.

그간 투자은행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초 미국 증시가 상반기에 저점을 기록하고, 하반기에 회복한다는 전망에 따라 움직여왔다. 하지만 이 전망이 빗나가면서 채권과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인 펀드매니저들은 FOMO 증후군으로 뒤늦은 랠리에 동참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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