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엔비디아 성장 비밀➋
엔비디아 주가 430달러 선 유지
생성형 AI 항구적 트렌드 돼야
엔비디아 경쟁력도 지속 가능해
챗GPT로 대중성 얻은 AI 기술
소프트웨어 제공하는 엔비디아
시장 장기 집권에 유리한 형국

‘보잘것없던 언더독에서 그래픽 칩의 제왕으로(From a scrappy underdog to the king of graphic chips)’.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마디다. 게임용 그래픽 카드(GPU)를 만들다 이젠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이 회사의 혁신은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 엔비디아 성장의 비밀 세번째 편이다.

생성형 AI 기술이 화두에 오르면서 AI용 그래픽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AI 기술이 화두에 오르면서 AI용 그래픽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視리즈 ‘엔비디아 성장의 비밀’ 두번째 편에서 살펴봤듯, 지금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에 집중돼 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ChatGPT)’가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여기에 쓰인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GPUㆍGraphic Process ing Unit)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린 거다. 

챗GPT처럼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해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AI를 ‘생성형 AI’라고 하는데,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에 필요한 GPU의 95%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5월 엔비디아의 주가가 지난해 연저점(10월 14일ㆍ112.27) 대비 257% 상승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다만, 고공행진하는 주가가 엔비디아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주가는 호재와 객관적인 지표을 기반으로 상승가도를 달려도, 언제든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 실제로 외신들은 엔비디아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언제까지 왕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How long can Nvid ia hold the crown?)”. 

이 의문엔 합당한 근거도 있다. 엔비디아의 상승세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GPU 시장이 커져야 하고, GPU 시장이 확대하려면 생성형 AI 기술이 ‘반짝 트렌드’에 그쳐선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처럼, 신기술로 주목을 받다가도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례를 익히 봐왔다. 생성형 AI 기술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파괴적 혁신 = 자, 그럼 이쯤에서 시장 한편에 감도는 우려 섞인 의문의 답을 찾아가 보자. 엔비디아의 주가를 떠받친 생성형 AI 기술은 과연 블록체인ㆍ메타버스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생성형 AI 기술에 근간을 둔 ‘엔비디아 신화’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빠르게 가라앉은 여타 신기술과 이번 생성형 AI 열풍은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IT 컨설팅 업체인 테크프론티어의 한상기 대표는 “생성형 AI 기술은 구글이 기존 검색 서비스의 존폐 위기를 느낄 만큼의 혁신”이라면서 “생성형 AI 기술이 전세계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혁 한국기술교육대(산업경영학) 교수 역시 “생성형 AI 기술은 전세계 비즈니스 생태계에 큰 변화를 촉진하는 ‘파괴적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생성형 AI 기술이 화두가 된 건 챗GPT처럼 사람들에게 와닿는 직접적 서비스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의 AI 기술이 개발자들만 쓰는 툴(도구)이었다면, 지금은 대중친화적이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AI용 GPU 가격은 지난 4월 60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의 AI용 GPU 가격은 지난 4월 60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윤 교수는 그의 연구 리포트 ‘ChatGPT를 넘어 생성형 AI 시대로’에서 신기술이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선 일반 대중이 체감할 만한 구체적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챗GPT는 생성형 AI 기술과 대중 사이 접점인 동시에 파괴적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생성형 AI에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앞엔 그만큼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 장기전의 향방 = 관건은 생성형 AI 기술이란 패러다임 속에서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장기 집권’할 수 있느냐다. 이 질문에 윤상혁 교수는 “GPU는 수많은 연산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AI 시대엔 분명한 강점”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령, 챗GPT만 해도 기능이 발전하려면 ‘계산할 수 있는 변수’의 양이 많아져야 한다. 실제로 챗GPT의 가장 처음 버전(GPT-1)엔 변수가 1억개였는데 다음 버전에선 그 수가 각각 15억개(GPT-2), 750억개(GPT-3)로 늘었다. GPT-4의 경우 1조개의 변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변수를 계산하는 GPU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그 성능도 중요해진다. 이를 감안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엔비디아의 가치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엔비디아의 잠재력

최대식 카이스트(전기ㆍ전자공학) 교수는 “기업들이 생성형 AI 모델 중에서도 대형언어모델(LLMㆍLarge Language Model)을 선택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중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최 교수의 얘기를 자세히 풀어보자.

LLM이란 텍스트와 같은 언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련의 결과를 제공하는 생성형 AI 모델이다. 구글ㆍ메타ㆍ네이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론칭했거나 준비 중인 챗봇 서비스에도 LLM이 적용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엔비디아가 LLM을 구현ㆍ응용할 수 있는 GPU는 물론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플랫폼(NVIDIA NeMo)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대식 교수는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LLM 개발에 뛰어들면 당연히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AI가 LLM을 학습하려면 GPU를 최대 몇만개 단위로 주문해야 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GPU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점한 상태”라고 말했다. 생성형 AI 모델 중 LLM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수록 엔비디아의 시장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 경쟁 환경 = 물론 엔비디아에 경쟁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존재가 위협적이다. 이들 모두 AI 모델 훈련을 위한 맞춤형 칩을 이미 보유했거나(구글ㆍ아마존) 개발하고(MS) 있어서다. 가령, 구글은 2016년 텐서처리장치(TPUㆍTen sor Processing Unit)란 하드웨어를 만들어 딥 러닝 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레브라스(Cerebras Systems), 삼바노바(SambaNova Systems), 하바나랩스(Habana Labs), 그래프코어(Graphcore) 등 AI용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신생 스타트업들도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이중 영국에 본사를 둔 그래프코어는 지능처리장치(IPUㆍIntellige nce Processing Unit)라고 부르는 범용 AI 칩을 개발했는데, IPU는 연산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GPU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중 하나인 H100의 가격은 지난 4월 4만5600달러(약 5866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GPU를 넘어서는 ‘칩 개발’이 한창이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엔비디아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메타피직(Metaphysic)의 톰 그레이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 AI의 연구원 일리야 수츠케버는 “(구글의) TPU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GPU와 비교하면 하a드웨어의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비용인데, 대량 생산할 경우 GPU는 여타 칩보다 더 저렴해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나이젤 툰 그래프코어 CEO 역시 “AI가 상용화하면 효율적인 비용 집행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GPU가 AI의 표준이 되면 이를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하는 일은 어렵다”고 털어놨다. AI 개발 현장에선 엔비디아의 날갯짓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불러올 미래

미국의 금융ㆍ투자 전문회사 모틀리 풀은 생성형 AI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가파른 성장이 예견된 이 시장의 이익을 선점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상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AI의 개발 생태계를 만들고 지원하는 일”이라며 “본사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생성형 AI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발굴ㆍ육성하고, 기술 개발ㆍ교육ㆍ시장진입계획(GTMㆍGo-to-market) 전담팀을 꾸려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작업의 뼈대)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AI 산업의 뿌리부터 ‘엔비디아화’하겠다는 포부다.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뿌리부터 장악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뿌리부터 장악하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사진=엔비디아 제공]

AI 시대 패권을 쥐려는 행보를 거침없이 내딛자 주춤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6월 들어 고점(5월 30일ㆍ401.11달러) 대비 6.6% 하락(6월 7일ㆍ374.75달러)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22일 종가 430.45달러로 43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게임ㆍ디스플레이용 GPU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됐던 엔비디아는 AI용 GPU 시장에서 ‘변곡점’을 찾았다. 이는 한 회사를 넘어 전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엔비디아의 발걸음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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