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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대세 플랫폼 등극했지만
크리에이터 관리하는 MCN 부진
활기 잃는 가운데 변곡점 맞아
CJ ENM 철수와 트위치 약관 변경
수익 배분만으론 지속경영 어려워
유튜버 뜨는데 부진한 MCN

“4년 뒤 글로벌 크리에이터 산업은 4800억 달러(약 6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렇게 전망했다. 유튜브, 트위치,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와 이들에게 열광하는 팬들이 더 늘어날 거란 낙관적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4년 뒤엔 이들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MCN 산업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유가 뭘까. 

한국 MCN 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MCN 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버 같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사,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형편없었다. 국내 톱3(다이아TVㆍ샌드박스네트워크ㆍ트레져헌터) MCN 중 한곳인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지난해 매출은 1513억원으로 전년(1136억원) 대비 33.1%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문제였다.

영업손실이 2021년 121억원에서 2022년 253억원으로 두배가량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1년 만에 4배 이상 뛰었다(2021년 46.8% →2022년 207.9%). 실적 부진으로 총자본이 줄어든 탓이다. 또다른 대형 MCN인 트레져헌터는 지난해 수익성을 개선하긴 했지만(2021년 영업이익 -61억원→2022년 -37억원)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암울한 MCN의 실적과 달리 이들이 활약하는 유튜브는 전성시대를 맞았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유튜브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4095만명을 기록해 1위 카카오톡(4145만명)과의 격차를 50만명대로 좁혔다. 두 앱의 MAU 간극이 지난해 12월 144만명에 달했다는 걸 고려하면 조만간 유튜브의 MAU가 카카오톡을 따라잡을 공산이 크다. 이미 월간 총사용시간은 유튜브(15억223만 시간)가 카카오톡(5억3654만 시간)을 넘어섰다. 

유튜버를 비롯해 콘텐츠를 기반으로 개인이 수익을 창출하는 생태계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산업 역시 커지고 있다. 유튜브 분석업체 플레이보드의 통계를 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에서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브 채널은 총 9만7934개다. 이를 우리나라 총인구수(5180만명)로 나누면 국민 529명당 1명이 유튜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유튜브 종주국’ 미국을 능가하는 수치다. 미국의 경우, 국민 666명당 1명이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MCN의 실적이 나쁜 건 뚜렷한 캐시카우가 없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가 얻은 수익을 배분 계약에 따라 얻는 게 대부분인데, 이런 방식으론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단적으로 지난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외주용역비로 878억원을 지출했다. 전체 영업비용(1767억원)에서 49.6%를 차지한다. 외주용역비는 MCN이 수익 배분 계약에 따라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는 콘텐츠 비용의 비중이 높다. 버는 돈이 많아도 크리에이터에게 떼주는 비중이 상당한 탓에 수익성이 신통치 않은 셈이다. 

이는 버는 돈의 상당부분을 가져가는 일반 엔터테인먼트사와는 대조적이다. 엔터사와 비교했을 때, MCN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엔터사가 소속 아티스트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달리, MCN은 소속 크리에이터를 보조적으로 돕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MCN으로선 MD(굿즈), 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 자체 콘텐츠 사업 등 2차 수익원을 폭넓게 활성화해야 하는데, 아직 2차 IP 사업을 키울 만큼 산업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MCN 기업의 체질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산업은 또다른 변곡점을 맞았다. 트레져헌터가 또다른 대형 MCN ‘다이아TV’ 인수 협상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두 대형 MCN 업체의 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편에선 이를 악재로도 본다. 다이아TV가 바로 굴지의 콘텐츠 대기업 CJ ENM의 사업부라는 점 때문이다. 

다이아TV는 CJ ENM이 2013년 ‘크리에이터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국내 최초의 MCN이다. 2015년 다이아TV로 이름을 바꾸고 산업 성장을 주도해 왔다. 임영웅, 헤이지니, 허팝, 입짧은햇님, 세바시강연 등 구독자 수 100만명을 웃도는 대형 크리에이터가 여럿 모여 있다. CJ ENM 입장에선 MCN 시장의 상황을 밝게 보고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었다. 

트위치가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트위치가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올해 들어 CJ ENM의 경영 상황이 여의찮아지면서 다이아TV가 매물로 나왔다. CJ ENM은 올해 1분기 합병법인(CJ 오쇼핑-CJ E&M)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수익성 개선’을 올해 경영 목표로 내걸었는데, 다이아TV의 매각이 하나의 카드로 고려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대로 풀어보면, 유일한 대기업 플레이어였던 CJ ENM이 손을 뗄 만큼 MCN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CJ ENM은 지난해 케이블 방송 채널인 ‘채널 다이아’를 매각했다. 

실제로 MCN 기업은 최근 ‘돈을 벌어들일’ 창구가 줄어들었다. 언급했듯 크리에이터의 벌이가 늘어야 MCN의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인데, 악재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최근 트위치가 약관을 변경한 건 대표적 악재다. 

아마존을 모회사로 둔 트위치는 MCN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와 더불어 대표적인 송출채널로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침착맨과 슈카 등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트위치의 바뀐 약관에는 ‘동시송출 제한’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는 더 이상 유튜브 생방송, 페이스북 라이브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에 동시송출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지난해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화질을 풀HD(1080p)에서 HD(720p)로 낮추면서 고화질을 제공하는 유튜브로의 동시송출을 꾀하는 크리에이터가 적지 않았는데, 이를 차단한 셈이다. 여러 채널로 콘텐츠를 드러내면서 수익을 챙기려던 크리에이터에겐 치명적인 규제다. 

당초 개정된 약관엔 크리에이터가 사용하는 광고의 크기와 종류까지 제한한다고 했지만, 이 정책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거둬들였다. MCN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가 광고를 제한하는 약관 역시 아예 폐기하는 게 아니라 다시 다듬어서 내놓겠단 뉘앙스로 발표했다”면서 “어찌 됐든 크리에이터의 수익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고, 이는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나눠야 하는 MCN 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지난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전체 시장 규모가 2500억 달러에 달했고, 2027년엔 4800억 달러로 두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MCN 업계가 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CN 업체 관계자는 “대형 MCN의 경영도 흔들리는 마당에 나머지 40여개로 추정되는 중소업체들의 상황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4년 뒤엔 생존해 있을 업체가 몇 군데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박인영 사이버한국외대(마케팅경영학) 교수는 “굳이 MCN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그 기능을 대체해 줄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생겨나면서 MCN의 존재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크리에이터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로 수많은 해외 MCN이 사라졌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새 사업모델을 발굴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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