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나비의 혁신
디지털아트의 선구자 역할
아트계에 혁신 바람 일으켜
실버세대 교육의 장 열기도

우리동네 레전드맵 정복기 교육 장면.[사진=아트센터 나비 제공]
우리동네 레전드맵 정복기 교육 장면.[사진=아트센터 나비 제공]

이메일,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카페, 채팅 서비스 등의 개념이 쏟아져 나온 시기는 언제일까. 2000년대 초반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이 태동한 2018년보다 IT혁명이 몰아쳤던 2000년대 초반에 혁신 물결이 더 강하게 일었던 것 같다. 사회의 중심이 종이매체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변곡점도 다름 아닌 이때였다. 

이 시기에 개관한 아트센터 나비는 미디어아트의 센터이자 디지털아트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예술적 감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결합해 아트계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많은 아트센터와 미술관이 회화 작품 위주로 전시회를 열 때 아트센터 나비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여온 건 게 사실이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아트센터 나비엔 모험적인 일이었을 거다. 지금이야 백남준 작가나 이이남 작가 같은 굴지의 미디어아티스트들이 인정받고 있지만, 초기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선 전기 플러그를 꽂아야 하는데, 전시회 기간에 이를 어떻게 유지·관리해야 하는지가 이슈로 떠오르곤 했다. 이는 비용의 문제이자 인력의 문제였다. 

이처럼 전시뿐만 아니라 보관조차 어려웠던 미디어아트는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미디어아트로선 좀 더 간단하면서도 쉽게 전시할 수 있는 일종의 도구를 찾은 셈이었다. 기술이 더 진화한 지금은 건물에 ‘저전력 LED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공간 자체를 미디어아트의 장場으로 만들기도 한다. 미디어아트와 디지털 콘텐츠가 실생활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 이유다. 

이런 경향은 현장에서 잘 느껴진다. 강의를 위해 대학에 가면, 미디어아트와 디지털 시각 예술 콘텐츠를 공모하는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엔 소프트웨어 코딩을 기반한 예술공학이란 분야까지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미디어아트와 디지털 콘텐츠가 이전보다 훨씬 더 대중화했음을 시사한다. 

우리동네 레전드맵 정복기 교육 장면.[사진=아트센터 나비 제공]
우리동네 레전드맵 정복기 교육 장면.[사진=아트센터 나비 제공]

이런 맥락에서 아트센터 나비가 수십년간 진행해온 혁신적인 전시와 기획은 다시 한번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예술과 사회가 어떻게 미래를 맞아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아트센터 나비가 최근 의미 있는 행사를 또 열었다. 8월 8일까지 진행한 ‘우리동네 레전드맵 정복기’다. 이 행사에서 아트센터 나비는 ‘실버세대 융복합 창작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사명은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귀여운 이름인데, 워크숍에서 다뤄진 내용은 놀랍게도 생성 AI ‘미드저니’를 활용해 시각예술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거였다. 실버세대들이 미디어아트 또는 디지털예술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교육의 장을 열었다는 얘기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전시 기획자들이 수많은 고심을 나눴다고 한다. 아트계에서 생성 AI가 만드는 작품의 예술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생성 AI’를 도구로 내세운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우리동네 레전드맵 정복기 교육 장면.[사진=아트센터 나비 제공]
우리동네 레전드맵 정복기 교육 장면.[사진=아트센터 나비 제공]

하지만 필자는 논란이 많은 생성 AI를 활용한 교육 커리큘럼은 세계 미술 교육계에도 많은 함의를 던질 것으로 본다. 예술가가 만들든 AI가 만들든 어쨌거나 선택은 대중이 하는 것이어서다. 이 대중엔 실버세대도 포함된다. 아트센터 나비는 또 어떤 콘텐츠로 혁신을 주도할까. 그들의 다음 스텝이 궁금하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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