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s infographic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시공능력평가 순위 매년 발표
건설사 능력 가늠하는 지표지만
실제 건물 안전 담보하진 않아
평가 기준 바꾸면 달라질까

7월 마지막 날엔 건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순위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순위다. 마치 수능 성적표처럼 시평 순위는 건설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의 한계선을 긋기도 한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 조합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때 시평 순위로 업체를 구분해서다. 시평 10위 내 업체로 입찰 조건에 제한을 거는 방식인데, 이를 근거로 입찰 기회가 달라질 수 있으니 건설사에 시평 순위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시공능력평가제도는 건설업체의 사업수행 능력을 가늠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사진=뉴시스]
시공능력평가제도는 건설업체의 사업수행 능력을 가늠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사진=뉴시스]

그럼 시평의 기준은 무엇일까. 법적 근거를 보자. 건설산업기본법 제23조에 따르면, 시평 순위의 기준은 금액이다(표➊). 이 금액은 ‘공사실적평가액+경영평가액+기술능력평가액±신인도 평가액’으로 결정한다. 

비중은 각기 다르다. 공사실적평가액은 최근 3년간 공사실적액 평균의 70%를 반영한다. 경영평가액은 자본금과 평점을 곱한 값의 80%를 반영한다. 기술능력평가액은 기술인 1인이 생산할 수 있는 금액이 기준이다. 건설사업자가 보유한 실제 기술 인원의 30%까지만 반영한다. 이 금액을 모두 더한 후 내림차순으로 정렬한 게 시평 순위다.

복잡한 방정식을 갖고 있지만, 시평 순위를 매기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건설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순위 대신 점수제(일본)를 사용하거나 항목별 현황을 표시하자는 제안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배점을 다르게 하자는 제안도 있다. 언급했듯 기술능력평가액에는 건설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인의 최대 30%만 반영한다. 고급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더라도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거다. 그나마 국가 공인 인증시험을 통과한 기술사는 1.7, 기사는 1.5, 산업기사는 1.3을 곱하는 등 가중치를 적용해 왔지만, 2016년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해 이마저도 ‘1’로 통일했다(표➋).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시평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건 여태까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표➌). 예를 들어보자. 고용노동부 자료(중대재해 발생이 규모별 동종업종 평균 재해율 이상인 사업장)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여년간 시평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이 맡은 강원도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는 2019년 재해자 15명(중대재해자 1명 포함)이 발생했다. 1000명 이상인 현장 중 재해자가 가장 많았다.

삼성물산과 비슷한 규모인 1000명 이상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재해율(총 노동자 대비 재해자)의 평균은 0.2%였지만 삼성물산은 0.15%포인트나 높은 0.35%였다. 그런데도 2020년 삼성물산은 시평 1위를 유지했다. 가장 많은 재해자가 있었지만 시공능력평가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거다.

다행히 시평에 ‘안전지수’를 넣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2022년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업의 시공능력평가기준 및 방법의 개선연구’ 용역을 발주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공청회에선 이 연구를 통해 신인도 평가항목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개선 방향도 제시됐다.

가령, 중대재해가 발생해 사업주가 처벌받을 때마다 총점에서 12%를 깎거나, 공공공사 안전관리 수준을 평가해 우수한 결과를 받을 땐 6% 가점을 부여하는 식이다(표➍). 국토부는 연구 결과에 따른 개선 방안은 2024년 시공능력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새 제도로 탈바꿈하면 시평은 믿을 만한 ‘평가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