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천원의 아침밥 댓글 팩트체크
천원의 아침밥 인기 끌자
너도나도 학생식당 시식 연출
하지만 이내 인기 시들면서
관련 법안은 소관위에서 계류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끝날라

더스쿠프는 최근 ‘천원의 아침밥 한철 장사였나(통권 559호)’란 기사를 내보냈다. 고물가로 밥값을 걱정하는 청년들을 위한 좋은 정책이지만, 대학 측 부담이 점점 가중되면 언제 사업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러자 “왜 세금으로 대학생들 밥까지 줘야 하냐”는 댓글이 달렸다. 세금으로 대학생들에게 밥을 주는 건 정말 문제일까. 정부와 금배지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댓글에 답하다’ 천원의 아침밥 편이다. 

‘천원의 아침밥’이 지속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사진=연합뉴스]
‘천원의 아침밥’이 지속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사진=연합뉴스]

한끼 식사비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하는 외식 메뉴 8개 중 1만원이 넘지 않는 건 절반에 그친다. 7월 서울 평균가격으로 살펴보면 김밥(3200원), 자장면(6915원), 김치찌개 백반(7846원), 칼국수(8885원)는 만원짜리 한장으로 사 먹을 수 있지만 비빔밥(1만385원), 냉면(1만1231원), 삼계탕(1만6692원), 삼겹살(1만9150원)은 ‘그림의 떡’이 됐다. 

이처럼 급등하는 외식물가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편도족’이 급증했지만, 그마저도 4000~ 5000원은 줘야 사 먹을 수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자 2017년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천원의 아침밥’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학생이 1000원을 내면 나머지를 학교가 부담하는 이 정책은 밥상물가가 치솟던 지난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곳곳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오픈런’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월 28일 오전 8시 경희대 학생식당을 찾았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병민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대출 정책위의장, 강민국 수석대변인 등과 동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월 7일 광주 전남대 학생식당을 방문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과 강기정 광주시장까지 함께한 자리에서 학생들과 ‘천원의 아침밥’을 먹었다. 

당대표들이 앞다퉈 ‘천원의 아침밥’을 먹으며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효과였을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천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41개였던 지원 대상 대학을 145개로 확대했고, 11월까지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할 수 있는 청년도 69만명에서 234만명으로 늘렸다. 서울시 등 “우리도 지원하겠다”는 지자체도 하나둘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기사 아래엔 늘 “국민 혈세로 대학생에게 왜 1000원짜리 학식을 줘야 하냐”는 댓글이 달린다. 더스쿠프의 기사에도 “대학생이면 성인인데, 알바라도 하며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논리의 댓글이 달렸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한쪽에선 “대학생 땐 생산성을 집중적으로 높이는 시기라서 알바보다 공부가 더 가치 있다”면서 “높은 생산성으로 나중에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이득”이란 말로 반박했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최악인데, 지금 대학생들이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리려면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어느 쪽 의견에 동의하는가. 정재훈 서울여대(사회복지학) 교수는 “교육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시각 차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서유럽의 경우 대학까지가 무상교육이다. 교육을 공공재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개인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 사회를 위한 투자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교육을 사유재로 간주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 되는 거다.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다만, 우리가 ‘천원의 아침밥 한철 장사였나(더스쿠프 통권 559호)’란 제목의 기사를 출고한 이유는 대학생에게 ‘값싼 아침밥을 주느냐 마느냐’를 논쟁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핵심은 청년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이 정책을 금배지들이 인기 경쟁에 악용하면 곤란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천원의 아침밥’이 이슈로 떠오른 지난봄, 대학을 찾아 학생들과 1000원짜리 학식을 먹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여야는 서로 ‘우리가 천원이 아침밥 원조’라며 주장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청년 표심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간 ‘원조 논쟁’도 그때뿐이었다. ‘천원의 아침밥’을 향한 정치권의 관심은 금세 시들해졌다. 안민석 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과 조오섭 의원은 각각 4월과 6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학생들의 건강관리와 급식 지원을 위해 예산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호기롭게 발의했지만, 볼썽사나운 정쟁을 거듭하느라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일회성 성과 보여주기식 쇼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똑같다”는 비판 댓글을 피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8월 29일 발표된 2024년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천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을 내년엔 145개교 234만명에서 264개교 397만명으로 확대한다. 대상은 넓혔지만 대학 부담을 줄여주지 않는 한, 중도 포기하는 대학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업을 포기하는 대학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생색내기용으로 그치는 정책이 아니라 청년 문제를 진지하게 공감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당연히 금배지의 ‘인기경쟁’이나 ‘원조 논쟁’은 천원의 아침밥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재훈 교수는 “정책 자체는 좋지만, ‘천원의 아침밥’을 면피용 또는 생색내기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요즘은 금배지가 나서지 않는 게 도움을 주는 시대다. 금배지, 그들만 모를 뿐…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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