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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지출 감소, 가계대출 증가세
한은 올해 성장률 1.4% 전망 유지
한은만 경제성장률 유지한 까닭

한국은행은 28일 공개한 경제전망에서 국내외에 산재한 경제적 어려움을 열거했지만,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과 동일한 1.4%로 유지했다. 낙관적인 경제전망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한국은행이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 한은 낙관론=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 5월 내놨던 경제전망(올해 경제성장률 1.4%)을 대부분 유지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1%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 3.5%, 내년에 2.4%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경상수지는 하반기 흑자를 바탕으로 올해 270억 달러 흑자를, 내년에는 460억 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올해 29만명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4만명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취업자가 19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역시 1만명 상향 조정한 수치다. 

하지만 한은의 예측과 달리 최근 소비 지표들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은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 4~7월 중 국내 소비는 1~3월 대비 월평균 0.5% 안팎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7월 소비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날씨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품목을 제외하면 0.2% 내외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이유로 “올해 양호한 고용과 물가상승세 둔화로 가계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는 가운데 그간 축적된 초과저축이 소비를 뒷받침할 것”을 꼽았다. 

[자료 | 한국은행]
[자료 | 한국은행]

통계청에 따르면 전월 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 -2.3%, 5월 0.4%, 6월 1.0%로 올라가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6개월 만에 하락했다. 언급했듯 7월 소비가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는 다시 안갯속으로 진입했다. 

■ 넘어야 할 산=한은의 전망이 낙관적으로 보이는 건 올해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론 중국의 심각한 경기 침체,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세가 우려스럽다. 대내적으론 가계 소득과 저소득층의 지출 감소가 확연하다. 여기에 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각 지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먼저 소득 감소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원으로 1년 전보다 0.8% 줄었다. 2009년 3분기 1.3% 줄어든 후 최대 감소폭이다. 2021년 2분기 이후 7분기 연속으로 진행하던 증가세도 멈춰섰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지출 감소는 이미 시작했다. 물가상승을 반영한 통계청의 올해 2분기 소득분위별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을 보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를 제외하면 감소하거나 정체됐다. 1~3분위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각각 -2.6%, -1.8%, -1.3%를 기록하며 줄어들었다. 

대출은 늘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소비로 연결되지 못할 우려도 크다. 주택담보대출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4일 현재 679조4612억원으로 7월말보다 2403억원 늘어났다. 

부채 증가가 멈추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세계 각국 부채 규모에서 한국은 가계‧기업‧정부 부채 총액이 4조596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8배에 달했다. 가계부채는 3년 전보다 13.2%, 기업부채는 20.9%, 정부부채는 16.0% 증가했다. 

중국은 부동산 등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부동산회사 헝다의 프로젝트 안내 지도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은 부동산 등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부동산회사 헝다의 프로젝트 안내 지도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한은도 경제전망에서 “향후 주요국 경기 흐름, 원자재 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세가지 대안적 시나리오를 내놨다. 시나리오1은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면서 IT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이란 전제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시나리오2는 ‘중국 부동산 부진이 지속해 성장세가 추가로 약화하는 경우’라며 올해 성장률을 1.2~1.3%, 물가상승률을 3.4%로 하향 조정했다. 시나리오3은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경우’라며 올해 성장률을 1.3%로 내렸다. 특히 시나리오 2, 3의 경우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2.1%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맞으려면, 주요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IT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는 뜻이다. 

■ 낙관적 전망의 위험성=경제전망은 왜 중요할까?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확실하고, 심각한 경제전망 중 하나인 인구 감소를 예로 들면 알기 쉽다. 지난해 우리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었다.

인구의 감소는 생산량의 감소를 뜻하고, 이는 경제성장의 정체나 역행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1인당 생산량이 생활 수준에 직결된 것이라서 인구 감소의 여파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사회 전체의 생산량은 명백하게 줄어든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7년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라는 저서에서 당시 중부 유럽의 인구 감소로 유럽 사회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인스는 기업들이 인구 감소를 감안해 경제전망을 하면, 수요 부족 우려로 투자가 쪼그라든다고 진단했다.

케인스는 기업의 투자 위축은 실업을 늘리고, 이는 장기 침체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했다. 케인스는 “P(population·인구 증가)의 악마를 풀어주면, U(unemployment·노동력 부족)의 악마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인구가 정체한 상태에서는 더욱 평등한 소득 분배를 유도해 소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처방했다. 

소득과 지출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소득과 지출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경제전망이 낙관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LG경제연구원은 2015년 11월 발표한 ‘낙관적 경제전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긍정적 전망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좋게 만들어 수요 위축의 악순환을 막는 효과가 있지만, 전망이 계속 맞지 않으면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이에 기반한 경제정책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경제 판단을 잘못할 경우 적절한 정책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이 과거 경기침체를 일시적 수요위축으로 오판하는 낙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구조개혁을 미루고 단기 부양에 치중해 장기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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