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기억나는 반가운 풀

# 여름 하면 생각나는 풀이 있습니다. 강아지풀입니다. 초록색 빛깔에 보송보송한 잔털이 귀여운 풀입니다. 강아지풀은 개꼬리풀이라고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몽실몽실한 귀여운 강아지 꼬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어릴 적 강아지풀은 재미난 장난감이었습니다. 풀을 쭉쭉 뽑아 팔찌로 만들기도 하고, 간지럼 장난을 치느라 친구를 콕콕 찔러대기도 했습니다. 친구 어깨에 슬쩍 올리곤 “앗, 네 어깨에 송충이가 있어”라면서 깜짝 놀래킨 척을 하기도 했지요. 유년 시절을 함께했던 참 고마운 풀입니다. 

# 언제부터일까요? 그렇게 많던 강아지풀이 눈에 보이질 않았습니다. 얼마 전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알았습니다. ‘아… 강아지풀이 없던 게 아니라 내 눈에만 안 보였던 거구나’. 어른이 돼버린 제게 강아지풀은 더 이상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나 봅니다.

# 참 오랜만에 강아지풀이 눈에 들어옵니다. 해가 넘어가기 전, 낮은 담벼락을 넘어온 오후 햇살을 받고 살랑거립니다. 하늘거리는 모습이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반가운 옛 친구를 만난 마음입니다. 가만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우리 아이들도 비슷한 추억을 만들려나 생각해봅니다. 

# 지나가던 막내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봅니다. “이게 뭔지 알아?” “어! 이거 우리 어린이집에도 있는데” “(살짝 기대하며) 이름 뭔지 알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도도도 달려가며 소리친다) 몰라.” 

# 막내에겐 어쩌면 방에서 보던 만화 영화가 훨씬 더 흥미진진할지 모르겠네요. 네모난 세상보단 자연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막내도 언젠가 ‘초록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테니까요. 아빠가 된 저처럼 말이죠.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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