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공정거래위원장이 꼽은 브랜드
가맹점주 위해 양보했다며 극찬
정작 한국 버거킹은 다른 평가
버거킹 점주, 공정위에 본사 신고
납품단가 인상해 수익성 악화
일방적인 판촉행사도 문제 지적
프랜차이즈 본질은 신뢰와 상생
한국 버거킹 본질 지키고 있을까

“미국 버거킹은 가맹점과 상생 전략을 펼친 덕분에 세계적 프랜차이즈가 됐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미국 버거킹을 우수 프랜차이즈 사례로 꼽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국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가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며 최근 공정위에 신고했다. ‘미국 버거킹’과 ‘한국 버거킹’은 왜 서로 다른 평가를 받는 걸까.

버거킹은 할인행사를 빈번하게 하는 브랜드로 꼽힌다.[사진=뉴시스]
버거킹은 할인행사를 빈번하게 하는 브랜드로 꼽힌다.[사진=뉴시스]

“미국 버거킹 가맹본부는 과거 오일쇼크로 가맹점이 어려워지자 원재료를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구매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했고, 그 결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가맹사업 선진화를 위한 학술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맹점주에게 손실을 입히면서까지 이익을 취하는 가맹본사를 비판하면서 미국 버거킹을 우수사례로 든 셈이다. 

그런데 한국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정작 “본사(비케이알)의 횡포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한 채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한탄하고 있다. 실제로 가맹점주들은 지난 3월 경기도 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본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분쟁 조정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한 버거킹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거절했다. 결국 버거킹 가맹점주협의회는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를 신고했다. 버거킹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 쟁점➊ 고비용 저수익 구조 = 버거킹은 1+1 등 할인행사를 자주 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소비자 사이에서 “(버거킹 햄버거를) 제값 주고 먹으면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문제는 이런 할인정책이 가맹점의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정상가격이 4600원인 ‘와퍼 주니어’를 52.1% 할인해 22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할 경우, 할인금액 2400원 중 본사가 지원하는 금액은 불과 223.8원이다. 본사 측은 “2018년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의한 대로 판촉행사 시 원가율 상승분의 50%를 지원해 왔고, 올해 5월부터 70%로 확대했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과도한 할인행사로 팔아도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판촉행사에 따른 본사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을乙’의 위치에 있는 가맹점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판촉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보이콧’ 정도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버거킹의 판촉 행사는 대부분 가맹점이 빠진 채 직영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버거킹 가맹점주 A씨는 “할인행사에 참여해 매출이 늘어야 고정비를 부담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손해만 나는 할인행사에 참여할 수도 없는 게 가맹점주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본사가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건 매출 규모와 브랜드력을 키우고 원재료 매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가맹점주도 충분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느냐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 쟁점➋ 비용 인상 =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덴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물류비다. 가맹점주들은 “물류비를 올리는 과정에서 본사가 갑질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버거킹 본사는 지난 4월 월 148만원이던 물류비를 월 203만원으로 37.1%나 올렸다. 기존엔 월 배송횟수(월 13회 기준)에 따라 물류비를 차등 적용했지만, 이마저도 일괄 정액제로 바꿨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물류비 부담을 가맹점주에게 떠안긴 처사라고 지적한다. 

정말 그럴까.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버거킹은 가맹점(130여개) 대비 직영점(340여개) 비중이 높다. 특히 직영점은 입지가 좋은 데다, 드라이브스루(DT) 형태의 매장이 많아서 가맹점보다 매출이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물류량과 배송횟수도 가맹점보다 많다. 본사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물류비를 일괄정액제로 개편해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몇몇 가맹점주가 달라진 물류비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자 버거킹 본사는 ‘발주금액 한도를 50%로 하향’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주를 압박했다. 버거킹 측은 “물류비 인상은 물류업체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면서 “직영점과 가맹점 물류를 분리해 과금할 경우 가맹점 부담이 되레 더 커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적자 누적으로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한다.[사진=뉴시스]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적자 누적으로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한다.[사진=뉴시스]

물류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각종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맹점 납품단가를 올린 것도 가맹점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버거킹 본사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식용유·마요네즈·케첩·감자튀김 등의 납품단가를 평균 30%가량 인상했다.

특히 마요네즈, 어니언링의 납품단가 인상률은 73.0%, 66.2%에 달했다. 가맹점주들로선 오른 납품단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이다. 치솟았던 곡물가격 등이 안정화한 만큼 가맹점주들은 올랐던 납품단가를 다시 인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버거킹 측은 “가맹점주의 요구를 받아 들여 지난 5월 일부 품목의 납품단가를 낮췄다”고 밝혔지만 가맹점주들은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구·수세미 등 주문 빈도가 낮은 품목의 납품단가는 낮추면서 케첩·시럽 등 주문 빈도가 높은 품목의 납품단가는 되레 인상했다는 거다.

가맹점주 측은 “가맹점 대부분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면 원자재 수입단가나 원가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프랜차이즈가 지속 가능하려면 결국 본사와 가맹점주 간 ‘신뢰’가 중요하다. 그런 신뢰는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다. 가맹점주로선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했는데 왜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사는 가격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쟁점➌ 갑질 논란 = 짚어봐야 할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맹점주들은 버거킹 본사가 ‘필수구입품목’이 아닌 제품까지 구입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통상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본사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필수구입품목을 정해두고 있다. 소고기 패티나 햄버거 빵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버거킹도 주방세제, 쓰레기통, 빗자루 등은 필수구입품목이 아니다. 그럼에도 버거킹은 해당 품목을 본사에서 구입하지 않으면 가맹점 평가점수를 깎는 방식으로 사실상 (물품구입을) 강제하고 있다. 

이처럼 버거킹 가맹점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버거킹 본사가 상생의지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버거킹의 본사는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2016년 인수)’다. 사모펀드 특성상 상생보단 수익성을 중요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의 역할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기업엔 중요한 과제다. 다만, 수익을 볼모로 가맹점주를 과하게 압박하고 있는 건 아닌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성훈 교수는 “로열티를 받든, 물류비를 받든 그건 본사의 영역이다”면서도 “하지만 본사가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가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거나 극단적으로 손해를 입는다면 본사 스스로 수익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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