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5G 3.5㎓ 기지국 설치맵 분석➋
상용화 5년차에도 음영지역 많아
전국망 구축 속도 내기 쉽지 않아
혐오시설 취급 받는 이통사 기지국
LTE·5G 주소 겹치는 장소 숱해
기지국 숫자 늘리기 어려운 문제
3.5㎓ 전국망 구축의 걸림돌
5G 가입자 순증 LTE에 역전
6G 시대에도 같은 문제 겪을 듯

#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는 ‘진짜 5G’ 28㎓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와 이통3사는 28㎓가 전국망 구축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다.

# 그나마 순조롭다던 3.5㎓ 역시 전국망 구축 목표 시점은 내년이다. 물론 목표를 달성한다고 지금의 5G가 정부와 이통3사가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LTE보다 20배 빨라지는 건 아니다. LTE보다 약간 더 빨라지는 정도인 데다, 3.5㎓ 기지국도 목표치보다 훨씬 더 많이 늘려야 한다.

# 문제는 3.5㎓ 기지국을 맘껏 늘리는 게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5G 3.5㎓ 기지국 설치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통사는 LTE 기지국이 설치된 장소 2곳 중 1곳에 5G 기지국을 함께 두는 고육지책을 꺼냈다. 이는 이통3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5G 기지국을 순조롭게 늘리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G 3.5㎓ 기지국 설치맵 분석, 두번째 편이다. 

국내 5G는 3.5㎓ 기준으로도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국내 5G는 3.5㎓ 기준으로도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5G 3.5㎓ 기지국 설치맵 첫번째 편에서 정부와 이통3사가 숨기고 있는 ‘5G의 실체’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이통3사는 5G 상용화 초기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강조했는데, 이는 실체 없는 마케팅에 불과했다.

이 심각한 문제를 한번 더 요약해보자.  
정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앞두고 5G 서비스에 적합한 두 종류의 주파수 대역(3.5㎓ㆍ28㎓)을 이통사에 경매로 할당했다. 이중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주파수는 28㎓였다.

하지만 28㎓는 속도는 빠르지만 대국민 서비스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함을 갖고 있었다. 전파 도달거리가 지나치게 짧았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이 좁고 산악지형인 데다 건물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선 애초부터 28㎓ 전국망을 구축하는 건 불가능했다.


실제로 이통3사의 28㎓ 기지국 구축 이행 실적은 턱없이 저조했고, 정부는 부진한 실적을 문제 삼아 주파수를 회수했다. 공정위는 서비스 속도를 부풀려 광고했다는 이유로 이통3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제 통신 소비자에게 남은 5G 주파수는 3.5㎓인데, 이통3사는 이마저도 ‘전국망’을 구축하지 못했다. 물론 3.5㎓의 전국망에 성공하더라도 통신 소비자들이 ‘LTE보다 20배 빠른’ 5G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3.5㎓의 속도는 LTE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다.

그렇더라도 3.5㎓ 기지국을 탄탄하게 만드는 건 이통3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만 통신 소비자들이 ‘5G의 효과’를 느낄 수 있어서다. 문제는 3.5㎓ 기지국을 가파르게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혐오시설로 취급하는 건물주가 적지 않다.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제안하면서 기지국을 더 늘리려고 해도 설치 허가를 받지 못하기 일쑤다.

5G 기지국을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건 더스쿠프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LTEㆍ5G 기지국 주소를 입수해 LTE 기지국과 5G 기지국의 주소가 얼마나 겹쳐있는지를 따져봤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전국 곳곳 5G 기지국이 설치된 장소는 21만5451곳(4월 말 기준)이었다. 이중 10만7623곳이 LTE 기지국과 같은 주소에 설치돼 있었다. 비중으로는 50%. 5G 기지국이 설치된 장소 2곳 중 1곳엔 LTE 기지국이 있다는 얘기다.[※참고 : 더스쿠프는 이통사가 과기부에 신고한 LTE 기지국과 5G 기지국 설치 주소를 대조했다. 하나의 주소에 여러 대의 장비가 놓여있는 경우는 하나로 따졌다. 순전히 기지국 설치 장소(사이트)로만 비교했다.]

인프라가 밀집한 서울시의 경우 중복 비율이 더 상승했다. 서울엔 총 3만1216개의 5G 기지국 사이트가 있는데, 이중 1만7208개가 LTE 기지국과 겹쳐 있었다. 55.1%의 비중이다.

인천시의 5G 기지국 사이트 9197개 중 5116개가 중복됐고, 경기도는 5만2856개 중 2만7215개의 주소가 LTE 기지국 주소와 같았다. 인천은 55.6% 경기도는 51.4%의 비중으로 중복 설치돼 있었다. 수도권 5G 기지국 과반은 LTE 기지국이 놓인 그곳에 설치돼 있다는 얘기다. 

이 분석은 이통3사가 앞으로 3.5㎓ 기지국을 늘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시사한다. 이동통신 장비업계 관계자는 “기지국 설치 허락을 이미 얻은 장소에선 기지국 장비를 새롭게 설치하는 게 더 수월하기 때문에 이통3사는 LTE 기지국이 설치된 장소에 5G 기지국을 추가로 얹는 전략을 썼다”면서 “만약 기지국 설치 장소를 옥내로 한정해서 비교하면 장소가 겹치는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통3사의 고육지책이었다. 5G 기지국 설치장소가 마땅치 않으니 기존 LTE 기지국이 설치된 장소에 5G 기지국을 놔야 했다는 거다. 도심 번화가의 낮은 건물이나 아파트단지 상가 옥상에 여러 대의 기지국 안테나가 덥수룩하게 놓여있는 경우가 유독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정부의 5G 기지국 최종 목표수량은 45만국이고 지금보다 갑절의 기지국을 촘촘하게 깔아야 하는데, 설치 장소 부족은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지국이 밀집된 서울 지역의 경우, 최근 들어 기지국 구축 실적이 부진하다. 이통3사는 상용화 초기인 2019년 서울 지역에 1만8323개의 기지국을 구축했다. 2020년엔 1만2595개, 2021년엔 6354개였다. 그러다 지난해엔 2587개로 뚝 떨어졌다. 기지국을 철거하라는 민원 때문인지 오히려 숫자가 감소하는 시기도 있었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서울 5G 기지국 숫자가 직전 분기 대비 252개 감소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사실 3.5㎓로 전국망 목표 숫자인 45만개를 구축하더라도 음영지역을 완전히 해소할 순 없다. 지금처럼 커버리지가 닿지 않는 지점은 LTE로 전환될 거다. 아무리 촘촘히 설치하더라도, 5G 주파수의 기본적인 전파 도달거리가 짧으니 어쩔 수 없다. 실내에서도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도록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이런 기술도 실내에 기지국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5G 요금을 내고도 LTE 네트워크를 쓰는 문제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6G 시대에도 거짓말할까 = 당장의 품질이 신통치 않고, 진짜 5G를 둘러싼 기대도 꺾였으니 5G 모객 실적이 갈수록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올해 4월 국내 5G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돌파하는 경사를 누렸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초라했다. 

올해 5G 가입자 수 순증 지표는 3월 46만명, 4월 42만명, 5월 41만명, 6월 32만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5G 가입자 순증 실적이 30만명대에 그친 건 5G 불통 논란이 한창이던 2019년 11월~2020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구세대의 유물 같은 기술로 당장이라도 퇴장할 것 같았던 LTE 가입자 수는 되레 늘고 있다. 3월엔 2만명을 늘렸고, 4월엔 31만명, 5월엔 6만명을 추가했고 6월엔 74만명이 새롭게 가입하면서 지난해 9월 무너졌던 4700만명대를 회복했다. 올 6월 기준으로 따지면 LTE 모객 실적이 5G를 앞섰다. 이동통신업계는 올해를 5G 가입자가 LTE 가입자를 넘어서는 ‘골든크로스’의 기점이 될 것으로 확신했는데, 되레 LTE와 5G 순증 실적만 엇갈렸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가 5G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거다.

5G 가입자 증가세는 꺾이고 있다.[사진=뉴시스]
5G 가입자 증가세는 꺾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문제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6G 기술 패권 경쟁에 뛰어든 우리나라 정부의 계획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G 시대에선 속도와 커버리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 통신의 역할이 중요하게 꼽힌다. 

저궤도 위성 통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고주파 지상 기지국의 설치가 필수다. 28㎓보다 더 높은 대역의 주파수 기지국을 앞으로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앞서 살펴봤듯 기지국을 늘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LTEㆍ5G 기지국이 설치된 주소에 또 새롭게 6G 기지국을 얹어야 할 공산이 크다.  

6G의 이론적 최고 속도는 1Tbps다. 기가비트 단위로 환산하면 1000Gbps다. 우리는 써보지도 못한 ‘진짜 5G(20Gbps)’와 비교해도 50배나 더 빠른 속도다. 2030년쯤으로 예상되는 6G 상용화 시점, 그때도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빠른 속도만 강조하면서 가입자를 모을까. 이제 우리 국민들은 5G 때만큼 순진하지 않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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