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MZ와 디지털카메라➋
감성 때문에 디카 산다는 MZ
하지만 MZ가 주목한 건 ‘성능’
스마트폰 뛰어넘는 화질 원해
충동구매 아닌 합리적 소비한 것

# 비싼 디지털카메라에 선뜻 지갑을 여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에선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의 복고 감성에 끌렸기 때문이라 분석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닌 듯합니다. MZ세대가 카메라의 성능을 꼼꼼히 따져 구매한다는 게 설문조사·보고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MZ는 ‘왜 디카를 픽했나’ 두번째 편에서 MZ세대의 소비성향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MZ세대는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에 주목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는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에 주목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MZ는 ‘왜 디카를 픽했나’ 1편에서 우리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디지털카메라 산업이 최근 어떻게 반등하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여기엔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소비층의 디지털카메라 구매량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죠.

미디어들은 MZ세대가 디카를 픽한 이유를 ‘복고’에서 찾고 있습니다. 버튼·다이얼 같은 물리버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뷰파인더 등 디카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에 MZ세대가 푹 빠졌다는 거죠. MZ세대 사이에서 전통 과자인 약과와 전통시장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니, 이들 미디어의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찾는 게 정말 복고 감성 때문만일까요? 그러기엔 디지털카메라의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사례를 보시죠. 캐논코리아는 최근 4월 28일 출시한 신제품 ‘EOS R8’의 초기 예약 판매 물량이 전량 매진됐다고 밝혔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의 입문용 제품’으로 알려진 이 모델은 바디 가격만 205만9000원, 렌즈까지 합하면 235만원에 달하는 고가 카메라입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 제품들도 값이 비쌉니다. 앞서 언급한 후지필름 코리아의 분석에서 MZ세대가 꼽은 후지필름 카메라 인기 모델로는 ‘X100F’ ‘X-T30’ 등이 있습니다. 모두 단종된 모델인데도 중고시장에서 70만~8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단지 감성만으로 제품을 구매했다고 보기엔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대가 꽤 높은 셈이네요.

[자료 | 후지필름 코리아, 참고 | 복수응답,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후지필름 코리아, 참고 | 복수응답,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도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에 선뜻 지갑을 열어젖힌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쯤에서 단순하게 접근해 보겠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강점은 뛰어난 화질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무리 발전했다곤 하지만 화질 면에서 디지털카메라를 뛰어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 중 하나만 꼽자면, 촬영 대상인 피사체의 정보를 전기적인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이미지 센서’에서 둘의 품질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좋은 화질의 사진을 찍는 요소 중 하나가 최대한 많은 광량(빛)을 받는 것인데, 이미지 센서가 빛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크기의 제한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보다 작은 이미지 센서를 사용합니다.

그러니 디지털카메라보다 화질이 뒤처질 수밖에 없죠. 광량이 적은 밤에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로 각각 야경을 촬영해 보면 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MZ세대가 복고 감성보다는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을 더 눈여겨봤을 거란 분석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후지필름 코리아가 3만1604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같은 말을 합니다. ‘후지필름의 디지털카메라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80.0%(복수응답)가 ‘화질·색감이 좋아서’라고 답했습니다. ‘외관 디자인 때문에’란 답변은 56.0%였고, ‘아날로그 조작방식이 좋아서’는 14.0%에 그쳤습니다. 이는 MZ세대가 단순히 겉모습이나 감성에 이끌려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하진 않는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입니다.

CIPA가 지난해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반등한 이유를 분석한 보고서도 맥락이 같습니다. 살펴보실까요? “…스마트폰과 SNS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쇠퇴를 불러 온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SNS 덕분에 소비자들이 사진을 찍는 취미에 눈을 뜬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SNS로 사진 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은 더 선명한 사진,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한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고성능 디지털카메라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보고서나 설문조사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유튜브에선 스마트폰·디지털카메라로 좋은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을 다룬 영상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중 지난 4월 게시된 ‘촬영꿀팁 8가지’란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은 단순히 촬영 기법을 소개하는 40초짜리 영상임에도 조회수 170만회를 기록하며 누리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죠.

어떤가요. 이제 왜 MZ세대가 디지털카메라를 사는지 이해가 가나요? 겉만 보면 디지털카메라의 독특한 감성 때문에, 혹은 단순히 SNS에서 자랑할 목적으로 MZ세대가 카메라를 구매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나름대로 구매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따져가며 소비하고 있습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MZ처럼 오해를 많이 받는 세대도 없을 겁니다. 어떤 행동을 하든 MZ세대란 이유로 ‘하나로’ 묶이곤 하죠. MZ세대가 ‘복고’를 좋아한다는 것도 사실 미디어나 마케터들이 재단한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MZ세대는 자신에게 필요한 걸 사고,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을 뿐일지 모릅니다. 이를테면 ‘합리적인 소비’가 MZ세대에 들어 뚜렷해졌다는 건데, 이는 경기침체·청년실업 등 암울한 세태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유통전문가인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MZ세대가 미래보단 현재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결정은 충동적이고 효과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성세대’의 시각일 뿐이다. 기성세대에 디지털카메라는 ‘복고 제품’이지만, MZ세대엔 기능이 탁월한 ‘신제품’일 수도 있다. MZ세대는 감성에 이끌린 게 아닌 나름의 철학을 갖고 제품을 대하고 있는 거다. 이같은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미래 시장은 물론 사회의 방향성마저 놓칠 수 있다.” 

디카에 숨은 MZ세대의 웃픈 현실, 이젠 그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할 때일지 모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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