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앱 유료화 어쩔 수 없는 길인가
진료예약앱 똑닥 유료화 논쟁
MAU 100만명 넘는 인기앱
이용자 지표 상당해도 적자 누적
유료화 불가피하단 옹호론 있지만
1등 플랫폼 배신 아니냐는 불만도

앱으로 진료를 예약하는 플랫폼 ‘똑닥’이 유료로 전환했다. 무료를 앞세워 이용자를 가둔 뒤 유료화를 통해 이익을 뽑아내는 플랫폼 기업의 약탈적 비즈니스란 비난이 고개를 들었다. 반면 똑닥이 아직은 흑자를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란 점에서 ‘유료화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스쿠프가 똑닥 논란 속으로 펜을 집어넣었다. 

병원 예약·접수 플랫폼인 똑닥은 국민앱으로 등극했다.[사진=뉴시스]
병원 예약·접수 플랫폼인 똑닥은 국민앱으로 등극했다.[사진=뉴시스]

지난 5일 국내 대표 병원 진료 예약 플랫폼 ‘똑닥’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이제 매월 1000원 또는 연간 1만원을 내고 멤버십에 가입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얼핏 부담 없는 가격처럼 보이지만, 이용자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한쪽에선 ‘똑닥’이 시장을 장악한 다음 유료화하거나 가격을 끌어올리는 다른 앱의 전철을 밟았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똑닥도 민간 기업의 서비스인 만큼, 생존하게끔 수익화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똑닥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 걸까. 똑닥은 스타트업 비브로스가 2017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병원 진료 예약 플랫폼이다. 앱을 통해 주변 병원을 찾은 뒤 원하는 시간을 고르면, 해당 병원의 시스템과 연동돼 간편하게 진료를 예약할 수 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손가락 몇번만 움직이면 진료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몇번째에 진료를 보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병원 안내 데스크에 이름을 적거나 방문을 알려야만 진료를 볼 수 있는 기존 예약 방식을 비브로스가 디지털로 전환해 낸 셈이다. 

똑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당시 감염을 우려한 많은 이들이 병원에 방문하는 것 자체를 꺼렸는데, 똑닥이 이런 ‘언택트 수요’를 만족시켜줬기 때문이다. 

똑닥의 운영사 비브로스 역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2020년 여름 172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모바일 진료비 결제, 건강검진 연동 같은 연계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국내 1등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바이러스 확산이 멈춘 요즘도 똑닥의 인기는 상당하다. 특히 낮은 진료수가를 이유로 문을 닫는 소아과가 부쩍 늘면서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소아과 오픈런’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는데, 똑닥은 이런 수고로움을 겪지 않고도 진료를 볼 수 있어 ‘육아 필수앱’으로 자리 잡았다.

똑닥의 위상은 이용자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똑닥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47만명이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추구하는 서비스 중 가장 많은 MAU를 확보하고 있는데, 2위 캐시닥(38만명), 3위 굿닥(27만명)과 견줘보면 더 압도적이다. 

이 때문인지 똑닥의 유료화 행보는 병의원 현장과 이용자의 불만을 샀다. 1등 플랫폼이어서 더 그랬다. 사실 플랫폼의 수익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무료 서비스 후 유료화하는 전략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구사하는 공통 전략이다. 

더구나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독점 이슈와도 맞물린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면 ‘이용자를 활용한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발판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용자가 더 많은 이용자를 부르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화를 시도하는 건 ‘독점 사업자의 횡포’로 보일 여지가 크다. 2021년 여름 무리한 수익화 시도로 뭇매를 맞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1000원(야간 2000원) 정액제로 운영하던 스마트호출 요금을 최대 5000원까지 부과하는 탄력요금제로 변경했다. 스마트호출은 배차 성공률을 높여주는 서비스다. 

카카오 측은 택시를 잡기 어려운 지역이나 시간대에 택시기사의 호출 수락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택시기사와 소비자는 사실상의 요금 인상이라며 반발했다. 택시의 공공성을 감안해 요금을 강력하게 통제해 왔던 정부와 정치권도 비난하면서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정책을 철회했다.

반면 벤처업계에선 똑닥의 유료화 행보를 응원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거다. 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용자가 똑닥의 편의를 계속 누리려면 회사가 망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려면 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한다. 더구나 똑닥은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든든한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도 아닌데 독점 플랫폼의 횡포로 비치는 건 안타깝다. 오히려 이용자 저항을 감수하면서 유료화를 꾀하고 생존을 모색한 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선 선구자적인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

똑닥의 경영 실적을 보면 설득력이 없지 않은 말이다. 똑닥 운영사 비브로스의 지난해 매출은 21억원, 영업이익은 -79억원이었다. 2021년에도 매출은 16억원에 불과했는데, 적자는 64억원에 달했다. 늘어난 가입자를 수익으로 연결하진 못한 거다. 

똑닥의 유료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똑닥의 유료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똑닥이 ‘멤버십 유료화’를 결정한 건 이상한 선택은 아니다. 비브로스 관계자는 “사실상 수익 모델이 전무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유료화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그렇다고 유료화 전환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를 노리겠단 생각으로 결정한 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멤버십 요금을 올리는 일은 없을 거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똑닥이 필수 공공영역인 의료와 연계한 플랫폼이란 점을 고려하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똑닥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멤버십에 가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똑닥은 이용자 수가 압도적인 데다 연계한 병ㆍ의원만 1만4000곳에 달한다. “유료화가 마뜩잖으면 똑닥을 안 쓰면 된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일지 모른다.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필수 공공 영역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더 확산할 거고, 기업들은 그 과정에서 수익화를 꾀할 텐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때”라면서 “이런 논란이 반복하고 있는데도 국내 플랫폼 규제 논의는 진척 없이 표류 중이라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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