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전망 3년째 두자릿수 오차
대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 감소
부동산 위축에 양도소득세 감소
세수 오차 기재부 능력의 문제

세수 추계를 잘못해 정부 지출을 조정하면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이 약해진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세수 추계를 잘못해 정부 지출을 조정하면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이 약해진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치솟은 물가 때문에 가계살림이 버거운데, 나라살림도 못지않게 심각하다. 올해 세금이 정부가 예산을 짜며 예측한 것보다 큰 폭으로 덜 걷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 밑천인 국민 세금이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빚을 내거나 외환시장의 수급 안정을 위해 마련한 외국환평형기금 등 다른 데서 돌려써야 한다. 

올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적다. 예산을 편성할 때 설정한 국세 수입 목표(400조5000억원) 대비 얼마나 걷혔는지 보여주는 세수 진도율은 54.3%. 이 또한 지난해보다 11. 6%포인트 낮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걷히는 세금은 당초 세수 추계보다 60조원 정도 적은 340조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세수 오차율이 15%나 된다. 2021년 17.8%(61조3000억원), 2022년 13.3%(52조5000억원)에 이은 두자릿수 오차다. 2000년 이후 세수 오차율이 평균 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도 세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3년 연속 두자릿수 오차율 기록은 1988~1990년 이후 33년 만이다. 올해 세수 오차는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대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법인세가 덜 걷힌 데다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며 양도소득세가 줄어든 탓이 크다.

하지만 수출 부진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나 자산시장 위축, 내수 침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2022년 세수 오차의 요인이었던 코로나19 사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돌발 변수도 올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한 것은 나라살림을 짜고 집행하는 기획재정부의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기재부가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매달려 기업들의 동향과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더구나 재작년과 지난해는 정부 추계보다 더 걷힌 ‘세수 초과’였던 반면 올해는 역대급 ‘세수 펑크’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통계학적으로 세수 오차는 발생할 수 있다. 이듬해 세수 전망 시기(7~8월)와 예산안 통과(12월), 회계연도 개시(이듬해 1월) 간 상당한 시차도 있다. 하지만 오차율이 두자릿수, 그것도 2년 연속 세수 초과였다가 돌연 세수 결손을 초래한 것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역대 세수 오차는 주로 변동성이 높은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에서 발생해왔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국세 오차율 평균은 7.8%였다. 세목별 오차율은 법인세가 13.9%, 양도소득세 46.8%, 증권거래세 49.5%였다. 세수 오차는 경기 국면 전환과 부동산·주식 시장 등 자산시장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경기 및 자산시장 변동, 인구구조 변화 등 세수에 영향을 미칠 변수를 면밀히 반영하는 세수 추계 모형이 긴요하다. 기재부의 세수 추계 결과에 대한 민간 경제연구소 등 외부 자문도 필요해 보인다.

대규모 세수 오차에 편승한 정부의 지출 조정은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약화시키고 경기변동 진폭을 오히려 키우는 부작용을 잉태한다. 흔히 초과 세수는 당초 예산보다 방만한 지출로 이어지고, 세수 펑크는 재정 지출을 무리하게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산 자체는 물론 예산에 기반한 각종 국가사업에도 영향을 미쳐 낭비와 차질을 빚게 된다.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반복해서 나타나지 않도록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세수 추계 시점을 늦추는 한편 세수 전망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공표하자. 2023년 예산안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될 때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였다. 이것이 올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1.4%로 내려갔다. 회계연도 개시 이전에 추계한 세입 전망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조정하지 않았다.

수출 부진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와 자산시장 위축,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출 부진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와 자산시장 위축,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적용해온 세수 추계 모형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모형도 활용해 시나리오별 전망을 해보자. 아울러 정부의 세수 전망 모형을 공개해 민간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보자. 예상하지 못한 초과 세수가 발생할 때 기금으로 적립해 경기 침체 시기에 활용하거나 세수 부족분은 예비비로 편성하는 선진국 사례도 참고하자. 일시적 세수 초과가 지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정 규율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대규모 세수 오차 발생에 대비한 완충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에서 1년째 공전하고 있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제안한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로 의무 관리하고,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으면 적자비율을 2% 내로 조여 채무 증가 속도를 조절하자는 내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마련한 세수 오차 관련 토론회에서 여러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세수 전망과 그 운용 방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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