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4편
中, 테슬라에 파격적 혜택 제공
규제 해제·법인세 감면 등 지원
상하이 기가팩토리 성공적 구축
테슬라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 대대적 발전
토종 브랜드 시장 전면에 등장

# 우리는 지난 562호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1~3편에서 테슬라가 친중親中 노선을 걷는 이유를 살펴봤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넘어 에너지 산업, 위성통신 분야의 1인자가 되기 위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 이번에는 관점을 달리해,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환대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따져봤다. 테슬라와의 파트너십이 중국에 가져다준 성과는 무엇일까. 視리즈 ‘돌연변이 테슬라’ 3편 중국과 테슬라의 윈윈 전략이다.

그동안 중국은 테슬라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그동안 중국은 테슬라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외국 기업은 중국을 ‘비즈니스 장벽’이 높은 나라로 손꼽는다. 자국 기업 육성에 주안점을 둔 산업 정책과 까다로운 규제 탓이다. 전기차 시대의 포문을 열어젖힌 미국 기업 테슬라도 중국 진출 후 수년 동안 실패를 맛봐야 했다.

테슬라가 처음 중국으로 향한 건 2014년인데, 그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연초 5000대의 전기차 사전 주문을 받았지만 연말 출하량은 4700대, 최종 판매량은 2500대에 그쳤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다쉬에컨설팅은 이때를 되짚으며 “외국 자동차 제조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지원과 승인이 중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테슬라가 아무리 현지 맞춤형 모델과 서비스를 내놔도 중국에서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언급했듯 외국 기업에 배타적인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보조금 정책을 수입차엔 적용하지 않았다. 당연히 국영 기업이 정부지원금을 독식했다. 세금도 문제였다.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기가팩토리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중국에 들여왔는데, 외국산 제품엔 당연히 관세가 붙었다. 여기에 물류비용까지 더해지니, 테슬라는 웬만큼 자동차를 팔지 않는 이상 이익을 보기가 어려웠다.  


2017년 테슬라는 전략이 궤도를 수정했다. 현지에 생산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경영진은 중국 내에서 기가팩토리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경영진의 선택은 상하이였다. 이유는 명확했다. 상하이는 세계화에 방점을 둔 대도시이자, 중국의 기술중심지였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테슬라 경영진의 판단은 중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인 한수가 됐다. 그 밑바탕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과 후원이 있었다. 훗날 외신은 그때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이 테슬라에 레드카펫을 깔아줬다(China offered Tesla red carpet)”.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시계추를 2018년으로 돌려보자.  2018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맞선 중국 정부가 보복관세 조치에 나서면서 미중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테슬라는 현지 전기차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테슬라는 현지 전기차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교롭게도 그해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정부는 머스크를 환대했다. 미국과의 경제적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그의 방중訪中이 양국의 관계를 회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어서였다. 당시 리커창 중국 총리는 머스크에게 “테슬라가 중국 개방에 깊이 참여하고 중미 관계 안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방중 기간 머스크는 베이징 최고의 고위 공직자들을 만났고, 영주권을 제안 받을 정도로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수세에 몰린 중국과 중국에서의 반등이 필요했던 머스크는 그렇게 관계를 쌓았다.

‘베이징 회담’ 후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프로젝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시작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테슬라는 중국 정부에 기가팩토리 운영권을 100%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는데, 중국 정부에선 이를 받아들였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신에너지차 제조업체에 적용했던 ‘외국인 지분 한도 50%’ 규정을 한시적으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오직 테슬라를 위한 조치였다.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지분을 나누지 않고 공장을 설립한 자동차 회사는 지금까지도 테슬라가 유일하다.  

규제가 풀리고 3개월 뒤 테슬라는 상하이 정부와 기가팩토리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상하이 정부는 테슬라에 기존의 25%가 아닌 15%의 법인세만 부과하면서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기가팩토리 건설 과정에선 수도와 전기가 ‘기록적인’ 속도로 연결됐다. 덕분에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착공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가동을 개시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는 중국 산업계에 전례 없는 역사로 남았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질문이 떠오를 거다. 외국 기업에 폐쇄적인 중국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 테슬라를 파격 대우했냐는 거다. 답은 역설적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테슬라를 활용했다.

다쉬에컨설팅은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지원한 건 애플이 가전제품 시장에서 그랬듯, 테슬라가 전기차 산업에 가치를 더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중국을 아이폰 생산기지로 삼으면서 중국 부품 공급업체들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IT 인프라가 발전한 효과를 테슬라에 대입했던 거다.

중국 정부의 전략은 적중했다. 테슬라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도 커졌다. 2018년 17억5715만 달러(약 2조3476억원)였던 테슬라의 중국 매출은 2022년 181억5000만 달러(약 24조2484억원)로 5년 새 932.9% 늘었다. 같은 기간 126만대였던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022년 689만대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 부품업계의 공급망도 탄탄해졌다. 2023년 5월 기준 중국 자동차 시장의 부품 국산화율은 95%에 이른다. 부품업체들의 성장세도 가팔랐다. 일례로 2019년 테슬라에 기가프레스(거대한 주조기계)를 공급하기 시작한 LK그룹은 2년 만에 주가가 9배 뛰었다.

테슬라를 끌어들여 자국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 했던 중국 정부의 전략은 성공했다.[사진=BYD 제공]
테슬라를 끌어들여 자국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 했던 중국 정부의 전략은 성공했다.[사진=BYD 제공]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건 중국 토종 브랜드의 약진이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2019년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시장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한 바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브랜드는 테슬라보다 기술력과 인지도가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중국 기업은 제품 성능, 가성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테슬라를 추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2019년 1월 29일 중화인민공화국중앙인민정부)”.

결과는 성공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81.0%에 달했다. 2018년 토종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42.1%였으니 5년 만에 중국 기업들의 파이가 2배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개별 기업의 경쟁력도 커졌다.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상위 5개 기업 중 3개(BYDㆍ지리ㆍ창안)가 중국 회사다. 1위(점유율 29.7%)를 차지한 건 BYD인데, 이 회사는 2022년 2분기 35만5021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테슬라(25만4695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등극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슬라를 향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은 놀랍게도 자동차 산업을 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다음편에서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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