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성공 사례 벤치마킹 줄이어
반면 악용 사례도 적지 않아
오피스텔과 다른 사업 방식
그런데도 주택처럼 홍보
청약자 애먼 피해 입을 수도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마도 값싼 임대료를 내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이 아닌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홍보하는 사업자들이 숱하다는 점입니다. 자칫 홍보에 현혹되면 큰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큰일’입니다. 더스쿠프가 거짓 홍보가 판을 치는 건설 현장에 펜을 집어넣었습니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도 활발해졌다.[사진=뉴시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도 활발해졌다.[사진=뉴시스]

‘마을형 아파트’를 들어보셨나요? 아마 처음 들어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경기 남양주와 고양시에 있는 마을 아파트 ‘위스테이’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스테이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입니다. 출자금 3500만원과 보증금 2억8000만원을 납부하면 월세 10만원으로 8년간 거주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값싼 임대가 가능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신들의 땅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ㆍREITs)에 저렴하게 빌려주거나 팝니다. 사회적협동조합과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해 만든 리츠는 이 땅에 민간임대주택 아파트를 만듭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출자했으니, 그 지분만큼 땅의 소유자는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입니다.
흥미롭게도 그 조합원은 민간임대주택 아파트의 세입자이기도 합니다. 조합과 조합원이 임대인이자 임차인인 셈이죠. 위스테이에 입주한 이들이 언급한 것처럼 출자금과 보증금을 납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가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어느 정도 이해하셨나요? 자! 그럼 한단계 더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독특하게 만들어진 위스테이는 성공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2017년 출범 당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위스테이는 2020년 필요한 조합원을 모두 모았습니다. 2017년 조합원을 모집하기 시작했으니, 3년 만에 완판을 달성한 셈입니다.

성공한 모델은 언제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됩니다. 위스테이가 성공하자 여기저기서 위스테이를 성공 사례로 내세우며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참고: 여기서 말하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위스테이와 100% 똑같은 건 아닙니다. 위스테이는 ‘공공지원’을 받지만 대부분의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공공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표➊’을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독자편의상 지금부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을 ‘민간임대주택’으로 통칭하겠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위스테이와 비슷해 보이는 민간임대주택이 인기몰이에 성공한 덴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성공한 사업’이란 확신을 줬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민간임대주택의 안정성을 담보해준 ‘개정법’도 인기에 한몫했습니다. 

2020년 5월 개정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정 특별법)’의 신설조항(제5조의 3)을 보실까요? “30호 이상인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이 조합원을 모집할 경우 지자체장에게 신고하고 공개모집해야 한다. 조합원을 공개 모집할 때는 민간임대주택사업의 자금계획과 관련한 사항, 청약 철회나 가입비 반환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설명해야 한다(표➋).” 

이 특별법의 의미를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수십년 전에도 협동조합 아파트는 있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처럼요. 그런데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이 법에 근거해서 사업을 할 때 조건이 예전보다 까다로워졌죠. 지자체에 모집 신고를 해야 한다는 점이나 계약을 취소할 경우 돈을 돌려받는 절차가 생겼다는 건 정말 큰 차이입니다.” 그럼 이 개정 특별법은 민간임대주택의 사업적 안정성을 높여주는 데 도움을 줬을까요? 글쎄요. 이 문제는 생각해야 할 게 많습니다. 

무엇보다 개정 특별법을 적용하지 않았는데도 민간임대주택처럼 홍보하는 곳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쉽게 말해, 지자체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조합원을 모으거나, 청약 철회나 가입비 반환 등의 절차를 공지하지 않는 사업자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더스쿠프 취재팀이 지난 7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경기도 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은 9곳이었습니다. 그중 8곳은 개정 특별법을 적용해 설립ㆍ운영 중이지만, 나머지 1곳은 특별법이 아닌 ‘협동조합 기본법’을 근거로 설립했습니다. 이 경우엔 조합원을 공개모집하거나 출자금 반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만큼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이 사업장은 민간임대주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홍보하면서 조합원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이제 현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8월 18일 군포시 공동주택 현장. 높게 올라간 공사장 펜스엔 ‘군포시 건축허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아마도 이곳 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을 짓고 있다고 홍보한 듯합니다. 그 인근에 해당 현장의 토지 소유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걸어둔 ‘반박성 현수막’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보실까요? “이 사업장은 오피스텔 345세대와 근린생활시설로 인가를 받았다. 민간임대주택과는 관계없다.”

군포시 역시 이곳 현장은 민간임대주택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7월 20일 자로 오피스텔 건립을 위한 건축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알립니다. 7월 31일을 기준으로 민간임대주택 건립을 위한 건축행위 관련 행정절차는 이행된 사실이 없습니다.” [※참고: 군포시가 해당 내용을 알린 현수막은 누군가에 의해 훼손돼 현재는 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이 사업장의 홍보관에선 ‘민간임대주택’을 운운하면서 마치 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인 것처럼 홍보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홍보관이 있는 안양시로 가봤습니다. 군포시 현장엔 ‘민간임대주택이 아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어 있는 것과 달리, 안양시 홍보관 앞엔 아무런 경고성 현수막도 걸려 있지 않았습니다.

홍보관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8년 입주해 10년간 민간임대주택으로 월 임대료를 내면서 거주하고 2038년이면 분양 전환을 받을 수 있어요. 이때 내야 할 돈은 약 6억원입니다. 확정 분양가여서 나중에 더 오를 일은 없습니다.” 홍보관 직원은 ‘당장 신청해야 한다’면서 투심投心을 자극했습니다. “1차 모집에서 200명을 모으는데 이미 160명이 신청했으니 자리가 없을지 몰라요. 2차 모집에 들어올 경우 2038년 분양가는 약 7억원으로 1차 때보다 1억원가량 오릅니다.”

홍보관 직원은 이 현장이 약 500세대가 들어서는 ‘민간임대주택’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지자체가 알린 내용에 따르면 오피스텔만 345세대일 뿐 나머지는 주택으로 인정할 수 없는 근린생활시설입니다. 홍보 내용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다.

사실 이는 큰 문제입니다. 내집을 가지려는 애먼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가 그럴듯한 ‘홍보’에 혹해 청약 신청금 100만원을 냈다고 가정해봅시다. 청약을 신청해 원하는 동호수를 배정받고 실제로 협동조합에 가입한다면 어떨까요? 특별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민간임대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청약 철회나 가입비 반환은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협동조합’과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이름만 엇비슷할 뿐 실제로 ‘특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현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별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진짜’ 민간임대주택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스쿠프도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았다면 ‘군포 현장’에서 짓고 있는 건축물이 민간임대주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과연 정부와 지자체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저 청약을 할 때 조심하라는 말만 해야 할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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