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한국경제 약한 고리➍
부동산에 숨은 뇌관들
부동산 지표 오르락 내리락
연착륙 위해 규제 완화하기도
청약 경쟁률 반전 일어났지만
금융사 PF 대출 덫에 빠지나
정부, 지방 미분양 위험 적다지만
지방 비중 큰 업체에는 위험 요인

부동산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큰 기둥이다. 그렇기에 급등도 급락도 난감하다. 2022년부터 한껏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식기 시작하자 정부는 ‘급락’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풀고 사업자의 부도를 막기 위한 지원책도 대거 내놨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약한 고리’가 생겼다.

정부는 올해 초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올해 초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연착륙이 필요하다.” 올해 초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평가한 말이다. 건설사 등 부동산 사업자가 받은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분양시장의 열기가 식을 때였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은 땅을 사들이고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대출이다. 나중에 부동산을 분양해 계약금ㆍ중도금ㆍ잔금이 들어올 때까지 사업을 버티게끔 해주는 일종의 마중물이다. 

분양시장이 식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1월 12.8대 1을 기록했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년 만인 지난 1월 0.3대 1로 떨어졌다. 아파트 10호를 분양해도 3호만이 주인을 찾았다는 거다. 

분양시장이 꺼지니 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이 시장에 고였고 집이 팔리지 않자 자금이 돌지 않았다. 부동산 사업자들도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에서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자 정부가 나섰다. 

■ 약한 고리➊ PF = 정부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PF 대출이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11월 5조원대 부동산 사업자 PF 대출을 보증해주고, 1조5000억원 규모의 PF- ABCP(약 3개월짜리 단기 기업어음)를 장기대출로 전환해주는 보증상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분양 열기가 꺼지는 상황을 두곤 “2009년과 비교하면 미분양 위험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7월에는 1조원대 규모의 ‘부동산 PF 정상화지원펀드’도 추진했다. 이 지원책으로 공동관리하는 사업장은 브리지론 73건, PF 대출 18건이었다.

정부가 공언했던 지원은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PF 대출의 위험성이 완전히 사그라든 건 아니다.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지난 6월 A2에서 A2-로 변경했다. 한신공영의 신용등급도 지방 현장의 부실한 분양 성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B3에서 B3-로 떨어뜨렸다. 과중한 PF 보증 규모와 분양 성적 등이 부정적 평가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다른 지표도 PF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PF 대출의 70%는 제2금융권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PF 대출을 받은 현장이 지방과 비주거시설에 많다는 데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제2금융권 부동산 PF의 수도권 비중은 21.9%, 지방 비중은 24.8%를 차지했다. 산업ㆍ업무ㆍ상업시설 등 비주거시설의 비중은 36.0%에 달했다. 

이는 PF 대출 지원으로 대출 만기가 늘어나더라도 지방 부동산과 상업시설 시장의 회복이 더디다면 위험성을 해소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 약한 고리➋ 지방 미분양 = 부동산 시장의 ‘폭탄’에 바람을 넣고 있는 건 미분양 주택의 영향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위험요인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김주혁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미분양과 취업 지표를 놓고 9월에 위기가 터진다는 건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미분양 주택은 2023년 1월 7만5359호에서 6개월 뒤인 7월 6만3087호로 1만2272호 줄었다. 

그럼 미분양은 정말 위험 요소가 아닐까. 문제는 미분양 물량이 가파르게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폭 늘었던 미분양은 해소될 때 더 큰 규모로 줄었다. 현재 미분양 주택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험 요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기엔 고려할 지점이 많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쌓였던 미분양이 줄어든 2012~2014년 수도권ㆍ지방의 미분양 감소폭은 연간 최대 40.3%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 기간에는 지방보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의 감소폭이 더 컸다.

지금은 반대다. 지난 1월 1만22 57호였던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7월 8834호로 16.3% 줄었지만, 같은 기간 지방 미분양 주택의 감소폭은 2.8%(1월 6만3102호→7월 5만4253호)에 그쳤다. 앞서 언급했듯 신용평가회사는 지방 현장이 많은 건설사의 위험을 지적했다. 미분양 물량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변수란 얘기다.

정부가 원하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원하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사진=뉴시스]

■ 약한 고리➌ 금리와 물가 =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하는 돈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2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앞에 장사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아니라 자금 조달을 제한할 수 있는 금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거였다. 

실제로 2023년 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인상하자 KB부동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2년 1월=100포인트)는 1월 94.72포인트에서 8월 90.01포인트로 4.71포인트 떨어졌다. 문제는 물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을 기록하며 전달 대비 1.1포인트 이상 올랐다. 4개월 만에 소비자물가지수 변동폭은 가장 컸다(3.4%). 이는 기준금리의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런 와중에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023년 1월 1만7841건, 5월 4만746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7월 3만6260건으로 줄었다. 부동산 시장에 섣불리 발을 들이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다. 정부가 목표하는 ‘연착륙’은 정말 이뤄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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