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최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서민의 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유 수입가격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오를 뿐만 아니라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두달 사이 원ㆍ달러 환율이 오른 탓에 원유 수입가격 상승세의 여파가 더 큰 상황이다. 그러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L(리터)당 1781.68원, 경유 평균가격은 1683.28원을 기록했다. 두 제품의 가격 모두 7월 6일 이후 78일째 오름세가 한번도 꺾이지 않았다. 7월 6일 당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L당 1568.88원, 1378.61원이었다. 두달여 만에 휘발유는 212.8원(13.6%), 경유는 304.67원(22.1%) 오른 거다. 

특히 21일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864.13원으로 19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선 이미 2000원대 휘발유도 등장했다. 경유는 L당 1768.85원으로 1800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기관인 JP모건은 고객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그 외 산유국)가 추가 감산에 나설 경우 올해 국제유가는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원ㆍ달러 환율마저 상승하고 있다. 8월 1일까지 1200원 후반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21일 현재 134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내수 기름값을 더 걱정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고물가인 상황에서 기름값이 더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이미 고유가로 생산자물가는 크게 뛰었다.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2015년=100 기준)으로 7월보다 0.9% 올랐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기준 최고 상승폭이다.

국제유가 오름세로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농산물과 서비스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건 그래서다.

주목할 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실제로 연장한 후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국세수입 재추계’에 따르면 올해 세수부족은 59조1000억원이다. 세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면 나라곳간이 더 빌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 국면에서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정세은 충남대(경제학) 교수는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 출구가 없는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세수에도 영향을 주지만, 현재 가격이 정상 아니냐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당장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가 어렵다면 점진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정책이라도 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 종료를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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