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2024년 예산안 쉽게 보기➋
지출구조조정 23조원
지출만 줄인 금액일까
감세 등 영향으로 세수 줄어
15조4000억원 자동 감액
23조원 근거 투명성 필요해

우리는 ‘2024년 예산안 쉽게 보기 1편’에서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아울러 2024년 예산안이 세수 부족에 따른 적자예산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예산안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건전재정’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목표와는 어울리지 않은 듯합니다. 이를 의식했는지 정부는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정부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이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정부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이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모든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하고자 노력했다.” 지난 8월 2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는 “23조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달성했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예산을 줄여야 할 곳은 과감히 줄이고, 이렇게 줄인 예산을 꼭 써야 할 곳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재정 효율화를 꾀했다는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라면 흠잡을 게 없습니다. 다만, 정부가 말하는 지출구조조정이 정말 효율적이었는지를 검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문제입니다.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어떤 사업에서 얼마나 지출구조조정을 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부는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에도 24조원 수준의 지출구조조정을 꾀했다고 주장했지만, 어떤 사업에서 지출구조조정이 이뤄졌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재정분석 전문싱크탱크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최근 2024년 예산안에서 어떤 사업 예산이 늘고 줄었는지 전수조사를 진행한 후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2023년 예산서와 2024년 예산서에 존재하는 세부사업은 총 9088개다. 이중 2023년보다 예산을 줄인(감액) 사업은 4253개였고, 여기서 총 56조5000억원의 예산이 감소했다. 반면 예산을 늘린(증액) 사업은 4069개였고, 74조6000억원을 증액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볼까요? “총 감액분 56조5000억원 중 23조6000억원의 감액이 교육 분야와 일반ㆍ지방행정 분야 사업에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총 15조4000억원의 감액이 발생했다. 그런데 여기서 15조4000억원의 감액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지출구조조정)으로 달성한 감액이 아니라 내국세(국세 중 관세를 뺀 것)와 종합부동산세 감소로 인해 발생한 자동적 감액이다.”

이쯤에선 많은 분들이 헛갈릴지 모릅니다. 지방교부세ㆍ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내국세ㆍ종부세의 상관관계가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해 볼까요?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보조해주는 돈입니다. 마찬가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지자체의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 설치ㆍ경영에 필요한 재원을 중앙정부가 보조해주는 금액입니다. 모두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지요. 

이런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모두 세금(관세를 제외한 내국세)으로 충당합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세금이 늘면 지방교부세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증가하고, 세금이 줄면 지방교부세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감소합니다.

종부세 등 세수가 줄면 지자체에 지원하는 중앙정부의 보조도 줄어든다.[사진=뉴시스]
종부세 등 세수가 줄면 지자체에 지원하는 중앙정부의 보조도 줄어든다.[사진=뉴시스]

이쯤에서 2024년 예산안을 다시 보실까요? 여기에서 정부는 내국세(종부세 포함)가 2023년에 비해 10.1%(36조3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계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방교부세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줄었겠네요. 일반ㆍ지방행정 분야에 속하는 지방교부세 프로그램 예산은 8조5000억원, 교육 분야에 속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프로그램 예산은 6조9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이게 바로 15조4000억원입니다. 

자! 이를 토대로 정부의 주장을 따져볼 차례입니다. 당초 정부는 “23조원을 지출구조조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대로라면 정부가 말하는 총 지출구조조정액의 67.0%(23조원 중 15조4000억원)가 ‘세수 감소→중앙정부의 지자체 지원금 감소’로 발생했습니다. 세수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거죠. 

정부가 공언대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입니다. 

정부 주장에서 따져볼 건 또 있습니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 D) 지원 예산과 보조금 예산을 크게 줄였습니다. 삭감액은 각각 3조4500억원과 4조원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R&D 지원 예산과 보조금 예산을 줄인 건 효율적인 지출구조조정의 결과일까요? 글쎄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순 없습니다. 두 예산은 모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R&D 지원 예산은 기술력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돈입니다.

기업들이 R&D 예산을 늘릴 때 정부가 그에 맞춰 보조를 해주고 있는 것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모든 정부가 지금껏 R&D 예산을 줄이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R&D 예산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조금 예산은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많습니다. 가령, 전기차 보급, 노인일자리 확충, 사회간접자본 건설 지원, 온누리상품권 발행, 에너지바우처 지원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사업들은 모두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예산이 줄었다는 건 국민의 삶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중 R&D 예산 감액의 심각성은 이미 많은 언론이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보조금 예산의 심각성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예산 감액은 적절한 행동이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이 문제를 한번 따져볼 예정입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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