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황제주 자리 내준 에코프로
11거래일째 100만원 밑돌아
9월 25일 90만원대도 깨져
주가 7월 초 이후 가장 낮아
에코프로 괴롭히는 숱한 악재
수산화리튬 가격 갈수록 하락
美 IRA 수혜 기대감도 ‘흔들’
경기침체에 전기차 수요 감소

국내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가 황제주(주당 100만원) 자리를 내줬다. 리튬가격 하락 등 숱한 악재가 주가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에코프로가 다시 황제주에 오를 가능성은 반반이다. 2차전지와 전기차 시장을 향한 전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어서다.

에코프로의 주가가 100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사진=뉴시스]
에코프로의 주가가 100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사진=뉴시스]

“2차전지를 향한 시장의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황제주에 이름을 올렸던 에코프로의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50만원대를 넘보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9월 11일 98만원으로 떨어지면서 황제주 자리를 내줬다. 7월 27일 19.79%(종가 98만5000원) 하락해 황제주 타이틀을 7거래일 만에 내려놓은 후 두번째다.

당시엔 2차전지 관련주를 향한 과도한 쏠림 현상이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하락세는 그렇지 않다. 우선 기간이 길다. 지난 7월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지금 에코프로의 주가는 100만원대를 밑도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9월 11일~25일 11거래일 연속 황제주를 회복하지 못했다. 9월 25일에는 주가가 88만원을 기록하며 90만원대마저 무너졌다.

■ 주가 하락 요인 = 에코프로의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감소세가 커다란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83.7%였던 전세계 순수전기차(BEV) 판매량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82.2%로 둔화하더니 올 상반기엔 40.7%로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자 핵심 소재인 리튬가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런던 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인 수산화리튬 선물가격은 7월 톤(t)당 4만3380.95달러에서 지난 9월 23일 2만8166.67달러로 하락했다. 2개월 만에 수산화리튬 가격이 35.0%(1만5214.28달러) 떨어진 셈이다.

리튬가격 하락은 배터리 가격의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외국인 투자자는 9월 들어 에코프로의 주식 33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 밝지 않은 미래 = 그렇다고 국내 2차전지 기업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국내 기업에 이익을 안길 거라던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의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듯하다. 중국 기업이 IRA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미국 기업과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와 35억 달러(약 4조67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기로 했다. 미 전기차 업체 1위 테슬라도 CALT와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IRA 이후의 상황’’ 기대하던 국내 배터리 기업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 9월 24일 한국을 방문한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을 만나 IRA로 사실상 거래를 금지할 ‘외국우려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FEOC)’을 구체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 산업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고금리 기조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양극재 업체의 CAPA(생산능력)는 지난해 49만t에서 2030년 315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양극재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 관련주의 중장기 투자 매력이 여전히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양극재 업체는 예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코프로는 과연 황제주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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